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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파이브 - 잭 더 리퍼에게 희생된 다섯 여자 이야기
핼리 루벤홀드 지음, 오윤성 옮김 / 북트리거 / 2022년 2월
평점 :

안개 자욱한 130여년 전 런던 거리를 배경으로 탄생한 세기의 살인마 '잭 더 리퍼' 는 정말로 실존 인물이었던걸까? 아니면 대중의 상상으로 만들어낸 허구의 인물인걸까?
현재까지도 세계 각국에서 뮤지컬,영화,만화,소설,게임,연극 등 다양한 매체의 주인공으로 등장하고 있고, 살인사건이 벌어졌던 런던에서는 '잭 더 리퍼 투어상품'까지 버젓이 팔리고 있는, 그야말로 최대의 인기를 누리고 있다.
'잭 더 리퍼'를 치면, 대부분 공통되는 단어가 '매춘부를 잔인하게 살해한 살인마' 라고 되어 있듯이,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에게 희생된 여자들이 매춘부라고 알고 있다. 이 '매춘부'라는 한 단어로 인해 피해자에 대한 동정심이 다소 희석되기도 했고, 피해자의 처참한 희생이 묻혀버렸다.
이 책은 바로 이 부분을 바로잡고자 한다. 실제로 희생된 5명의 여자들 가운데 적어도 3명은 매춘부였다는 어떠한 증거도 없고, 설령 매춘부였다 하더라도 매춘부였기에 죽어도 싸다. 라는 인식을 받게 해서는 안되는 것임을 주장한다.
책을 읽으면서 저자가 얼마나 많은 자료를 철저히 조사하고 분석했는지 정말로 놀랄 따름이다.
이 책은 5명 피해자 각각의 어린시절에서부터 살해당하기 직전까지 한 인물의 일대기를 담고 있지만, 더 나아가서는 대영제국 최대의 전성기였던 빅토리아 시대의 이면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런던의 뒷골목과 빈민가의 상상을 초월하는 열악한 환경에서부터 그 당시 가부장적인 사회 분위기에서의 여성의 위치, 제대로 된 피임방법을 몰라 찌든 가난 속에서 엄청난 수의 자녀들을 출산하고 돌봐야했던 최하위층 여성들의 처절했던 삶에 대해 너무도 생생하고 자세히 묘사되어 있다.
게다가 실존 인물들이나 장소 등 흑백사진들도 담겨 있어서 보는 내내 한 편의 역사 이야기를 읽는 느낌이었다.
마지막 10여 페이지에 담긴 저자의 마무리 이야기는 그 어떤 이야기보다 공감이 가고 인상적이었다.
누구도 알 수 없고 잡을 수 없는 잭 더 리퍼의 허상에 물들어버린 우리들은 130여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그를 살아 숨쉬게 하고 대신 희생자들은 철저히 망각하고 있음을..그 피해자들은 '그저 매춘부'가 아니라 그들도 여자였고 한 인간이었음을 기억해야 한다고 말한다.
지금까지 그 어느 누구도 거론하지 않았던 부분에 대한 깊이있는 이야기가 심금을 울렸다.
저자는 2005년부터 기록보관소에 묻혀 있던 자료들을 찾아내고 철저한 고증을 바탕으로, 역사 속에 묻혔던 여성들에 대한 이야기를 꾸준히 집필하고 있다고 하는데, 다른 작품이 국내에 출간된다면 꼭 읽어보고 싶을 정도로 인상적이었다.
[ 북트리거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아, 자유로운 느낌으로 써 내려간 내용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