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참치여자 NFF (New Face of Fiction)
사비나 베르만 지음, 엄지영 옮김 / 시공사 / 2011년 11월
평점 :
품절


<나,참치여자> 원제는 <세상의 중심으로 잠수해 들어간 여자>인 이 작품은 흔히 만나볼 수 없는 멕시코 소설이다. 더군다나 저자가 현재 멕시코 문화예술계를 대표하는 인물이라 웬지 잔뜩 기대가 되는 책이다. 원제와 비교해 볼 때 굉장히 다른 느낌이 들긴 하지만 < 나, 참치여자 > 은 일단 간결하고 독특해서 좋다.

 

이 소설의 주인공 카렌은 자폐아인데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자폐아가 아니라 고기능성 자폐증 즉 한 분야에서 엄청난 능력을 가지고 있는 증상이다.(일명 백치 천재)

어릴 때 엄마에게서 온갖 구타와 구박을 받고 자라온 카렌은 엄마가 죽은 후 유산상속을 위해 방문한 이모의 눈에 띄게 되고 이모는 유일한 혈육인 카렌을 몸소 거두게 된다.


이렇듯 카렌의 인생은 이모로 인해 180도 바뀌게 된다. 이모의 도움으로 언어구사능력을 갖추지 못했던 카렌은 적어도 의사소통이 가능한 인간의 모습으로 성장하게 되고 더 자라서는  카렌의 이 일부 분야에서의 뛰어난 능력을 간파한 이모의 도움으로 미국에서 공부도 하고 참치공장운영에도 뛰어들게 된다.

 

카렌은 '나는 생각한다. 고로 나는 존재한다'를 주장한 데카르트를 철저히 부정한다. 이 책속에는 이러한 사상에 관한 카렌의 생각을 자주 만나볼 수 있는데, 인간의 우월성을 강조하고 그럼으로써 인간이외의 모든 생물체의 존엄성을 무시하는 인간의 그러한 이기적인 성향에 대한 반발이다. 우리에게는 너무도 친숙하고 어찌 보면 당연시하게 받아들여졌던 이 데카르트사상이 카렌에 의해 다시금 생각해보게 된다.

 

카렌의 지능의 90%는 백치수준이고 나머지 10%가 천재수준이고 그 10%에 대해서만 모든 것을 걸어보자는 이모의 정확한 판단은 참으로 훌륭하다. 그렇게 자신의 뒤에서 든든한 지원자역할을 했던 이모의 존재는 카렌에게는 이 세상 그 어느 것보다 소중한 존재이리라.

 

참치공장을 운영하면서 세상과의 정상적인(카렌의 말을 빌자면, 스탠더드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의 기준에서 정상적인) 협상에도 굴하지 않고 자신만의 방식을 고집해나간다. 그것은 곧 이기적인 인간을 위한 방식이 아닌 한없이 약한 존재인 참치(더 나아가서는 온갖 생물체)에 대한 배려이자 존중이다.

웬지..카렌이라는 인물이 소설속에만 등장하는 가상의 인물이 아니라 이 세상 어딘가에 실제로 존재하는 듯한 느낌이 든다.

 

얼핏 보면 술술 읽힐 듯 한데 내용이 어느 정도 진행되면서는 철학적인 성격도 느껴지고 결코 만만하게 읽을 내용은 아닌, 꽤 무게가 느껴지는 소설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