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비의 기술 1,2

수비의 기술 2 ㅣ NFF (New Face of Fiction)
채드 하바크 지음 / 시공사 / 2012년 5월

야구소설과 캠퍼스 소설이 한데 어우러져 하나의 멋진 작품이 탄생했다. 자칫 빛을 보지 못하고 사라져버릴 뻔했던 이 책은 저자가 2000년에 쓰기 시작한 이후로 출판사로부터 셀 수도 없이 많은 퇴자를 맞았다고 하는데, 세상에는 이렇듯, 책으로 되어보지도 못하고 사라져버리는 좋은 작품들이 얼마나 많을까 하는 안타까움도 잠깐 들었다.

각설하고, 야구를 좋아하지만 야구소설은 거의 읽어본 적이 없는데 이 책은 소개부터 당당하다. <1Q84>를 제치고 아마존 올해의 책 1위 선정.. 뭐 1Q84는 나에게 그다지 흥미로운 소설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그 뒤의 문구가 아주 유혹적이다.  

야구를 즐겨 보더라도 주로 투수를 눈여겨 보게 되고, 비록 수비를 멋지게 하는 유격수를 보더라도 그 순간뿐, 수비수에 대해 큰 관심은 없었는데 이 책을 읽으면서 이 유격수 라는 포지션에 대해 아주 큰 관심이 생겼다. 아마도 이 책을 읽은 사람들은 이후로 야구경기를 보게 된다면 유격수의 움직임을 눈여겨 보지 않을까.

이 소설은 야구를 중심으로 하지만, 본격적인 야구경기보다는 인물 중심의 스토리가 더 흥미롭게 전개된다.

5명의 등장인물 각각이 안고 있는 사연들이 어떻게 보면 너무나도 심각할 수도 있고, 또 어찌보면 인생에 있어서 한때 스쳐지나가는 시련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청춘..이라는 시기를 놓고 볼 때는 충분히 힘들고 아픈 시간들일꺼라는 생각이 든다. (물론 그 중 어펜라이트 총장은 나이로 볼 때는 청춘이라고 말하기는 힘들지만..)

실력면에 있어서는 어느 누구도 따라가질 못하지만 스포츠에서 유리하게 작용하는 체격조건으로 인해 특별한 대우나 관심조차 받질 못하고 자칫 야구의 길을 일찍 마감하게 될 위기에 놓인 헨리 스크림섄더.

그러나 인생에는 누구나 기회라는 것이 있게 마련인 듯. 헨리는 그 기회가 아주 시기적절하게 찾아온다. 바로 '마이크 슈워츠' 라는 사람에 의해서 웨스티시 대학에 입학하게 되고 그 이후로는 유격수로 승승장구하게 된다. 처음에는 이 마이크라는 사람이 코치쯤 되는 줄 알았는데 마이크 또한 웨스티시 대학의 야구부 포수이다. 마이크는 헨리의 좁게는 야구인생, 넓게는 인생에 있어서 멘토가 되어준다. 가장 맘에 드는 인물이기도 하다.

그리고, 또 한명의 청춘이 등장하는데 바로 헨리의 룸메이트인 장학금의 수혜자 오웬 던.

다소 독특한 분위기의 오웬은 동성애자이다. 야구선수같은 분위기를 띠고 있지는 않지만 오웬도 야구선수이다.

사실, 동성애에 대해 크나큰 편견을 가지지는 않았지만 이 소설에 동성애의 이야기가 등장할 줄은 몰랐기에 뜻밖이라는 생각도 들긴 하다.

60의 나이에 새로운 사랑에 눈을 뜨게 되는 거트 어펜라이트 총장. 본인도 당황해하고 부인하고 싶어하지만 이성보다 감정이 앞서는 걸 어찌 막을 수 있을까..

이 어펜라이트 총장의 딸이자 위의 두 청춘의 사이에 끼게 되는 펠라 어펜라이트. 탄탄한 대학생활을 앞에 두고 사랑에 눈에 멀어 모든 걸 버리고 시작한 결혼생활도 결국 실패하고, 다시 아버지 곁으로 돌아오게 되는데, 사실 이 소설에서 개인적으로는 그다지 큰 호감을 느낄 수 없는 인물이다.

야구선수로써 겪게 되는 슬럼프로 인한 심리적 고통을 안게 되는 헨리나 야구선수로써의 미래가 불투명해지고 금전적으로도 상당한 위기에 처하게 되는 마이크나 이 소설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뜻하지 않은 시련을 겪게 된다.

그러한 시련가운데서도 우정을 강하게 느낄 수 있고 성장통을 겪는 이들 청춘의 모습이 아름답게 느껴지기도 하다.

인생을 야구경기에 비유하곤 하는데 그나마 이들의 상황이 9회말 투아웃 만루의 상항까지는 아닌 듯해서 살짝 안심도 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