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전쟁이 다 그렇지만 특히 이번 고지전은 영화를 보는 내내 정말로 누구를 위한 전쟁인가..라는 의문이 수도 없이 들었다. 하루에도 몇번씩 주인이 바뀌는 곳 동부전선 애록고지..전략상 가장 중요한 위치인만큼 그 곳을 탈취하려는 싸움은 끊이질 않는다. 그러나 그들은 금새 휴전이 될꺼라는 희망만 안고 몇년을 그렇게 싸우고 있다. 두꺼운 안경을 끼고 두려움에 떨었던 나약한 친구 김수혁은 동부전선의 악어 부대에서 몇년간에 걸친 전쟁으로 완전히 다른 사람으로 바뀌어 있다. 영화를 보기 전까지는 고수가 이런 격한 전쟁 영화에 과연 잘 어울릴까 싶었는데 웬걸..지옥과도 같은 전쟁을 통해 감정을 꽁꽁 숨긴 채, 상사의 명령에 불복종하면서까지 자신과 전우들의 목숨을 위해 싸우는 군인 역할이 정말 잘 어울린다. 반면, 방첩대 중위 강은표(신하균)은 후방에서는 여느 군인과 다를바 없이 든든해 보였는데, 동부전선의 간첩의 존재를 확인하는 임무를 맡고 뜻하지 않게 최전방의 실제 전투를 경험하게 되면서는..역시 사람은 이론보다는 경험.실전이 중요하다고 했던가.. 실제로 눈앞에서 전우들이 죽어나가고 피말리는 접전이 계속 되면서 그런 상황에 단련된 친구 수혁에 비해 은표의 모습은 참으로 나약해 보이더라. 외모부터 감정이라고는 찾아 볼 수 없는 이미지의 신일영역은 이번 영화에서 모든 관객들에게 가장 강한 이미지를 남겼을 듯 싶다. 지속적인 약의 투여로 고통을 느끼지 못하지만 마지막에는 가장 믿었던 전우의 죽음앞에서 무너지지 않기 위해 다시 주사를 투여하는 모습에서는 나도 모르게 눈물이 글썽.. 가장 마음이 아팠던 17살 소년.. 대포와 총알과 전우들의 죽음앞에서 두려움에 떠는 어린 소년의 모습을 보면서 고 또래의 조카나 어리긴 하지만 아들의 모습까지도 오버랩될 정도였다. 확실히 아들을 둔 부모 입장에서 그렇게 어린 소년이 전쟁터에서 싸우는 모습은 다른 군인을 보는 마음과는 또 다르다. 뭉클하고 안스럽고.. 난 정말 그렇게 전쟁이 끝나는 줄로만 알았다. 완전히 해피엔딩...그 정도로만 끝나도 이미 너무도 많은 사람들이 죽어난 전쟁이었으니까.. 그러나 마지막으로 주어진 사명..아~정말 너무 잔인한 상황이지만 피할래야 피할 수도 없는 상황이다. 그 시간들이 다 지난 결말부분.. 이 영화에서 나는 결말부분이 마음에 안든다. 전쟁의 극한 상황을 보여주기 위함이라고는 해도 그렇게까지 할 필요까지야 ㅜㅠ 그래도 이 영화는 전체적으로 주연,조연 모두 한데 어우러져 각자의 몫을 충실히 해 낸 영화. 감동과 전쟁의 참혹함이 적절히 어우러진 영화. 그리고 내가 몰랐던 휴전당시의 그 상황에 대해서 새로 알게 되었던 그런 영화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