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자는 숲

잠자는 숲 ㅣ 현대문학 가가형사 시리즈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양윤옥 옮김 / 현대문학 / 2009년 6월

드디어, 이제서야 히가시노 게이고의 작품을 만나볼 수 있었다. 그리고 드디어 그 멋진 가가형사도 만나봤다.

그에 대한 첫 느낌도 좋았고, 마지막까지 날카로운 이성을 지닌 듯하면서도 센치하고 감성적인 면도 보여주는, 가가라는 캐릭터에 반해버렸다.

이 소설은 배경부터 다소 로맨틱하게 느껴진다. 발레, 발레리나. 백조의 호수, 잠자는 숲속의 미녀..

이렇듯 고고하고 우아하게만 느껴지는 세계에서 의문의 사건과 연달아 살인사건과 살인미수까지 벌어지게 된다.

단순하게 이야기가 도쿄 발레단을 중심으로 이어가려나 싶었는데 과거와 현재가 이어지면서 추적해가는 범위도 점점 넓어진다.

영화에서 보면 주역의 자리를 뺏기 위해 단원들간의 갈등도 심하고, 질투도 심하고, 서로에게 피해를 입히는 경우도 많이 봤는데 실상은 그렇진 않은가보다. 이 소설만 보더라도 단원들간의 의리나 우정, 결속 같은 걸 많이 느낄 수 있다.

이 소설에서 다른 무엇보다 가가형사가 파헤쳐가는 추리의 과정이 참 맘에 든다. 군더더기가 없고, 빈틈도 없고 누구나 공감하고 이해할 수 있는 추리를 해나간다. 나같은 독자를 위해 중간쯤 한번 자신의 추리를 정리해주는 센스도 발휘한다.

그리고 이 소설이 더욱 흥미로운 것은 아마도 발레의 세계를 엿볼수 있다는 부분이 아닐까.

건강을 헤칠 정도의 다이어트와 개인적인 감정까지도 허용되지 않는 냉혹한 세계, 그러한 고난에 비해 형편없을 정도로 낮은 수입. 정말로 그 일을 사랑하지 않고서는 버티지 못할 세계이다. 겉으로는 무척이나 화려하고 고급스러워보이는 발레의 세계에 대한 어두운 이면을 알게 되었다. 뭐 어느 예술이나 다 비슷하겠지만...

일본소설이 대부분 그렇듯 이번에도 주인공 이름이 마구 헷갈리는데 다행히 책앞부분에 친절하게도 등장인물의 이름과 한줄 소개가 되어 있어서 끝까지 많은 도움이 되었다.

그나저나 가가형사의 사랑 계속 이어지려나..역자 후기를 보니, 1편 졸업에서의 첫사랑은 그렇게 흐지부지 끝난 관계로 되어 버렸다고 하는데 ..(그 발레리나 중 한명에게 가가는 연민과 살풋한 사랑까지 느끼게 되니, 추리소설로도 좋지만 가가를 주인공으로 한 로맨스 소설도 꽤나 인기있을 것 같은 엉뚱한 생각마저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