젠더 크라임 이판사판
덴도 아라타 지음, 이규원 옮김 / 북스피어 / 202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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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에서 제공받아, 자유로운 느낌으로 써 내려간 내용입니다.


아주 예전에 읽었던 < 영원의 아이 > 가 너무 인상적이어서, '텐도 아라타'라는 이름은 내가 풀네임을 제대로 기억하고 있는 몇 안되는 일본 작가 중 한 분이다. (그 후 읽었던 < 가족 사냥 > 은 뭐 소소였지만..)

그리고 참 오랜만에 이 작가의 책을 읽게 되었다. 그것도 따끈한 신간으로..(' 애도하는 사람' 은 위시 리스트에서 잠자고 있고 ! )


두 손이 묶인 채 알몸으로 발견된 한 남자의 시체가 발견되는데 범인의 흔적을 찾지 못해 수사에 난황을 겪던 중, 시바라는 한 경찰의, ' 남성의 시체에서는 왜 강간을 의심하지 않는가?' 라는 의문에 의거해, 남성의 항문에서 ' 눈에는 눈 ' 이라는 단어가 씌여져 있는 쪽지를 발견하게 된다.


그리고 살해된 남자의 아들이 몇년 전 집단강간의 가해자 중 한 명이라는 사실이 드러나게 되면서, 수사는 이 사건의 가해자와 피해자를 중심으로 진행되게 된다. 수사과정에서, 가해자 3명은 그 어떤 처벌도 받지 않은 채 풀려났고, 피해자는 그 어떤 사과도 듣지 못한 채 힘든 시간을 지내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그렇다면 이 가해자 중 한 명의 아버지가 살해된 사건과 피해자의 연관성이 언뜻 떠오르게 되는데, 또 이야기가 이대로 진행된다면 너무 밋밋하지 않은가..역시 결말까지도 예측할 수 없는 이야기가 전개되는데...





성폭력의 가해자와 피해자의 이러한 부조리한 이해불가의 상황은 우리나라에서도 정말 쉽게 마주할 수 있다.

이 책에서 등장하는 그 외의 이야기들, 성폭력 후 경찰취조 과정에서 피해자 여성이 겪어야만 하는 수치심도 그렇고, 가정 내 폭력에서의 여성들의 피해사건들은 시대가 변하고 가치관이 바뀌었다고는 해도 여전히 너무도 빈번하게 벌어지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저자는 < 영원의 아이 > 이후 오랜 기간 이러한 젠더 폭력, 남녀 불평등 등에 관해 많은 관심을 가지고 꾸준히 고민을 해 왔다고 한다. 그래서일까, 이 소설의 소재도 그렇고 이야기 속에서 종종 이에 관련된 저자의 생각을 읽을 수 있다. 일본에서 당연시 여겨왔던 부인이 남편을 부르는 호칭에 대해서도 소설 속 주인공들의 대화를 빌려, 가정 내 남녀간의 불평등을 언급하고 있다.


" Stop Killing Women "


표지에서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이 문구가, 이 책에서 다루고자 하는 이야기의 방향을 가장 잘 표현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직접적인 살인 자체도 포함될 수 있겠고, 정신적, 육체적 피해를 입혀 인생이 망가지게 만든 간접적 살인 모두..





이 책은 북스피어 출판사의 ' 이판사판 시리즈' 의 작품이라고 하는데, 시리즈 이름도 참 재밌다. 시리즈 이름은 이렇게 해도, 저렇게 해도 기억 못하는 것은 마찬가지이니, 절대 까먹지 않을 이름으로 정한 것이 이판사판이라고 하는데 정말 절대 안 잊힐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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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개 줍는 아이들 1
로자문드 필처 지음, 구자명 옮김 / 리프 / 202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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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에서 제공받아, 자유로운 느낌으로 써 내려간 내용입니다.


전 세계 천만 독자의 인생 소설이라고 일컬어지는 로자문드 필처의 < 조개 줍는 아이들 >.

그 천만 독자 가운데 나도 포함된다. 나 또한 20년 전에 이 책을 나의 인생 소설로 주저없이 꼽았었지 !


출판사의 신간 소식에서 이 책의 제목을 접하는 순간, 20년 전 이 책을 읽으면서 느꼈던 그 감정들이 한순간에 몰려오면서 정말로 그리워졌다.

간혹 옛날에 너무 좋았던 책을 세월이 지난 후 다시 읽으면 그 때의 그 느낌과는 다른, 조금은 실망스러운 책도 있기 마련인데, 이 책은 20년이 지난 지금도 변함없이 좋다.





이 소설의 주인공은 64세의 페넬로프라는 여성이다.

그리고, 초기 라파엘 화풍의 대가였던 아빠 로런스 스턴이 딸의 결혼 선물로 그려준 < 조개 줍는 아이들 > 과 몇 점의 유작들이 이 이야기의 중심에 서 있다.


페넬로프의 세 자녀 중 첫째 낸시와 셋째 노엘은 우연한 기회에 이 할아버지의 그림들이 엄청난 돈이 된다는 사실을 알게 된 후, 끊임없이 엄마 페넬로프를 설득시킨다. 평소 엄마와 가장 돈독하고 커리어우먼으로 성공한 둘째 올리비아만이 이런 형제들의 행동을 저지하고 엄마의 편에 선다.


그러나, 굉장히 강인하고 독자적인 여성인 페넬로프는 이러한 자녀들의 속내를 간파하고 자신의 주관에 따라 판단하고 행동하는데, 이렇듯 이 그림을 둘러싼 엄마와 자녀간의 갈등이 마지막까지 굉장히 현실적으로 묘사된다.




그렇다고, 이 두꺼운 책의 내용이 이 부분만으로 채워져 있는 것은 아니다.


이 이야기를 중심으로 페넬로프의 부모 이야기, 페넬로프의 어린 시절, 결혼, 사랑 등 과거의 이야기가 파노라마 같이 펼쳐진다. 더불어 그녀의 다양한 주변인물들에 대한 이야기도 한 챕터씩 등장하는데, 읽다보면 이 모든 인물들도 이 소설에서 결코 빼놓을 수 없는 또 하나의 주연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만큼 페넬로프의 인생에 있어서 가족, 인연의 끈은 쉽게 놓을 수 없는, 그녀가 가장 소중히 여기는 보물이다.

그렇기에, 그녀와 피 한방울 섞이지 않은 두 젊은이들에게 자녀 이상의 무한한 사랑과 믿음을 줄 수 있는 것이다.






각자의 입장을 독자가 공감할 수 있게끔 하는 디테일하고 섬세한 심리묘사가 굉장히 매력적이다.

또한,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영국의 아름다운 시골 풍경에 행복함이 젖어드는 서사적 표현은 한 편의 수채화를 들여다보는 것 같고, 과거의 시간을 서술하는 내용에서는 마치 흑백 필름을 마주하는 듯한 느낌도 든다.

그러나 개인적으로 이 책의 가장 큰 매력이라고 한다면, 주옥같은 문장이 곳곳에서 툭툭 튀어나와서 읽다가 멈춰 그 문장을 몇 번이고 되새김하게 만든다는 사실이다.


마치 이 세상에 페넬로프가 살아 있을 것만 같은, < 조개 줍은 아이들 > 그림도 어딘가에 존재하고 있을 것만 같은 착각에 빠진다. 당당하고 마음이 풍요로운 노년의 삶, 인생을 조망하는 너무도 아름다운 책이다.

다시금 확고히 자리매김한 나의 인생소설 !!!


영화가 있었네 !!! 너무 보고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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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 다리, 서울을 잇다 - 공학 박사가 들려주는 한강 다리의 놀라운 기술과 역사
윤세윤 지음 / 동아시아 / 202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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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에서 제공받아, 자유로운 느낌으로 써 내려간 내용입니다.



외국인들이 서울을 방문하면 가장 인상적인 장소 중 대표적인 곳이 바로 이 한강이라고 한다. 실제로 예전 근무회사에서도 외국출장자들이 이 한강을 마주하고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던 기억이 난다. 그 후로는 꼭 누군가 출장자가 오면 이 한강을 구경시켜주는 것이 하나의 관례로 남기도 했었다.

그만큼 세계 그 어느 도시에서도 만나볼 수 없는 한강이 서울에 있다는 사실이 참으로 자랑스럽다.


이 책에서는 바로 이 서울을 잇는 한강 다리에 대한 역사와 숨겨진 이야기들을 공학박사님이신 저자가 직접 곳곳을 답사하면서 현장감 있게 소개하고 설명해준다.

총 33개의 한강다리 중(한강에 이렇게나 많은 다리가 있다는 사실에 놀랐다) 8개 다리를 선정해서 다루고 있다.


영화 < 괴물 > 에서 괴물이 숨어 있었던 곳은 바로 원효대교 북단의 복개된 만초천이라고 한다.

저자가 한강에서 가장 아름다운 다리로 뽑고 있는 이 원효대교는 원래는 공사비가 저렴하고 실용성을 우선으로 하는 기존 공법을 이용할 계획이었으나, ' 한강에도 아름다운 다리를 만들어야 한다 ' 는 사회적 요구에 의해 새로운 구조와 공업으로 변경되면서 수려한 대교가 탄생하게 되었다고 한다.

그러나, 국내 최초의 민간투자사업으로 진행되었던 까닭에 초반에는 통행료 징수를 시행했다고 하는데, 이로 인해 대부분의 차량이 우회하면서 투자금 회수도 어렵고 여론도 부정적이라, 결국에는 무료 통행으로 바뀐 거라고 한다.





한강 다리 하면 가장 먼저 '성수대교의 붕괴' 라는 충격적인 사건을 떠올리게 된다.

성수대교 붕괴 이전까지는 한강 다리에 대한 정밀 안전진단이 시행되지 않았었고, 실제로 사고 이후 확인 결과 많은 다리가 붕괴 직전이었다고 하니, 성수대교의 큰 희생 덕분에 더 큰 사고를 막을 수 있었던 것 같다.






강남의 개발을 촉진하고 오늘날의 서울을 만든 주역은 바로 한남대교라고 한다.

시공 당시에는 '제3한강교'로 불리웠고, 88 서울 올림픽 유치와 한강종합개발사업을 거쳐 1984년에 '한남대교' 라는 새로운 이름이 붙여졌는데, 초반에는 양화대교와 마찬가지로 전시에는 군사 목적에 사용할 계획이었다고 한다.






그 외에도, 우리나라 기술진에 의해 만들어진 첫 번째 한강 다리인 양화대교, 우리나라 근대기 한강의 첫 다리인 한강철교, 6.25 전쟁, 5.16 군사정변의 총격전이 발생한 우리나라 현대사의 중요한 현장인 한강대교, 한강 최초의 2층 구조 다리인 반포대교, 한강에 처음으로 케이블을 이용해 만든 올림픽 대교가 소개되고 있다.


그동안은 한강의 다리에 대한 책이라고는 대부분 전문용어로만 채워진 교량 관련 전문 서적 뿐이었기에, 저자는 연구년까지 누군가 한강 다리 관련책을 쓰지 않는다면 본인이 직접 쓰겠다고 다짐하게 되었고, 그렇게 해서 이 책이 탄생하게 되었다고 한다.


책에서 소개된 한강 다리를 통해 서울의 근대화와 발전상, 역사와 사회상을 돌아볼 수 있고, 저자의 답사를 통해 각 다리와 연결된 핫 스폿도 소개해주고 있어서 여러모로 유익한 책이다.

각 다리마다 공법이라던지 다리의 구조나 기술적 특성이 등장하는데, 뼈속까지 문과생인 나한테는 어려운 내용이라 이 부분은 과감히 스킵했다. 그 부분은 패스해도 읽을 가치가 충분한 책이다.

전철, 혹은 자동차로 한강 다리를 건널 때, 이 아름다운 다리들이 예전과는 다르게 의미있게 다가올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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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롱뇽의 49재 - 2024 제171회 아쿠타가와상 수상작
아사히나 아키 지음, 최고은 옮김 / 시공사 / 202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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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에서 제공받아, 자유로운 느낌으로 써 내려간 내용입니다.


결합쌍둥이와 태아 내 태아 라는 쉽게 접하기 힘든 소재를 다룬 소설이다.

처음 책 소개만 보고는 이러한 신체적 특성으로 인한 뭔가 끔찍한 일이 벌어지는 그런 류의 내용인가 싶었는데, 예상과는 다르게 굉장히 심오한 내용을 담고 있다.


안'과 '슌'은 일반적인 샴쌍둥이와는 조금 다르게 머리, 가슴, 배까지 모든 것이 딱 붙어있는 결합쌍둥이이다. 얼굴도 각자 다른 얼굴 반쪽이 중심선으로부터 조금씩 어긋나 있어서, 얼핏 보면 특이한 외모의 장애인으로만 느껴질 정도이다.

그리고, 이들의 아버지와 큰아버지 또한 독특한 결합 방식으로 탄생했었는데, 아버지가 쌍둥이형의 뱃속에서 자라다 분리수술을 받고 세상의 빛을 보게 된다.




안과 슌은, 아버지와 큰아버지가 비록 분리수술로 육체는 분리되었지만 어딘가 이어져 있고 당연히 죽음도 함께 할 꺼라 생각했기에, 어느 날 갑자기 닥친 큰아버지의 죽음은 이 둘에게 크나큰 혼란과 충격을 안겨 주게 된다.

큰아버지의 장례 후 49재를 기다리며, 이에 관해 끊임없는 사유를 하게 되는데 서로의 꼬리를 먹으려고 쫓고 쫓기는 두 마리의 도롱뇽에 자신들을 빗대어 생각한다.


인간은 느끼지 못할 뿐 모두가 눈에 보이지 않는 끈으로 연결되어 있고, 자기만의 몸, 의식, 감정 등을 소유하고 있는 인간은 아무도 없다고 말한다.

' 나는 누구인가' 라는 본질과 인간 관계에 대해 깊이 고민해 보게 하는 철학적 요소를 담고 있는 소설이다.

조금은 난해해서 두 번은 읽어봐야 이 소설의 진가를 제대로 느껴볼 수 있을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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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일록 작전
필립 로스 지음, 김승욱 옮김 / 비채 / 202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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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에서 제공받아, 자유로운 느낌으로 써 내려간 내용입니다.


비채에서 < 노을진 산정에서 > 와 거의 동시에 출간된 장편소설이다.

필립 로스 !! 미국 현대문학의 거장이자 세계의 권위있는 문학상을 휩쓴 유명한 작가라고 하는데 나는 이번에 처음 만나보게 되었다.


자신과 똑같이 생겼고 이름도 같은 사람이 이스라엘에서 TV 출연, 강의 등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다는 주변 지인들의 연락을 받은 주인공인 유명작가 필립 로스는 사칭범을 만나기 위해 직접 이스라엘로 떠나게 된다. 그 곳에서 이스라엘 건국을 위해 평생을 바친 유대인 노인, 제 2차 세계대전 때 당한 폭력으로 후유증을 앓고 있는 사촌 등 다양한 인물들을 만나게 되고, 급기야는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분쟁과 관련된 뜻하지 않은 사건에 휘말리게 된다.


읽는 내내 이것이 사실인지,허구인지 헷갈리는데다가 소설의 주인공 이름마저도 필립 로스여서 마치 회고록을 읽는 듯한 느낌마저 드는데, 알고 보니 저자는 기존에도 이렇게 자신을 주인공으로 등장시킨 작품을 여럿 발표했다고 한다.


책의 핵심 내용은 유대인들의 국민국가 건설을 주장하는 민족운동인 '시오니즘' 과 유대인은 유럽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디아스포리즘' 이다. 책에서도 이와 관련된 대화 내용도 많이 등장하는데, 특히나 저자가 유대인 출신이라는 점에서 저자가 가지고 있는 견해가 책을 통해 표출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디아스포니즘, 시오니즘 같은 용어에 대해 잘 몰랐던 나는 이 책을 굉장히 꼼꼼히, 천천히 읽어야지만 머리속에 들어오는데, 그럼에도 빼곡히 들어찬 문장들이 계속 궁금해지는 건 저자의 뛰어난 필력 덕분이 아닌가 싶다.

중간 이후에는 작중의 인물인 필립 로스가 지금 자신이 처한 상황, 처음 자신을 사칭한 인물에 대한 정보를 알게 된 순간부터 현재까지 도무지 믿지 못할 음모를 나름 정리하는 내용이 대략 8장 정도에 걸쳐 정리하고 있다.

이 부분이 나에게도 지금까지의 방대한 내용을 체계적으로 이해하고 정리하는데 큰 도움이 되었다.


책의 내용 가운데 '공포의 이반'이라 불리는 존 데미야뉴크의 재판 과정이 나오는데, 이 재판 과정과 인물은 실제이다. 책을 통해 이 존 데미야뉴크에 대해 궁금증이 생겨 찾던 중, 관련 영화 < 뮤직박스 > 를 알게 되었다. 1990년에 개봉한 영화지만 평이 엄청 나서 조만간 챙겨봐야겠다.


읽는데 시간은 좀 걸렸지만, 그동안 팔레스타인과 이스라엘의 분쟁, 유대인의 정체성 등에 무지했던 내가 이렇게 관련 영화나 인물에 대해서도 찾아보게 될 정도로 관심이 증폭된, 의미있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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