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아닌 로봇파이터들의 치열한 경기. 영화속 배경은 2020년이고 앞으로 9년후의 일이다. 정말 영화속만의 이야기가 아닌, 머지 않아 이런 세상이 올 꺼라는 생각이 들어서인지 더 리얼하게 다가온 영화이다. 로봇에 미친 남자. 전직 복서 출신이지만 챔피언 타이틀은 따지 못한 남자 찰리에게는 로봇이 전부이다. 이혼한 아내의 죽음 후 잊고 지냈던 아들의 양육권 포기를 위해 법정에서 잠시 아들을 만나지만, 그에게는 아들도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 아니. 어쩌면 현재 자신의 입장이 아들을 양육할 형편이 못된다고 지레 맘속으로 포기를 한 것일수도 있겠지만 아무튼 어느 새 훌쩍 커버린 아들의 존재도 로봇을 향한 열정을 대신할 수는 없어 보인다. 그러나 아들의 양육권을 가지게 된 이모부부의 단기부재로 할 수 없이 아들을 잠시 맡게 되는데 거기에도 찰리는 돈을 보상받고 그 돈으로 원하던 로봇을 산다. 일본로봇. 겉모습은 아주 그럴싸한데 앞으로의 많은 경기에 나올 삐까뻔쩍 로봇과 비교하면 보통에 그칠 정도. 그리고 너무 맥없이 쓰러져버리고.. 찰리의 아들 맥스의 마음속에는 자신을 포기하고 자신을 잠시 맡는 댓가로 돈까지 받는 아빠에 대한 원망이 자리잡고 있지만 아빠가 사들인 로봇을 보는 순간 그런 감정은 금새 잊어버리고 로봇에 빠져버리게 된다. 그러면서 로봇에 대한 열정만큼 로봇에 대한 사랑은 그다지 많지 않은 아빠와는 달리 맥스는 자신의 목숨을 구해준 고철로봇 아톰을 로봇 그 이상의 사랑을 가지고 훈련시키기에 이른다. 아톰을 거들떠 보지도 않던 아빠 찰리도 아톰의 끈기와 다른 로봇에는 없는 능력을 파악하게 되고 맥스와 함께 아톰을 최고의 로봇파이터로 키우기에 이른다. 10살 아들보다 때로는 철없고 로봇을 대기 위한 돈에만 급급하는 아빠와 그런 아빠에 맞서 아톰을 보호하고 아톰의 진가를 발견하게 되는 맥스이지만, 어느 순간 두 사람의 마음이 통하고 아빠에 대한 사랑까지 슬며시 고개를 들게 되는 모습에서 가슴훈훈한 부자간의 사랑을 느끼게 된다. 자칫 고물로 분해되어 사라져버릴 뻔했던 아톰은 맥스 덕분에 이 세상에 다시 모습을 드러내게 되는데 너무도 허술하고 연약해보이는 겉모습과는 달리, 마치 인간처럼 끈기도 있고 인간의 심장을 가진 듯한 착각에 빠지게도 된다. 사람의 모습을 따라하는 능력이 있어서 맥스도 마치 자신만을 위한 로봇이라는 느낌에 더한 친근감이 느껴졌을 듯 하다. 기술이 발달하면서 컴퓨터가 미치지 못하는 곳이 없다. 로봇 파이터 경기에서도 한치의 오차도 허용하지 않는 프로그램으로 완벽한 파이터의 모습을 구사하지만 그래도 역시 로봇은 로봇. 기계는 기계이다. 완벽한 만큼 어느 한 곳이 무너지면 속수무책 그대로 와장창 무너져내린다. 그에 반해 기계가 아닌 사람 즉 찰리의 두뇌와 판단에 따라, 전직 복서의 주먹과 상대를 읽을 줄 아는 능력을 그대로 따르게 되는 로봇 아톰은 그 어느 완벽한 무장로봇보다 강해질 수 밖에 없다. 이런 영화를 볼 때마다 아빠와 아들만이 공유할 수 있는 그 돈독한 정이 참 많이 부럽고 보기 좋다. 공통된 취미와 관심을 가질 수 있다면 두 사람을 이어주는데 아주 큰 힘이 되지 않을까 싶다. 그것이 부자지간이든, 모녀지간이든. 어떤 사람관계에서든지간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