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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이름은 피라예 - 가장 최고의 날들
자난 탄 지음, 김현수 옮김 / 라이프맵 / 2011년 8월
평점 :
절판
처음에는 표지가 눈에 잘 안 들어왔는데 책을 읽다가 자세히 살펴보니 비로소 한 여인의 뒷모습이 눈에 들어온다. 분영 이 여인은 이 소설의 주인공 피라예일텐데 내가 읽고 있는 시점까지의 피라에의 분위기와는 사뭇 달라서 조금 의아하기만 하다.
피라예는 똑똑하고 당차다. 남자에게 자신의 인생을 맡기는 그런 수동적인 여성도 아니다. 부부금실이 좋은 부모님의 영향을 받아 이상적인 부부에 대한 나름대로의 가치관도 가지고 있다. 아버지로 인해 시를 알고 문학과 연극을 알게 되고 그래서 연극학과를 희망하지만, 또한 아버지의 반대로 치과대학을 들어가게 된다. 딸에게 문학의 즐거움을 안겨주지만 현실적으로는 좀 더 성공적인 길을 가기를 원했던 걸까..아니면 비록 딸이지만 자신의 치과병원을 딸이 물려받았으면 하는 바램이 있었던 걸까..
그렇게 치과대학에 진입한 피라예는 남자친구보다는 그냥 친구들이 더없이 소중하기만 하다. 그런 그녀앞에 전교생의 관심의 대상인 지주의 아들 하심이 나타나게 되고, 다소 도도하고 능동적이었던 피라예의 마음을 흔들어버리는 단 한 명의 남자가 된다.
처음으로 사랑의 감정을 느끼게 된 하심과의 앞날이 결코 순탄하지 못하고 파란만장한 삶이 기다리고 있음을 소설 중간중간에 피라예의 독백을 통해 독자들에게 살짝 내비치곤 한다.
그들에게 어떤 사건이 벌어지게 될까. 피라예 못지않게 당당하고 확신에 차고 남부러울 것 없는 하심이 피라예를 버리게 되는 걸까..
이 소설은 소설이 독자에게 줄 수 있는 재미를 충분히 지니고 있는 데다 피라예의 감정의 변화가 마치 나 자신의 감정처럼 잘 느껴진다. 이 부분에서는 왜 이렇게 행동할까. 이것은 무엇을 암시하는 걸까..등등 독자들이 머리아프게 상상하지 않아도 되게끔. 피라예는 깔끔하고 쿨하게 순간순간의 상황에 대한 자신의 감정을 속속들이 우리에게 내비친다. 군더더기 없는 문장표현이 참 마음에 든다.
피라예라는 한 여성의 대학생활과 결혼생활을 통해, 터키 전반의 문화와 그 터키 안에서도 특히 이스탄불과 하심의 고향인 디야르바키르의 문화적 차이. 그리고 터키 여성의 일반적인 삶을 자세히 느낄 수 있다. 그 배경을 바탕으로 피라예 1인칭 시점으로 전개되는 그녀의 삶은 초반의 이미지와는 조금씩 달라지고 조금씩 현실에 타협하게 되는 피라예의 태도가 한편으로는 그녀만의 매력이 흐려지는 듯해서 살짝 안타깝기도 했다.
굉장히 생소한 부분도 있지만 그에 못지 않게 어딘지 우리와 닮은 구석이 있는 부분도 있기에 오랫만에 드라마틱한 소설에 빠져들 수 있었다. 다 읽고 나니 비로소 표지 속 여인의 분위기가 자연스럽게 느껴지게 되었다.
[ 해당 서평은 출판사에서 제공받은 도서를 읽고 작성되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