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은 지금 '도가니'의 열풍에 빠져 있다. 행복 바이러스를 지닌 열풍이었으면 좋으련만 안타깝게도 너무도 마음 아픈 사건에 대한 열풍이며 그에 대한 전국민의 분노가 치닫고 있다. 책을 안 읽었기에 전체적인 내용은 잘 모르고 어떤 사건이라는 것만 알고 있었는데 이 정도로 끔찍하다니..그런 죄를 저지른 인간들은 말할 것도 없고 정의를 실현해야 하는 위치에서 양심을 저버리는 인간들에게도 너무너무 화가 난다. 그런 결말을 예상못했기에 영화 마지막에는 더욱 먹먹해지는 느낌. 알고 보니 2000년~2004년동안 벌어진 이 청각장애아들을 대상으로 한 성폭력 사건은 2005년도에 MBC PD수첩에서 한번 거론되었었다. 그런데 왜? 왜? 그들을 벌 주는데 그렇게 많은 시간이 필요한건지..그리고 결국 2년후에는 어떤 이유로 복직될 수 있었을까.. 게다가 그들을 구제하기 위한 모임을 주선했던 교사들의 파면과 공유가 연기를 맡았던 그 교사도 해임되는 결과만 초래할 뿐.. 대한민국에서 진정 '법'이란 무엇일까..정의는 존재하지 않는걸까. 새삼 우리나라의 법조계에 대한 의구심이 마구 들기 시작한다. 자신을 보호할 수 없는 아동. 게다가 제대로 의사표현도 하지 못하는 청각장애아들을 그렇게 오랜 세월동안 몸과 마음을 멍들게 한다는 것은 정상적인 사람이라면 도저히 상상할 수도 없는 추악한 일이다. 사회적으로 인정받고 별의별 공로상을 다 받은 사람이기에 더더욱..대부분 범행을 저지르는 사람들은 이중적 모습을 지니게 마련인데 그들도 예외는 아닌듯 하다. 그들도 이 영화를 볼까..적어도 대대적인 영화홍보와 상영이 이루어지고 있으니 이런 영화가 있다는 사실은 알고 있겠지. 어떤 마음일까.. 영화를 보는 내내 피해자역을 맡은 아동연기자들에게도 연민이 느껴진다. 몇명은 꽤 어린 나이인지라 이 영화가 말하고자 하는 취지를 제대로 이해하지는 못했을 테고 부모의 동의가 필요했겠지만, 너무도 사실적인 피해장면에서는 그 애들이 어떤 생각을 가지고 이 영화를 찍었을까..마음이 참 불편했다. 민수가 울부짖으며 수화로 외치던 말이 자꾸 귀에 맴돈다. 내가 용서하지 않았는데 누가 감히 그들을 용서할 수 있나요..합의금으로 결론을 맺고자 하는 어른들에게 또 한번 상처를 입게 되는 민수의 소리없는 절규가 너무 마음아프다. 그 때 그 학생들은 지금 어떤 생활을 하고 있을까..그 부분만큼은 영화의 내용을 믿고 싶다. 이 영화는 이대로 영화로써만 막을 내려서는 안된다는 생각이 든다..적어도 그런 사람들이 교단에는 서지 못하도록 뭔가 다시 일어나야 할 듯 하다. 가능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