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예전 드라마 '천국의 계단'이후로 참 오랜만에 보는 권상우의 연기다. 그때는 권상우 특유의 발음과 다소 부족한 느낌의 연기력에도 불구하고 웬지 멋져 보였었지만. 솔직히 이번 통증은 웬지 식상하다는 선입견을 버릴 수가 없었다. 혈우병을 앓고 있는,가녀리지만 당차기 그지 없는 동현과 어릴 적 충격으로 온몸의 감각을 상실해버린 남자 남순. 대충의 줄거리만 파악한 상태에서는, 혈우병으로 인한 동현의 통증이 영화 전반에 드러날 줄 알았는데 전혀 반대이다. 슬퍼도 눈물이 나오는 않는 외로운 남순의 통증이 영화 전체에 깔려있다. 처음 장면부터 소위 몸으로 떼우는 남순의 행동에 왜 저럴까...싶었는데 그 행동의 이면에는 슬픈 어릴 때의 충격이 내재되어 있었던 것이다. 사채업자와 채무자의 관계로 만난 남순과 동현은 점차 서로의 아픈 부분을 느끼게 되고 서로에게 소중한 사람이 되어 가는데, 분명 슬픔을 안고 살아가는 둘이지만 그 둘의 애틋한 사랑이 그렇게 아름다울 수가 없다. 특히 이번 영화에서, 나는 권상우의 연기력에 매우 놀랐다. 저렇게 연기를 잘 하는 배우라고는 한번도 생각을 못했었기에 극중 남순 역을 완벽히 연기해내는 권상우가 굉장히 새롭게 느껴졌다. 눈물을 짜내는 신파조의 분위기도 아니고 조금은 쿨하기까지 한 두 사람이지만 은근히 사람 슬프게 만드는 영화이다. 만약 내가 처음에 생각했던 대로, 혈우병을 앓고 있는 동현의 육체적인 고통이 영화의 주를 차지했었다면 다소 평범한 영화가 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영화 보기 전에 나눠준 영화 OST는 영화가 끝난 후에도 그 느낌을 이어주는데 한 몫 한다. 사실 영화 볼 때는 내용에 몰입되어 잘 들리지 않았던 임재범의 노래를 집에 와서 동영상과 함께 들어보니 참 슬프면서도 아련하니 넘 좋다. 영화도 생각보다 훨씬 좋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