매우 독특하지만 나에겐 웬지..

99 - 드라큘라 사진관으로의 초대
김탁환.강영호 지음 / 살림 / 2009년 11월

제목부터 심상치 않다. 몇번이고 읽을까 말까 고민하다 새로운 쟝르에 도전해보고픈 욕심에 시도해본 책이다. 무엇보다 김탁환 작가의 책을 재밌게 읽어온 터라 이번 이야기도 어느정도 믿는 맘이 있기에..

사실과 상상이 마구 섞인듯한 느낌. 매우매우 독특한 느낌. 음산하고 오싹한 느낌도 지울수 없다. 처음 시작되는 이야기는 이 책을 쓰게 된 배경인줄 알았다. 즉 사실인줄 알았는데 읽다보니 살인이야기도 나오고 점점 이상하게 전개되며 결국은 이것이 첫번째 이야기임을 알게 되었다.
읽어내려가면서 참 이 작가의 상상력은 대단하다는 생각을 하면서도 웬지 이 책의 분위기는 나한테는 별로 안맞는 느낌도 든다.

하필 이 책을 읽을 때가 날씨도 며칠 계속 우중충하고 암튼 기분나쁜 날씨와 맞물려 이 책의 분위기를 한층 음산하게 만든다. 읽으면서도 기분은 점점 안좋아진다.
그래도 이런 독특한 분위기의 책 좋아할 사람 많을듯 싶다. 지금까지 읽은 김탁확 작가의 작품과는 너무도 다른 색깔의 이번 작품이 새롭긴 하다.

단편이라고는 하지만 같은 장소와 같은 주인공을 배경으로 하여 연결되어 있다.
이야기를 읽어내려가면서 옆에 실린 사진을 관찰하는 것도 새롭다. 다소 흉칙하고 섬뜩한 사진도 있지만 사진작가 자신의 모습이라는걸 알고 나니 더이상 무섭진 않다.

알고보니 작가 김탁환 못지않게 이 사진작가도 무척이나 유명한 사람이다. 정말 예술하는 사람들은 보통사람들이 이해할 수 없는 매우 독특한 그 무엇을 가지고 있는것 같다.


 

겨울에 만난 아르헨티나

다시 가슴이 뜨거워져라 - 열정 용기 사랑을 채우고 돌아온 손미나의 부에노스아이레스
손미나 지음 / 삼성출판사 / 2009년 11월

손미나씨의 글은 이번이 첨이다. 사람들의 입소문으로 손미나씨의 글이 재밌다는 얘기는 들었는 데 막상 읽어보니 소문대로 정말 맛깔스럽다. 어려운 지식 다 필요없고 그냥 그 나라에 빠져서 그 나라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다.
이 책을 하루만에 읽었는데 부에노스 아이레스가 도대체 어떤 매력이 있길래 이곳을 방문한 사람들은 이 도시에 푹 빠져버리는것일까..직접 느껴보고 싶다는 열망이 마구마구 샘솟는다.

사진속 아르헨티나의 색깔은 참으로 예쁘다. 건물마다 그려진 그림이나 건물전체를 칠한 색상들이 화려한 단색인데도 전혀 촌스러운 느낌이 들질 않는다.

손미나씨의 여행이야기를 읽으며 가장 부러웠던 건,
탱고레슨까지 받고 직접 탱고무대에서 실수를 연발해가면서 결국 탱고에 대해 무언가를 느낄수 있었던 부분.
그리고 빙하투어길에서 우연히 만난 가우초들과 인연이 되어 멋진 피크닉도 경험하고 그 후로 오래 맘속에 남을 우정을 쌓아가는 부분.

여행을 하다보면 많은 사람들과 만나지만, 여행을 많이 할수록 이런 만남과 헤어짐에 너무 연연해하지 않는 모습들 보곤 한다. 그렇게 되풀이되는 만남과 헤어짐의 여행길.
그러나 이 아르헨티나 가우초들은 외국인을 만난 적이 없는탓에 미나씨와 일본친구와의 짧았던 순간이 너무도 소중하게 느껴지고 그래서 더욱 이들에게 순수한 우정을 베풀고 싶었나보다.

마침 이 책을 읽기 며칠전 TV를 통해 아르헨티나의 빈민촌에 대해 보게 되었는데 그때 느꼈던 빈민촌의 암울함때문일까..
미나씨가 방문한 빈민촌 스타배우의 집이 생각보다 너무 깨끗하고 풍부해보여 놀랐고 그들의 너무도 환하고 행복한 모습에 또한번 놀랐다.

한때는 세계의 경제강국이었던 아르헨티나가 지금은 너무도 힘들게 사는 모습에 안타깝기도 하지만 그들에게는 넓은 땅과 풍부한 자원이 있으니 어느때고 제대로 된 정부만 만난다면 예전만큰은 아니더라도 지금의 모습에서는 벗어날 수 있지 않을까..

그나저나, 손미나씨가 극구 추천하는 그 아르센티나 소고기는 정말 먹어보고싶다.
정말 소들이 행복하니 고기맛이 일품일꺼라는 생각은 드는데 그 맛이 어느정도이길래 오로지 그 고기를 먹기 위해 아르헨티나를 다시 방문하는 사람까지 있는것일까..

이래저래 아르헨티나는 열정과 예술과 도도함이 묻어나는 나라임에는 분명하다. 이 추운 겨울 부에노스 아이레스 넘 가고싶당~

잘 만들어진 책~

술술~ 읽는 세계지리 소설책 1 - 콜럼버스의 위험한 모험
김진아 지음, 임규석 그림 / 라이카미(부즈펌) / 2009년 11월

과학 역사 세계사에 관련하여 이런 종류의 책을 보면 우선 엄마가 무척 반갑다.
내가 학교다닐때는 무조건 외우는 잘못된 학습방법으로 인해서 성적이 안좋은건 물론이거니와 지루하고 재미없는 과목으로 느껴졌음은 당연지사.

그리고 어른이 되어서 재미난 역사서를 접하면서 역사나 세계사에 무척 많은 관심과 흥미가 생기면서 저절로 머리속에 그림이 그려지게 되었다.
이런 나의 경험을 미루어볼 때 이번 술술 읽는 세계지리 소설책 과 같은 책은 아이들에게 아주 좋은 디딤돌이 될 수 있는 책이다.

일단은 제목이 맘에 든다.  만약 제목을 " 술술 읽는 세계지리책" 이라고 했으면 아이들의 관심을 많이 끌지는 못했으리라. 그 안에 "소설책" 이라는 단어 하나를 추가함으로써 매우 쉽고 재밌게 느낄 수 있는 큰 효과가 있다.
그림과 종이질도 무척 맘에 든다. 매우 고급스런 책의 분위기를 풍긴다고 할까..
그런데 책이 무척이나 묵직하다.

책의 구성은 주제별로 되어 있다. 인구, 자원, 산업, 자본, 체제 .이런 단어만 보면 머리가 지끈거리던 기억이 떠오르는데 이 책을 읽으면서는 웬일인지 그런 단어가 어디로 숨어버렸는지..이야기로 술술 풀어놓은 덕분에 그냥 재미나게 읽으면 된다.
아이들은 글보다는 확실히 그림설명이 훨씬 잘 기억하고 좋아하는것 같다.
이 책에서는 세계지도를 활용하고 있다. 구구절절 나열하는 것보다 한눈으로 파악할 수 있는 효과.
그리고 이야기 중간중간에는 주인공의 대화를 통해 각 주제에 대한 설명이 이루어지고 있다.
한마디로 매우 신경을 써서 만든 책이라는 느낌이 든다.
고학년 아들도 이 책이 오자마자 재밌어보인다고 가져가더니 그 무거운 책을 학교에도 들고다니면서 읽는다.

중학교에서 배울 세계지리. 이러한 책으로 재밌게 접하면 낯설지도 않고 흥미로운 과목이 되지않을까~

아이들이 너무도 좋아하는 책

윔피 키드 4 - 여름 방학의 법칙 ㅣ 윔피 키드 시리즈 4
제프 키니 지음, 양진성 옮김 / 푸른날개 / 2009년 11월

너무너무 재밌는 윔피키드. 엄마인 나도 이 시리즈 팬이다.
처음 윔피키드가 나왔을때 아들이 하도 졸라서 어떤 계기로 선물로 사주긴 했는데 고학년이 되어서 이런 책 좀 유치하지 않나 싶기도 했다.
그런데 내가 막상 읽어보니 아니 웬걸..유치하기는 커녕 아이들의 맘을 아주 정확히 파악할 수 있는 그레그의 일기에 난 푹 빠져버렸다.
아들이 평소에 느끼고 불만스러워하던 일들도 그 일기에 고스란히 담겨있고 엉뚱하면서도 솔직하고 귀엽기까지 한 그레그..넘 사랑스럽기까지 하다.

아들도 조카도 이 책 너무너무 좋아한다.
아이들은 그레그의 일기를 읽으면서 외국의 학교생활이나 문화가 다소 다른점을 감안하더라도 무척 많은 공감대가 형성되나보다.

그레그는 일기를 참 재밌게 잘 쓴다고 부러워하는 아들에게. 너도 그레그처럼 평소 느꼈던 생각이나 불만 그런 감정들을 말하듯이 그래도 써보라고 했더니 그레그 얼굴도 그리고(왜 자기 일기에 그레그얼굴을 그리는지는 모르겠지만.) 그레그일기 분위기를 곧잘 흉내내곤 한다.

이 책은 만화삽화가 많이 들어가있지만 결코 만화책처럼 함축된 문장이 아니고, 아이의 일기라고는 해도 꽤 정확하고 긴 문장으로 이루어져 있기 때문에 글줄동화를 읽기 싫어하는 아이들도 이 책은 전혀 부담감을 느끼지 않을거라 생각된다.

겨울에 읽는 여름방학 이야기. 매일매일의 일기에 또 오늘은 어떤 에피소드로 꾸며져 있을까 매우 기대된다. 영화가 어떤식으로 나올지도 무척 기대된다.

감동이 묻어나는 슬픔

내 기억의 피아니시모
리사 제노바 지음, 민승남 옮김 / 세계사 / 2009년 12월

가끔 뜻하지 않게 좋은 책을 발견하는 기쁨을 누리곤 하는데 이번 책이 그런 기쁨을 내게 선사했다. 내용면에서는 결코 기쁜 내용이 아니기 때문에 기쁨을 준 책이라 말하기는 부적절한 면이 있긴 하지만.. 

흔히 말하는 치매. 나이들면 흔히 나타나는 기억력 감퇴, 기억상실...같은 현상중에서 중증현상의 하나인줄로만 알았다.
그러나 이 책을 통해 치매-알츠하이머병은 육체의 고통을 수반하는 병과는 또다른,  엄청난 정신적 고통이 뒤따른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50세의 하버드대 심리학 박사인 주인공 앨리스는 역시 하버드대학 박사인 남편과 함께 각자의 분야에서 여러나라에서의 강의,수업,논문 발표등 매우 바쁘지만 지적활동을 끊임없이 이어나가는 엘리트 여성이다.
그러한 그녀에게 어느날 이 알츠하미어의 증세- 매일 지나다니는 공원에서 길을 잃고 외국강연의 스케줄을 까맣게 잊어버리며 강의도중 단어를 기억못하는 등 - 가 조금씩 나타나기 시작한다. 처음엔 폐경기에 따른 기억력 감퇴나 스트레스에 따른 현상으로 치부하고 넘기지만 점차 그 증상이 심각해지고 급기야는 전문병원에서 조발성알츠하이머 라는 진단을 받기에 이른다.
 
앨리스의 입장에서 느끼는 병세.점점 심해지는 기억력 쇠퇴와 그에 따른 정신적 고통과 불안에 대한 심리적 정신적 변화가 너무도 섬세하고 자세하게 드러나있다.
언어가 그녀의 생활의 거의 대부분을 차지하는데 이 병으로 인하여 그렇게 좋아하는 독서도 점점 불가능해진다. 사람과의 대화, 하물며 신발끈 묶는 방법까지...
자신의 집 부엌을 구별못해 다른집 부엌으로 들어가 엉망으로 만들고 무엇을 찾기 위해 온집안을 뒤집는 도중에 그 무엇을 찾기 위함인지조차 잊어버리는 앨리스.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빠른 속도로 모든 행동이 불가능해지게 되는것이다
이러한 상황을 상상만 해도 너무도 끔찍하다.

또한 사랑하는 사람의 얼굴도 어느 순간에 기억속에서 잊혀지게 된다는 사실은 얼마나 슬픈일인가.
다른병도 그렇지만 특히 이병은 사랑하는 주변사람들에게도 크나큰 고통을 남기는 병이라는 생각이 든다.
이 병은 아이한테도 50%의 확률로 유전된다는 사실도 처음 알게 되었다.
알츠하이머를 앓고 있는 사람과 그의 가족들에게 무한한 격려와 용기를 주고싶다.

이 책이 영화로 나온다면 정말 감동적일것 같다.  전혀 소설같지 않은 소설...이 책은 알츠하이머를 앓고 있는 사람만이 아닌 모든 사람들이 읽었으면 하는 책이다. 매우매우 슬프지만 눈물이 펑펑 쏟아지는 그런 종류의 슬픔이 아니다. 오히려 감동이 묻어나는 슬픔을 느낄수 있을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