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사시기의 수상한 중고매장

가사사기의 수상한 중고매장
미치오 슈스케 지음, 김은모 옮김 / 북폴리오 / 2011년 10월

요즘 들어서 다소 가벼운 듯 하면서도 코믹하고 개성넘치는 캐릭터 보는 재미가 느껴지는 추리소설이 눈에 곧잘 들어온다.

제목만 보면 이 책의 주인공은 가사사기 인 듯 하지만 사실상 이야기의 화자는 가사사기의 중고매장의 동업자이자 부점장인 '나' 이다. 직책이 다소 거창해서 어느 정도의 규모를 갖춘 매장인가 싶지만 실상 이 중고매장의 직원은 단 둘뿐. 가사사기와 히구라시(나) ~ 거기에 가사시기를 무작정 추종하는 여중생 '미나미'가 자주 이곳을 들르곤 한다.

이 매장의 주인인 가사사기는 정작 가게의 운영보다는 탐정의 흉내를 내고 싶어한다. 이 책에서 발생하게 되는 봄,여름,가을,겨울의 네 가지 사건에 있어서도 그는 나름 신중한 추리력을 발휘해 멋지게 사건을 해결했다고 믿고 있지만 모두 헛다리짚은 추리에 불과하다. 그러나  히구라시 입장에서는 비록 그의 추리가 엇나갔다는 사실을 알고 있지만 가사사기에 대한 미나미의 기대를 생각하면 대놓고 밝히지도 못하는 실정이다.
사실상 각 사건에 대한 올바른 추리와 해석은 다 히구라시의 몫이지만 그러한 이유로 인해 히구라시는 뒤에서 조용히 사건처리만 한다.

그런데 내가 느끼기에 가사시기도 그렇고 히구라시도 그렇고 그들이 내놓는 추리는 그다지 설득력을 느끼지 못하겠다. 가사사기는 헛물켜고 대충 짐작으로 하는 추리라 그렇다쳐도, 그에 대해 반론까지는 아니더라도 다른 방향으로 되짚어 나가는 히구라시의 추리도 왜..그런 추리가 가능했는지..애매모호한 점이 많다,

이 책이 추리소설에 속하지 않았다면 처음부터 그런 점에는 크게 중점을 두지 않고 다소 그런 부분이 미흡하다고 해도 그냥 넘어갈 수 있었을 듯 싶다.
추리가 메인이 아니라 가사시기 중고매장의 캐릭터들의 일상이 메인이라고 생각하고 읽는다면 새로운 매력을 느낄 수 있는 작품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렇다고 이야기가 아주 따분하다거나 재미없다는 이야기는 아니다. 인간의 따스한 정도 느껴지고 봄,여름,가을 까지는 잠깐 이름만 거론되었던 오호지 절의 주지가, 마지막 겨울 파트에서는 사건의 주인공으로 등장하면서 다루어지는 내용은 사건과는 관계없이 매우 흥미롭다.

처음도 그렇고 마지막 책장을 덮으면서도 그렇고 제목이 참 멋지다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