웬지 신비스럽게 느껴지는 나라가 몇몇 있는데 그 중의 하나가 부탄이다. 사실 부탄이라는 나라는 실제로 존재하지 않는 듯한 느낌이 들어서 저자의 말마따나 어디에 위치해 있는지 세계지도에서도 눈여겨 본 적이 없는 것 같다. 단순한 부탄여행기라고 느꼈던 이 책은 여행기의 내용을 뛰어넘어 부탄의 삶이 담겨있다. 우연한 기회에 가게 된 부탄이라는 나라를 너무도 사랑하게 되어 부탄에서의 무기한 생활을 선택하게 되고 운명처럼 부탄남자와의 결혼으로 영원히 부탄여자가 된 저자의 이야기이다. 사랑이라는 감정으로 시작한 결혼생활이고 너무도 사랑하는 부탄이지만 사실 저자의 결혼생활은 초반엔 참 많이 힘들었을 듯 하다. 없는 것이 없는 나라. 풍요의 나라 미국에서 나고 자란 미국여성이 부탄에서 어떻게 살아갈 수 있었을까.. 세탁기도 없고 혼자 대충 먹는 식습관에서 매끼니의 준비과정을 중요시여기는 부탄의 문화, 샤워 한번 실컷 해보는게 소원이라 서럽게 울기도 했던 저자의 모습은 너무 안쓰럽다. 반대로 외국을 경험해보지 못한 저자의 남편 남게이는 소비생활의 대표적 주자격인 미국의 방문으로 아주 큰 문화적 충격을 경험하게 된다. 선택의 여지는 커녕 필요한 물건이 있는 것만으로도 행복을 느끼게 되는 부탄의 가게와 비교할 때, 풍요로운 미국의 대형마트는 남게이에게 놀라움과 동시에 쇼핑의 즐거움을 안겨준다. 그러나 그러한 새로운 경험이 즐거울 뿐 남게이는 그들의 삶을 부러워하거나 자신들의 불편한 삶에 대한 회의를 느끼지는 않는다. 시간관념도 일반적인 나라와는 아주 달라서 3~4시간 사이에만 도착하면 되고, 업무시간에도 공적 사적인 업무를 크게 구분짓지 않고 아주 자유롭게 행동하는 모습들을 보면서 이러한 부탄에서의 삶을 나로써는 상상조차 하기 힘들지만 한편으로는 그들의 그러한 삶이 오래동안 유지되고 그들의 오염되지 않은 환경이 오래도록 보존되었으면 하면 바램이다. 내용면에서 있어서는 부탄이라는 나라와 그들의 삶을 조금이나마 알게 되어서 참 좋았는데 그와 더불어 사진이 곁들여졌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일반 여행기는 사진 없이 내용만으로도 만족한 경우가 많았는데 아무래도 부탄이라는 낯설고 미지의 나라의 이야기이다보니 글만으로는 혼자 상상해내기가 무척이나 어렵다. 홍보용으로 올라온 사진들을 보면서 그런 아쉬움을 달래긴 했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