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오늘'에서 나는 지금까지와는 사뭇 다른 송혜교의 모습을 느낄 수 있었다. 영화내내 과거의 상처와 홀로 남은 외로움으로 인해 얼굴에서 웃음이 사라져 버린 그녀. 감정이 담겨 있지 않은 무미건조한 목소리. 한층 성숙해진 분위기를 느낄 수 있다. 송혜교 하면 웬지 발랄한 드라마를 연상하게 되는데 그래서 '오늘'영화도 이 정도의 분위기인줄은 몰랐다. 17살 소년의 뺑소니 오토바이로 사랑하는 약혼자를 잃은 다큐멘터리 피디 다혜는 그러나 슬픔은 뒤로 한 채 그 소년을 용서해준다. 그렇게 하는 것이 죽은 약혼자도 그렇고 가해자도 그렇고, 자신도 그렇고 모든 사람들의 행복을 위한 길이라 굳게 믿는다. 그리고 1년동안 그 믿음에는 변함이 없다. 그리고 1년 후 다혜는 이러한 사고로 피해를 본 가족들을 대상으로 '용서'라는 주제로 다큐를 찍게 되는데 그 대상자들 중에는 절대로 용서를 못하는 사람도 있고, 그 당시에는 용서를 해 줬지만 미안하다는 사과 한마디 받지 못한 채 힘들게 살아가는 사람도 있다. 문득 다혜도 궁금해진다. 내가 용서한 그 소년은 지금 어떻게 되었을까..물론 자신의 죄를 뉘우치고 올바른 길을 가고 있을꺼라는 희망을 가지고 있지만.. 그러나, 우연히 전해 들은 그 소년의 현재 모습은 다혜에게 큰 충격을 안겨주고, 자신의 용서에 대한 회의를 느끼는 동시에 깊은 고통에 빠지게 된다. 용서에 대해 꽤 생각을 하게 만든다. 이 영화. 용서가 주는 진정한 의미는 무엇일까. 내가 그런 엄청난 피해를 당했을 때 과연 그렇게 용서를 할 수 있을까.. 주위의 권유와 설득으로 하게 되는 용서는 진정한 용서가 될 수 없다는 생각도 든다. 영화속에서 수녀님이 내내 피해자 부모에게 용서를 권하지만 누군가를 용서하는 것. 그렇게 쉽지만은 않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그렇게 용서를 하게 되더라도 분명 피해자의 마음은 내내 편하지 않을 것 같다. 다혜가 소년이 다시 수감된 소년원을 방문했을 때, 원장은 가해자의 정보를 공개할 수 없다고 한다. 그 반대가 되어야 하는 거 아닌가. 피해자에게는 용서를 권하면서 실상 가해자를 만나 볼 권리도 주어지지 않다니.. 예전 일본영화 '고백'에서도 느꼈던 부분이지만 미성년자 보호법. 그 또한 어떤 책임이 뒤따라야 한다고 생각한다. 미성년자라고 해서 죄를 받지 않는다면 그 피해자의 고통은 누가 책임질 수 있을까.. 그 소년의 사건을 담당한 형사는 그렇게 말한다. "대책없는 용서는 죄악이라고." 이 말에 너무 공감이 간다. 용서를 하는 것은 어쩌면 자신의 마음이 더 이상 괴롭지 않기 위함은 아닐까..그러나 진정으로 죄를 뉘우치지 않는 사람을 용서한들 과연 그러한 용서는 진정한 가치가 있는 것일까.. 아무튼 이 영화에서 다혜는 요즘 시대에서는 보기 드물게 선한 마음을 가진 듯 하지만 조금은 답답한 모습도 느껴진다. 다혜의 집에 머무는 소녀 지민의 가정문제(가정폭력)는 이 영화가 이야기하고자 하는 부분과는 조금 거리가 먼 듯한 느낌도 들고 제목을 왜 '오늘'로 지었을까 궁금하기도 하다. 그러나 전체적으로는 , 쉽게 정의내릴 수 없는 문제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는 좋은 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