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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국의 작은 새
조이스 캐롤 오츠 지음, 고정아 옮김 / 올(사피엔스21) / 2011년 10월
평점 :
품절
마릴린 먼로의 삶을 소설화한 '블론드'를 통해 이 작가를 처음 알게 되었지만 사실 그 때는 마릴린 먼로라는 인물에 대한 관심이 더 컸기에 작가에 대해서는 그다지 알려고 하지 않았던 것 같다.
그리고 이번에 다시 만나게 된 그녀의 작품 '천국의 작은 새'를 통해 비로소 조이스 캐롤 오츠 라는 작가에 대해 자세히 살펴볼 기회를 가지게 되었는데, 여러 종류의 문학상의 후보작에 여러 번 거론되었고 2004년부터는 영미권의 가장 유력한 노벨문학상 후로로 거론될 정도로 꽤 역량있는 작가로써. 작품에서 굉장히 섬세한 분위기가 느껴진다.
이번 작품도, 실상 살인사건과 불륜이라는 어두운 소재를 다루고 있지만 실제로 이 작품을 이끌어나가고 있는 것은, 그러한 외부적으로 드러나는 실체가 아니라, 그로 인해 상처받고 불행을 겪는 사람들의 내면적 갈등과 심리가 주를 이루고 있다.
미국의 소도시 스파타에서 한 때 인기를 한몸에 받았던 아름다운 여가수 조이 크릴러가 잔혹하게 살해당하는 사건이 벌어진다.
그 사건의 용의자는 두명- 살해당시까지 별거중이었던 그녀의 남편 델레이 크릴러와 그녀와 오랫동안 관계를 이어온 에디 딜- 이다.
그러나 델레이에게는 확실한 알리바이가 성립되는데 바로 그의 아들이 그날 밤 그와 내내 함께 있었다는 사실이다.(사실인지 거짓증언인지는 모르겠지만)
에디는 분명 가정을 꾸리는 한 가장이기에, 살해사건과는 또 다른 관점의, 외도라는 사실로 인해 아내와 아들에게 큰 불신을 남기게 되고 가정이 해체되는 위기에까지 이르게 된다.
그러한 아빠를 맘속으로 그리워하고 아빠의 무죄를 굳게 믿는 딸 크리스타의 독백을 통해 이렇게 점점 붕괴되어 가는 가정의 모습과 동시에 그러한 아빠에 대한 애절한 그리움이 절절히 묻어난다.
그리고 조이의 아들 애런은 어머니의 살해현장을 가장 먼저 목격한 사람이다. 인디언계 아버지의 피를 이어받은 그는 아버지의 확실한 알리바이가 되어주지만 가뜩이나 외모적으로 차별을 받고 있던 참에 그 사건으로 인해 더 심한 방황의 길을 걷게 된다.
그렇게 두 용의자의 자녀로써 주변의 따가운 눈총과 멸시를 받게 된 애런과 크리스타는 자신의 아버지야말로 무죄라는 강한 믿음을 가지면서도, 상반되게도 살해자의 자녀일꺼라는 생각을 가지면서도 서로에 대한 관심이 증폭된다. 특히나 크리스타는 애런에 대한 사랑을 몰래 키워가지만 그들의 사랑은 이어가질 못하고 17년이라는 세월이 무심히 흘러가버린다.
그 17년이라는 세월동안 주변인물들에게 그 살인사건은 다른 여느 사건과 다름없이 금새 잊혀지지만 그 둘 그리고 크리스타의 엄마에게는 불행하고 큰 상처를 안고 살아가는 잔인한 17년의 시간이다. 비록 세간의 눈총에서는 벗어났다고 하지만 그로 인해 한번 무너져내린 가족간의 사랑과 믿음은 다시 회복될 수 없게 된다.
독백과 심리적 묘사가 주를 이루어서 초반 집중하기에는 다소 버거웠지만 일단 크리스타의 내면이 느껴진 후부터는 애잔한 마음을 가지고 읽게 된다. 한창 감수성 예민할 시기에 그렇게 자신의곁을 떠나게 된 아빠를 그리워하는 크리스타의 마음에 맘도 아프고 결말도 마음 아프고..
참 쓸쓸한 소설이지만 오히려 이런 쓸쓸함이 기억에 남을 작품이다.
[ 이 서평은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은 도서를 읽고 작성하였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