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종차별. 특히나 미국내의 흑인인종차별에 관련된 가장 충격적인 영화는 뭐니뭐니해도 "뿌리"이다. 그 때의 그 끔찍했던 기억은 그 후 흑인들을 볼 때마다 항상 마음속에 답답함이 자리하곤 했는데..이번에는 흑인 가정부에 대한 백인들의 차별에 관한 이야기이다. 그런데 어찌 이렇게 밝고 유쾌하게 표현할 수 있는지.. 일단 포스터부터 이 영화의 분위기를 단번에 느끼게 해준다. 그리고 그녀들의 아슬아슬한 반란이 세상을 바꾼다.라는 포스터 문구를 보면서 그녀들의 반란은 무엇일까..새삼 궁금해진다. 이 영화의 시대적 배경은 1963년. 그 시대의 미국내에 어느 정도의 흑인차별이 존재했는지 이 영화를 보면서 아주 잘 알 수 있게 되었는데, 백인주인들은 흑인가정부와는 화장실도 같이 쓰는 것을 절대적으로 꺼리면서 어떻게 자신들의 어린 자녀들은 흑인손에 맡길 수가 있었던건지.. 형편없는 월급에 주어진 일은 너무 많다. 청소,빨래,식사, 장보기 거기다 가장 주된 일 중의 하나인 백인아이 돌보기. 이러한 육체적인 고됨보다 그녀들을 가장 힘들게 하는 것은 바로 자신들에 대한 차별이다. 하나의 인격체로 보는 것이 아니라 하나의 물건으로 취급한다. 주인의 유언에 따라 다른 주인에게 넘겨지는..예전 노예제도와 다를 바가 없다. 그러나 절대 대들지 말 것. 어떠한 말대꾸도 하지 말 것..흑인 가정부들 사이에서 암암리에 지켜지고 있는 절대적 규칙이다. 자칫하면 일자리도 없어지고 당장 금전적 부분의 현실과 연결지어지는 만큼 그녀들은 어떠한 굴욕도 참고 견딘다. 그러나 그녀들의 내면에 꿈틀거리고 있는 자존감이 조금씩 고개를 들게 되는 일이 생기게 되는데.. 그 시대의 일반적인 백인여성들과는 달리(돈 많은 부자집 남자와의 결혼. 가정부를 두고 편하게 사는 삶) 자신을 치장하고 결혼생활로 안주하는 대신, 직업여성의 길을 걷게 되는 스키터 . 신문사에 취직하고 칼럼을 쓰게 된 그녀는 지금까지와는 다른 시선에서의 글을 쓰고자 한다. 바로 흑인가정부 입장에서 바라보는 가정부의 삶이다. 그러나 주인에게 잘못 보이는 것이 두려운 가정부들은 일체 어떠한 정보도 제공하지 않고 용감한 두 여자만이 이에 동참하게 된다. 17명의 백인아이들을 키우며 정작 자신의 아들은 백인들에 의해 죽을 수 밖에 없었던 아픔을 지닌 '에이빌린'. 그리고 주인집 화장실을 썼다는 이유만으로 내쫓기게 된 '미니' 이 두 가정부의 용기에 힘이 더해져 점차로 흑인가정부들 사이에 일대 반란이 일어나게 된다. 백인이면서도 흑인의 입장에서 그들을 이해하고 옹호해 주려고 노력하는 주인공 스키터의 용기도 대단하다. 그녀는 흑인백인을 떠나서 자신을 어릴 때부터 몇십년간 엄마대신 키워준 흑인유모겸 가정부에게 말할 수 없는 사랑을 가지고 있었기에 그러한 용기가 더욱 절실했던 것 같다. 당차고 똑똑한 스키터와는 다른 분류의 백인이긴 하지만, 또래 백인친구들에게 왕따를 당하고 외롭게 살아가는 백치미인듯하면서도 순수하게 느껴지는 셀리아의 모습을 보는 재미도 남다르다. 처음 맞아보는 흑인가정부(미나)에게 여러가지로 의지하며 밥도 같은 식탁에서 아무렇지도 않게 먹는 셀리나이다. 그녀의 남편이 알면 어쩌나 나중에 어떤 일이 터지려나 걱정도 됐는데 웬걸..너무 멋진 남편이 등장한다. 굉장히 우울하고 마음 아픈 소재임에는 분명한데 이 영화는 시종일관 밝고 유쾌하게 진행된다. 영화속에서 정원을 가꾸는 흑인남자의 모습도 잠깐 비추긴 하지만 이 영화는 순전히 여자들 이야기이다. 화려하고 아름다운 드레스와 시시때때로 모여서 식사하고 카드놀이를 일삼는 그 시대 여성들의 모습과 가치관도 엿볼 수 있는데 전체적으로 코믹스런 장면도 적절히 섞이고 장면장면도 예쁜 색깔이라 보고 나니 기분이 쿨~해진다. 원작소설도 꼭 읽어보고 싶게 만드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