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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을 나는 타이어
이케이도 준 지음, 권일영 옮김 / ㈜소미미디어 / 2022년 5월
평점 :

예전에는 장르소설하면 일본보다는 북유럽이나 영미쪽이 더 재미있었다. 그런데 몇 달전 미치오 슈스케의 소설을 연달아 읽고 관심밖의 작가에서 좋아하는 작가로 바뀐데 이어 최근 이케이도 준이라는 작가를 정말 뒤늦게 알게 되면서 일본 장르소설에 푹 빠졌다.
이번에 소미미디어에서 출간된 < 하늘을 나는 타이어 > 는 내가 읽은 이케이도 준의 두 번째 작품인데, 800 페이지의 분량이 언제 끝났나 싶을 정도로 끝내주는 가독성과 재미를 선사해주었다. 게다가 대기업에 맞서 외롭게 싸워나가는 중소기업의 투쟁을 그린 사회파 소설로, 처음부터 끝까지 지루할 틈 없이 밀고 당기는 스토리 전개가 정말 흥미롭다.
첫 페이지에 엄청난 등장인물 관계도가 등장하는데 사실 이 관계도를 보고 살짝 겁을 먹긴 했었다. 원체 등장인물 이름을 잘 외우질 못해서 이거 또 엄청나게 관계도를 들춰보겠구나 싶었는데, 기우에 불과했다. 많은 등장인물이 나오긴 하지만 읽다보면 자연스럽게 눈에 익을 정도로 이야기가 참 매끄럽고 독자들이 이야기에만 몰입할 수 있게 친절하게 안내해준다. 그러니 나같은 사람도 금새 익숙해지니 미리 겁먹지 말기를 !!!
대기업의 진실 은폐, 데이터 조작, 돈으로 매수하려는 행위. 그리고 이런 대기업의 횡포로 인해 모든 것을 잃게 되고 낭떠러지 끝에 몰린 한 중소기업의 끈질긴 투쟁 스토리는 우리가 자주 접할 수 있는 소재임에는 분명하다. 그럼에도 이 책은 전혀 식상하지 않게 느껴지고, 나를 포함 많은 독자들의 찬사를 받고 있다.
개인적으로는 강자인 대기업과 약자인 중소기업 모두에게 연관되어져 있는 '은행' 의 횡포, 이중적인 모습 등이 특히 신선하게 읽혔다.
대기업 임원들의 뻔뻔스러움, 사망사고로 이어졌음에도 대기업 이름만 믿고 사건을 은폐하려는 행동들은 말할 필요도 없지만, 은행 입장에서 필요할 때는 단골고객 운운해가면서 온갖 것을 요청하면서, 정작 그 단골고객이 힘든 상황에 처했을 때는 자신들의 입장만 고수하고 매몰차게 등을 돌려버리는 은행의 처신도 비판받아 마땅하다. 기업에 고액지원하기까지, 그리고 그 후 사후관리 등 은행입장에서 맞닥뜨리는 문제들도 이 소설이 주는 재미 가운데 하나인데, 바로 전 < 샤일록의 아이들 > 에서와 마찬가지로 이번 소설에서도 이 은행의 비중이 상당히 크다.
이번 소설은, 실제로 2000년에 발생했던 '미쓰비시자동차공업 승용차 리콜사건 은폐사건'을 배경으로 씌여졌는데, 저자는 같은 미쓰비시 계열은행에서 장기간 근무하면서, 대기업의 현실을 파악할 수 있었던 경험이 토대가 되어져 이같은 리얼한 사회고발 소설이 완성되어졌다.
영화와 드라마로도 나왔던데 원작만큼의 재미가 보장될지는 모르겠지만 꽤 궁금하긴 하다.
[ 소미미디어 출판사에서 제공받아, 자유로운 느낌으로 써 내려간 내용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