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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 걸음의 여행
리처드 C. 모라이스 지음, 서현정 옮김 / 노블마인 / 2012년 3월
평점 :
절판
언뜻 자서전처럼 느껴지는 소설 '백걸음의 여행'에서 우리는 인도소년 하산과 그의 가족의 발자취를 따라서 인도=>런던=>프랑스의 산속 마을 뤼미에르=> 파리를 거치며 하산의 인생역전을 들여다보게 된다. 상상조차 할 수 없는 감미로운 다양한 세계 여러나라의 요리와 더불어.
할아버지 식당에서 배어나오는 매콤한 생선카레냄새를 맡으며 태어난 하산의 인생은 아마도 그때부터 이미 쉐프의 길이 운명지어졌는지도 모르겠다.
점심도시락 배달직에서 노천식당에 이르기까지 어찌 됐든 요리와 관련된 일을 했던 할아버지서부터, 현대적인 교육을 받았다고는 하지만 그래도 평생 요리만 알고 지내온 아빠의 영향으로 하산은 일찌감치 요리에 눈을 뜨게 된다.
그러나, 부유한 삶을 살았던 어린시절 불행한 사고로 엄마를 잃게 되고 그 사고로 하산가족은 사랑하는 인도를 떠나 런던으로, 그리고 다시 유럽전역을 돌며 미각여행을 하기에 이른다.
그리고 이러한 떠돌이 삶에 지칠 즈음 운명처럼 그들의 눈앞에 나타난 프랑스의 시골 마을 뤼미에르에 정착하게 되고, 하산의 새로운 인생이 이 곳에서부터 펼쳐지게 된다.
책을 읽으며 백걸음의 여행은 어느 곳으로의 여행을 뜻하는 것일까 궁금했었는데, 바로 이 곳에서 만나게 되는, 하산의 집과는 불과 백걸음의 거리에 있는 프랑스의 유명한 쉐프 말로리의 레스토랑에서 쉐프로써의 첫걸음을 떼게 되는 것을 말한다.
비록 그렇게 어렵게 첫걸음을 떼긴 했지만, 누구나 그렇듯이 자신의 앞날이 어떠하리라는 것을 미처 생각지 못했겠고, 악연인듯 싶었던 그녀와의 만남이 하산의 앞날을 운명지어지게 될 소중한 인연이 되리라고는 상상도 못했을 것이다.
이 책에서는 요리도 요리지만 쉐프로써 자신만의 기준을 가지고 당당히 행동하는 인물들의 모습이 참 매력적이다. 자신의 가문에 대해 굉장한 자부심을 가지고, 하산의 든든한 정신적 지주가 되는 고집불통인 듯 하면서도 순수한 정신을 지니고 있는 하산의 아버지, 심술궂고 인종주의에 사로잡힌 듯한 모습 이면에는 프랑스의 저명한 쉐프다운 완벽에 가까운 전문성과 겉으로 드러내지 않은 정을 지니고 있는 마담 쉐프 말로리. 그리고 하산이 파리에서 만나 오랜 세월 같은 세계에서 경쟁자이자 든든한 조언자가 되어주는 프랑스 최고의 쉐프에 이르기까지, 하산이 프랑스 최고의 쉐프가 되는데 있어서 큰 힘이 되어준 이들이다.
미슐랭 가이드에 대한 이야기는 많이 들어봤는데, 별 하나의 차이로 고객수에 엄청난 차이가 생기게 되고 생존여부에 치명타가 될 수도 있다는 사실은 첨 알게 되었다.
절대적이고 철저한 기준에 의해 평가되는 미슐랭 가이드에 대한 새로운 이면을 들여다보게 되었다. 프랑스에서 하산가족이 겪는 대우와 평가를 보면서 똘레랑스 정신의 내면에 잠재되어 있는 프랑스인들의 사고도 어느 정도 느낄 수 있다.
이 소설도 영화화된다고 하는데 여느 작품과 마찬가지로. 아마도 책에서 보여주는 하산의 인생역전을 제한된 분량내에서 다 표현하기에는 역부족일 듯 싶지만 그래도 시각적 효과가 뛰어날 영화가 너무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