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까지 인도영화는 몇 편밖에 보지 않았음에도 인도영화에 대한 무조건적인 믿음과 사랑이 생겨버렸다. 영화 청원도 매혹적인 포스터부터 나를 압도하는데다 천재 마술사의 안락사 청원이라는 내용 또한 너무도 매력적이라 진작에 기대하고 있던 작품이었다. 근데 첨에는 청원을 청혼이라 잘못 보고 사랑하는 여인에 대한 마지막 청혼인줄 알았다.(다 보고 나니 내가 잘못 안 부분도 아주 틀린 것만은 아니라는 생각도 들었지만...) 영화는 한편의 환상 동화같다. 잘생긴 남녀 주인공의 모습이 그러한 분위기를 한층 고조시키는데 분명 슬픈 내용임에도 불구하고 그러한 주인공의 매력적인 모습과 환상적인 분위기에 압도되어 정신을 못차리다가 나중에서야 가슴이 먹먹해지더라. 안락사..평소 관심있는 소재라 영화의 내용이 더 흥미롭게 다가온다. 환상적인 마술을 펼치던 천재마술사 이튼은 어느 날 공연도중 불의의 사고를 당하고 전신마비환자가 되어버린다. 그리고 12년이란 기나긴 세월동안 자신의 몸을 오로지 간호사와 주위사람에게 의지하며 그렇게 생명을 이어가고 있다. 콧잔등에 앉은 파리를 몇번이고 뿌리쳐도 다시금 달라붙고 스스로 할 방법이 없어 쓸쓸한 웃음만 내지으며 포기해버리는 모습. 이튼을 보살펴주는 제자의 순간적인 방심으로 이튼의 몸은 그대로 침대옆으로 떨어지고 목이 꺾여 땅에 떨어진 상태에서도 손하나 까딱못하고 그대로 아픔을 견디고 있어야 하는 그 짧은 순간의 모습. 밤새 천장에서 비가 새 이튼의 얼굴을 때리지만 아무도 도와줄 사람이 없어 밤새도록 그 비를 맞아야만 했던 모습.. 이 뿐이랴..사고후 14년동안 매일매일 일분일초가 이러한 상황이었을테지. 그러한 생활을 도저히 견디지 못하고 이튼은 국가에 청원을 하게 된다. 안락사 청원. 사랑하는 사람과 그를 변함없이 도와주는 친구들이 있어도 인간답게 살고자 하는 본능은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나보다. 영화 속 이튼을 보면서 안락사청원까지 감행하기에 이른 그의 마음이 어느 정도 이해는 가면서도 한편으로는 그래도 사랑하는 소피아와 함께 한다면 그 무엇이 두려울까..싶은 마음도 들면서 제발 마지막에 가서는 청원을 취소하기를 바라는 마음이 더 컸다. 그래서 그의 청원을 도와주고 이해하는 주변사람들이 한없이 원망스럽기까지 했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것은 한 인간의 삶을 결코 제 3자가 관여하고 결정할 수는 없다는 사실이다. 영화속에서도 검사가 경험한 그 끔찍한 단 몇분의 고통이 이튼에게는 매일의 고통이라는 사실을 깨우쳐주는데, 가장 간단하면서도 정확한 표현이다. 육체적 정신적 고통은 본인이 아니고서는 절대로 이해할 수 없다는 사실이다. 그러나. 본인의 판단에 의한 안락사와는 달리, 식물인간의 환자를 대신해서 가족들이 안락사를 신청하는 경우는 또 다르게 생각된다. 어느 책에서 읽으니. 식물인간도 비록 겉으로 표현은 못해도 정신은 살아있고 그래서 소리도 듣고 생각도 할 수 있다고 한다. 가족들이 자신의 안락사에 대해 의논할 때, 그 환자는 밖으로 표출되지 못하는 외침을 계속 되내인다. 나는 살고 싶어요..라고.. 안락사의 옳고 그름을 쉽게 판단할 수는 없지만 이 영화를 통해 또 다른 관점에서는 안락사를 생각해볼 수 있었다. 영화를 보고 나니 포스터 속, 이튼과 소피아의 상반된 표정이 더 강하게 남는다. 역시나 인도영화 특유의 춤과 노래의 즐거움에도 빠져볼 수 있었던 영화~ 인도영화는 왜 이토록 강렬한 인상을 남길 수 있는 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