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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릴린 로빈슨 지음, 유향란 옮김, 김성곤 해설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11년 12월
평점 :
오랜만에 잔잔하면서도 정말 소설의 느낌이 팍팍 전해지는 작품을 접하게 되었다.
제목에서 느껴지듯이 이 작품에서는 큰 사건도 없고 소설의 배경도 보턴목사의 집이 주를 이루고 있다. 인물도 보턴목사, 20여년전에 집을 나갔던 아들 잭, 그리고 약혼파혼후 아버지를 간호하기 위해 고향으로 돌아온 막내딸 글로리. 그리고 전작의 주인공이었던 에임스 목사. 정도..
어찌보면 아주 단순하다고 느껴질 정도이다.
그리고 이 작품은 어떻게 보면 후속편에 속한다. '길리아드'라는 작품이 전작인데 전작의 주인공이 에임스 목사와 그의 가족사였다면 'Home'의 주인공은 전작에서 주인공의 친구로 나왔던 보턴목사와 그의 가족사이다.
20년만에 돌아온 아들을 아버지는 변함없는 애정과 사랑으로 받아들인다. 아니 아들이 돌아오기 전부터 아버지의 마음속에는 행방을 알수 없는 아들에 대한 걱정과 그리움으로 한시도 마음편할날이 없었던 듯 싶다. 모든 부모의 마음이 그런 것 같다.
그러나 막내딸 글로리는 어릴 때 다른 형제들에 비해 독특한 분위기를 띠고 별로 친할 기회도 없었던 오빠의 갑작스런 귀향이 처음에는 아주 반갑지만은 않다. 어렵기도 하고 그의 존재가 불편하기도 하고..
그런 마음은 잭도 마찬가지이다. 비록 막내여동생이라고는 하지만 그 집에서의 자신의 존재가 이방인같은 느낌도 들고 매번 동생과의 대화에서 고맙다, 정말 친절하다..라는 말을 수시로 할 정도로 다소 거리감이 느껴지는 사이이다. 그리고 자신의 행동에 대해 무의식중에 일일이 해명하려고 하는 행동 등..한마디로 가족이라면 결코 보여지지 않을 행동들이 잭에게서는 나타난다.
20년이라는 시간이 서로에게 그런 틈을 만들어낸것이다. 그러나 자식에 대한 아버지의 감정만큼은 눈물겨울 정도로 지극정성이다. 그리고 잭과 글로리도 같이 아버지의 간호를 하면서 그리고 대화를 하면서 조금씩 서로에 대해 이해하고 비로소 가족이라는 느낌을 가지게 된다.
8남매를 키우면서 항상 집안이 시끌벅적하고 화기애애했던 그 행복했던 시절은 다 지나가고, 아내도 죽고 치매에 걸려 혼자 쓸쓸히 살아가는 보턴 목사를 보면서, 인생의 허무함이 느껴지기도 하다. 자식들이 돌아가면서 찾아오지만 결국 인생은 홀로 남겨진다는 사실..
그리고 자식입장에서는 언제라도 돌아갈 고향이나 부모님의 집이 있다는 사실은 얼마나 행복한 걸까..
이 소설의 주인공격인 잭이 20년동안 어디에 있었으며 왜 갑자기 돌아오게 되었는지..소설이 마무리단계에 이를 때까지 드러나진 않는다.
그리고 마지막에 모습을 나타내는 인물..그리고 지금까지 잔잔하게 흘러가던 이야기에 아주 큰 종지부를 찍게 된다. 그로 인해 그동안의 잭의 행동이며 그럴수 밖에 없었던 상황에 대해 이해가 가게 된다.
이 소설이 종교와 인종차별에 관한 내용이라는 것을 알고는 있었지만 사실 종교에 대해서는 아버지가 목사인만큼 그럴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고, 인종차별에 대해서는 마지막에 이를때까지 거의 느끼지 못했던 부분이다. 단순히 잔잔한 가족소설이라고만 생각했는데 꽤나 인상적인 마무리이다.
이렇게 끝나버리면 안될 것 같기도 하고..3부가 다시 이어질 것 같기도 하다..아니 꼭 3부가 나왔으면 하는 바램이다. 어떤 방향으로 흘러갈지는 모르겠지만...
[ 이 서평은 출판사로부터 해당도서를 읽고 작성하였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