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기너스 - Beginners
영화
평점 :
상영종료


 



영화에 대한 느낌은 두 가지가 있다.
볼 때는 너무 재밌고 시간가는 줄 모르게 몰입되는데 보고 나면 금새 잊혀지는 영화.
볼 때는 그렇게 좋다는 느낌은 없고 그렇다고 아주 재미없지도 않고..그런데 다 보고나서 영화의 다양한 해석을 보면서 다시 곱씹게 되고 또 한번 본다면 그 진정한 맛을 느낄 수 있을 것 같은 영화. (볼 때도 재밌고 보고 나서도 기억에 오래 남는 영화는 물론 제외하고)

그런 면에서 본다면 [비기너스]는 나에게 있어서 후자에 속하는 영화이다.
그리고 사실 이 영화에서 가장 좋았던 건 배우들이다.

가을 분위기에 너무 잘 어울리는, 쓸쓸하면서도 따스한 눈빛을 담고 있는 이완 맥그리거(올리버). 이 영화에서는 특히나 그런 이미지가 아주 잘 녹아나고 있다.
그다지 부부의 정이 돈독하지 않았던 부모밑에서 자라고, 어른이 되어서도 엄마에 대한 쓸쓸한 기억을 떨쳐내지 못하는 올리버. 암선고를 받고 게이생활을 하는 아버지곁에서 마지막까지 살뜰히 보살펴 주는 한편으로는 그러한 아버지의 모습을 보면서 자꾸만 떠오르는, 어릴 때 기억속의 엄마에 대한 아련한 모습이 회상식으로 등장하게 된다.
이러한 부모의 영향 때문인지 누군가를 사랑한다는 것에 대해 크나큰 믿음도 없고 항상 사랑하는 사람을 스스로 떠나보낸다.

멜라니 로랑.(애나) 어디서 봤더라..계속 생각하면서 그녀의 아름다움에 매료되어버렸는데 나중에 찾아보니 영화 [ 더 콘서트 ]에 나왔었다. 아~맞다, 그 때도 참 예쁘다고 생각했었는데 이번에는 그 매력이 한층 더한 듯하다.
한 곳에 정착하지 못하는 자유분방한 그녀. 올리버를 너무도 사랑하지만 온전히 그에게만 속해지는것이 불안한 그녀이다.
아~이럴 때 남자가 강하게 확 잡아주면 좋을 것을..그녀만큼이나 자신의 사랑에 확신을 갖지 못하는 올리버이기에 이 둘의 사랑은 잠시 이별을 고하게 된다.

이 영화에서는 두 사람의 사랑이 메인이고 아버지는 조연일까 싶었는데, 두 주인공 못지않게 강한 인상을 남긴 크리스토퍼 플러머(할). 내가 너무도 사랑하는 영화 '사운드 오브 뮤직'에서 완전 나를 매료시켰던 그 잘생긴 대령. 비록 세월이 너무 많이 흘러버려 그 때의 모습은 찾아보기 힘들지만 그만이 표현해낼 수 있는 연기의 색깔..너무 멋지다.
75살 시한부 인생의 선고를 받고. 비로소 자신의 삶을 찾고자 노력하는 아버지 할.
다행히 그의 게이성향을 이해해주는 아들이 곁에 있어 참 행복한 노년을 맞을 수 있지 않았나 싶다. 게이로써 사랑하는 사람을 찾고 게이생활을 하고.비록 그것이 무엇이 되었든지간에 뒤늦게나마 자신의 진정한 행복을 찾는다는 것은 참으로 행복한 일인듯 싶다.
아들과 책방에도 가고. 파티도 자주 열고. 게이애인도 자주 찾아와주고..

아 참. 이 영화에서 빼놓을 수 없는 또 하나의 배우. 바로 올리버의 애완견. 그런 애완견 하나 있으면 정말 맘속까지 다 터놓고 든든할 것 같다.
그리고 나는 영화를 볼 떄 포스터를 참 눈여겨 보는 편인데 우리나라와 외국 포스터의 이미지의 분위기가 아주 다르다. 같은 영화라 해도 포스터에 따라 이렇게 느낌이 다를 수가 있다는 사실. 영화를 보고 난 후에도 그런 생각이 든다. 그렇지만 양쪽 다 특색 있고 맘에 들어~

영화속에서는 올리버가 그림을 그리는 장면이 등장한다. 그의 진짜 실력인가 싶어 깜짝 놀랐는데 알고 보니 그 작품도 감독의 실제 그림실력이고. 이 영화 자체도 감독의 아버지의 삶을 재조명한 것이라고 한다.

누구나 새로운 것을 시작하는 것은 참 힘들겠지만, 특히나 이 영화의 주인공처럼 어릴 때 각자의 사연으로 인해 마음속에 무언가 깊은 상처나 안좋은 기억이 자리하고 있다면, 거기에서 벗어나기란 더 힘들 것 같다. 영화속 올리버도 그렇고, 애나도 그렇고..그렇지만 할처럼 그렇게 뒤늦게 인생의 참다운 맛을 느끼기 전에. 지금 내 앞의 진정한 사랑을 놓치지 않는 용기가 주인공들에게 절실히 필요할 듯 하다.
이렇게 리뷰를 쓰는 중간중간 영화의 장면이 다시 생각나고 꼭 다시 한번 보고 싶어지는 영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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