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과는 떨어지지 않는다
리안 모리아티 지음, 김소정 옮김 / 마시멜로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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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60 페이지가 언제 줄어드는지도 모른 채 몰입해서 읽은 책이다.

문장이 무척이나 섬세하고, 일단은 주인공들의 심리묘사라던지 대화의 가독성이 끝내주게 좋아서 한문장 한문장 그냥 지나치지 못하게 만든다. 

추리미스터리라는 장르답게 긴장감과 하나씩 벗겨지는 진실공방 또한 맛깔스럽게 전개된다.

 

테니스 출신 부부와 역시 테니스 선수 출신인 4명의 자녀로 구성된 델라니 가족은 겉으로 보기에는 남부럽지 않은 성공한 스포츠 가족이다. 그러나, 어느날 엄마 조이가 핸드폰도 남겨둔 채 잠적하는 사건이 발생하게 되고, 이를 계기로 가족간의 불신, 지나온 시간동안 쌓여 왔던 감정들, 경찰들이 의심대상 1호로 지목한 아빠 스탠에 대한 네 남매의 엇갈린 감정 등이 6개월 전의 시점과 현재의 시점이 교차되면서 조금씩 드러나게 된다.

동시에, 6개월 전 스탠,조이 부부의 집에 느닷없이 들이닥친 사반나라는 젊은 여성이 그 짧은 기간동안 이들 가족에게 미쳤던 영향과, 조이의 잠적과 동시에 사라져버린 행방에 온갖 궁금증이 쌓이게 된다. 도대체 이 사반나라는 여성의 정체는 무엇이고, 조이는 과연 어디로, 왜 갑자기 잠적해버린 것일까?

 

이 소설은 일단 '잠적' 과 '의문의 여성' 이라는 상황 자체만으로도 뭔가 미스터리한 사건이 발생한 것처럼 독자로 하여금 상상하고 추리하게 만든다. 

그리고 더 나아가서는 델라니 가족간의 묘한 심리를 심도있게 묘사한 가족심리스릴러의 완벽한 성격을 갖추고 있다. 

 

남들이 보기에 완벽한 가정일지라도 고민이 없는 가정은 없기 마련 !! 

델라니 가족도 겉으로 보기에는 남부러울 것 없는 성공한 가족이지만, 그 안을 파헤쳐 들어가보면 잉꼬부부로만 여겨졌던 스탠 조이 부부간의 갈등, 테니스에 대한 자신들의 꿈으로 4명의 자식들을 옭아맨 부모의 지나친 기대와 욕심, 4명의 형제들 사이에 미묘하게 존재하는 경쟁의식과 질투, 불만 등이 내재되어 있다. 흔하다면 흔할 수 있는 가족 안에서 벌어지는 이러한 상황과 심리 묘사가 너무 흥미롭게 전개된다. 

 

이 작가의 전작 가운데 << 허즈번드 시크릿 >> 만 읽어봤었고, 그 때는 지금만큼의 임팩트는 사실 느끼질 못했었는데, 이번 책은 완전 내 취향이다.

아무래도 다른 책을 한 권 더 읽어봐야 이 작가의 작품 색깔을 확실히 알 수 있을 것 같다. 

 

 

 

 

 

 [ 마시멜로 출판사로부터 가제본을 제공받아, 자유로운 느낌으로 써 내려간 내용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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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파이브 - 잭 더 리퍼에게 희생된 다섯 여자 이야기
핼리 루벤홀드 지음, 오윤성 옮김 / 북트리거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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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명의 희생자의 삶을 통해, 빅토리아 시대의 처절했던 여성들의 삶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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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파이브 - 잭 더 리퍼에게 희생된 다섯 여자 이야기
핼리 루벤홀드 지음, 오윤성 옮김 / 북트리거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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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개 자욱한 130여년 전 런던 거리를 배경으로 탄생한 세기의 살인마 '잭 더 리퍼' 는 정말로 실존 인물이었던걸까? 아니면 대중의 상상으로 만들어낸 허구의 인물인걸까?

현재까지도 세계 각국에서 뮤지컬,영화,만화,소설,게임,연극 등 다양한 매체의 주인공으로 등장하고 있고, 살인사건이 벌어졌던 런던에서는 '잭 더 리퍼 투어상품'까지 버젓이 팔리고 있는, 그야말로 최대의 인기를 누리고 있다. 

'잭 더 리퍼'를 치면, 대부분 공통되는 단어가 '매춘부를 잔인하게 살해한 살인마' 라고 되어 있듯이,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에게 희생된 여자들이 매춘부라고 알고 있다. 이 '매춘부'라는 한 단어로 인해 피해자에 대한 동정심이 다소 희석되기도 했고, 피해자의 처참한 희생이 묻혀버렸다. 

 

이 책은 바로 이 부분을 바로잡고자 한다. 실제로 희생된 5명의 여자들 가운데 적어도 3명은 매춘부였다는 어떠한 증거도 없고, 설령 매춘부였다 하더라도 매춘부였기에 죽어도 싸다. 라는 인식을 받게 해서는 안되는 것임을 주장한다.

책을 읽으면서 저자가 얼마나 많은 자료를 철저히 조사하고 분석했는지 정말로 놀랄 따름이다. 

 

이 책은 5명 피해자 각각의 어린시절에서부터 살해당하기 직전까지 한 인물의 일대기를 담고 있지만, 더 나아가서는 대영제국 최대의 전성기였던 빅토리아 시대의 이면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런던의 뒷골목과 빈민가의 상상을 초월하는 열악한 환경에서부터 그 당시 가부장적인 사회 분위기에서의 여성의 위치, 제대로 된 피임방법을 몰라 찌든 가난 속에서 엄청난 수의 자녀들을 출산하고 돌봐야했던 최하위층 여성들의 처절했던 삶에 대해 너무도 생생하고 자세히 묘사되어 있다.

게다가 실존 인물들이나 장소 등 흑백사진들도 담겨 있어서 보는 내내 한 편의 역사 이야기를 읽는 느낌이었다. 

 

마지막 10여 페이지에 담긴 저자의 마무리 이야기는 그 어떤 이야기보다 공감이 가고 인상적이었다. 

누구도 알 수 없고 잡을 수 없는 잭 더 리퍼의 허상에 물들어버린 우리들은 130여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그를 살아 숨쉬게 하고 대신 희생자들은 철저히 망각하고 있음을..그 피해자들은 '그저 매춘부'가 아니라 그들도 여자였고 한 인간이었음을 기억해야 한다고 말한다. 

 

지금까지 그 어느 누구도 거론하지 않았던 부분에 대한 깊이있는 이야기가 심금을 울렸다. 

저자는 2005년부터 기록보관소에 묻혀 있던 자료들을 찾아내고 철저한 고증을 바탕으로, 역사 속에 묻혔던 여성들에 대한 이야기를 꾸준히 집필하고 있다고 하는데, 다른 작품이 국내에 출간된다면 꼭 읽어보고 싶을 정도로 인상적이었다. 

 



 
 

 

 [ 북트리거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아, 자유로운 느낌으로 써 내려간 내용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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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점심 먹는 사람을 위한 시집
강혜빈 외 지음 / 한겨레출판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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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집을 내가 마지막으로 읽은 게 언제더라?? 기억조차 하기 힘들 정도로 까마득한 옛날인 듯 하다. 

학창시절때도 국어시간에 젤 어려웠던 숙제가 시쓰기였고, 젤 어려웠던 분야 또한 이 시 분야였던 기억도 난다. 

 

이번에 한겨레출판사에서는 혼자 점심 먹는 사람을 위한 산문과 시를 셋트로 출간했는데, 서평단 활동 덕분에 이렇게 정말 오랜만에 시를 만나보게 되었다. 

이 시집을 읽으면서 가장 먼저 느낀 생각은, 내가 시에 대해 잘못된 지식을 가지고 있었나?? 였다. 

9명의 시를 읽으면서 어떤 시는 마치 산문을 읽는 듯한 느낌이었다. 내가 알고 있는 시는 연,행 이라는 문단의 형식이 있어야 하고, 운율이 있어야 하고..등등 시에 대해서 나만의 고정 지식에 틀어박혀 있었나보다. 찾아보니, 이런 시가 바로 산문시였음을 이제서야 알게 되었다. 

 

이 시점에서 갑자기 '시의 정의'가 궁금해져서 그것도 찾아봤는데 각각의 문학관이나 관점에 따라 시의 정의는 각양각색이라고 한다. 그만큼 시라는 장르는 정의내리기도 힘들고, 쓰는 것도 일반 소설이나 에세이보다 더 어려울 것 같고(지극히 개인적인 생각에서), 그리고 해석하기는 더더욱 어려운 것 같다. 그런데 또 그만큼 매력에 한번 빠지면 헤어나오기 힘든 것도 역시 이 시인것 같다. 

 

점심, 점심시간이라는 소재를 지닌 이 책 속의 다양한 시를 읽으면서 또한, 시는 역시 천천히 읽어야 함을 느끼게 된다.

버스 안에서, 짬짬히 틈나는 시간에 시를 읽으니 그 느낌이 고스란히 전해지기도 힘들고, 시에 담겨 있는 의미를 오롯이 이해하기가 힘들었다.

그래서 고용한 밤 시간에 커피와 함께 차분히 읽어내려가니 훨씬 좋다.

 

이 시집에도 셋트의 산문책처럼 부록에는 9명의 시인들에게 점심과 관련된 질문을 던지고 있어서 흥미롭게 읽힌다.

또한 이 책에는 의외로 많은 산문시가 담겨 있는데, 나에게 맞는 것은 산문시인듯 싶다. 

읽기도 편하고 이해하기도 훨씬 수월해서 이 책 덕분에 실컷 음미할 수 있었다. 

 

 

 

 

 [ 한겨례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아, 자유로운 느낌으로 써 내려간 내용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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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달래 고서점의 사체 하자키 일상 미스터리
와카타케 나나미 지음, 서혜영 옮김 / 작가정신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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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자키 일상 미스터리 시리즈 가운데 << 고양이섬 민박집의 대소동 >> 에 이어 이번에는  << 진달래 고서점의 사체 >> 를 읽어보았다.

시리즈 3권은 모두 하자키라는 가상의 해안도시에서 벌어지는 사건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하자키 목련 빌라 - 진달래 고서점  - 고양이 민박집 순인데 나는 순 거꾸로 읽어버렸지만, 뭐 내용 이해하는데는 전혀 문제없다. 
 
불.운.이.너.무.많.다.
띠지에 적힌 이 문장이 무슨 얘기인가 싶었는데 아하 !!! 이 책의 주인공인 마코토를 두고 하는 말이었다.
안 좋은 일은 연속으로 터진다지만 정말이지 꼬여도 너무 꼬였다. 
다니는 회사는 망해서 한순간에 실직자로 추락해버리고, 기분전환으로 떠난 여행지에서는 호텔에서 불이 나 수많은 사상자를 내고 불에 탄 시체까지 직접 목격하면서 충격에 휩싸인다. 심신이 지친 가운데 조용한 해수욕장을 찾은 그녀. 그러나 거기서 파도에 떠밀려온 시체 발견 !! 우여곡절 끝에 자의반 타의반으로 진달래 고서점에서 임시직원으로 일하던 중, 도둑으로 오해받고 냄비로 머리를 맞게 되고, 나중에는 관에 갇히는 최악의 경우까지 발생하게 되는데..
정말이지 너무 불쌍한 주인공 마코토 !! 
 
이 책은 이런 마코토에게 벌어지는 불운을 보는 재미(?) 도 재미지만, 하자키 해변에서 마코토가 발견한 시체를 둘러싼 하자키의 명문 마에다가의 복잡하고 비밀스런 가족사, 거기에 진달래 고서점 안에서 마코토와 로맨스 소설의 매니아이자 이 서점의 주인인 마에다 베이코 노부인이 주고받는 고전 로맨스 소설 이야기도 꽤나 흥미롭다. 마에다 여사가 가장 좋아하는 고딕 로맨스 소설 < 핏빛 어제일리어 > (어제일리어 = 진달래) 를 따서 이 고서점의 이름을 지었다. 마에다 여사가 추천한 고딕 로설들이 궁금해서 찾아봤는데 나도 재밌게 읽은 레베카 빼고는 검색되는 작품들이 하나도 없어서 더더욱 궁금해졌다. 빅토리아 홀트, 메리 스튜어트, 필리스 A.휘트니, 힐러리 워 등도 이 소설 덕분에 처음 알게 된 고딕 로설 작가들이다. 
 
개인적으로는 고양이 민박집보다 이 진달래 고서점 이야기가 더 흥미롭고 아무래도 고서점이라 소설 속 배경을 혼자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참 좋은 시간이었다. 코지 미스터리라 잔인한 장면 없이 미스터리한 점도 좋고, 범인을 추리하는 과정보다는 그냥 이야기 자체만으로도 충분히 재미지다. 
 
 



 

 

 

 

 

 [ 작가정신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아, 자유로운 느낌으로 써 내려간 내용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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