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를 안보는 나에게 윤계상이라는 이름은 예전 GOD 멤버의 그 윤계상으로밖에 남아있지 않다. 그런 그가 김기덕 사단의 작품 [ 풍산개 ]의 주연이라는 사실을 듣고 호기심반 의문반.. 궁금해진다. 평도 나쁘지 않고. 아~그런데 이 영화를 보는 내내 나는 윤계상 아니 더 정확히 말하면 영화속 그 정체불명의 사나이에게 빠져버렸다. 정말 영화가 끝날때까지 한마디 말도 안하는 그. 그러나 강렬한 눈빛만으로도 영화 내내 관객을 사로잡는다. 남과 북을 넘나들며 무엇이든지 3시간만에 배달해주는 사람. 처음 아이를 배달할 때만 해도 이 사람이 무엇을 하는 사람인지 잘 파악이 안됐는데 그 다음 임무를 맡으면서 확실히 알게 되었다. 북한을 탈출해 남한에 보호되어 있는 고위간부의 애인 인옥을 배달해오는 것. 3시간만에.. 배달하는 과정에서 한마디 말도 하지 않는 그. 어떠한 고문을 당해도 비명밖에 지르지 않는 그. 사랑하는 여자 앞에서도 한마디 말도 어떠한 표정도 드러내지 않는 그. 그는 과연 어느쪽 사람인걸까..내가 남한 사람이니 내심 남한쪽 사람이길 바라는 마음도 조금 있었지만 결국 그는 어느 쪽도 아니면서도 모두에 속하는 존재인 것 같다. 양쪽을 오가며 충실하게 임무만 수행해주고 싶지만 그런 그는 결국 양쪽에서 이용당하고 고문당하고 어느쪽에도 속할 수 없는 참으로 가련한 존재이다. 그러나 남북으로 갈린 현실에서 고통받는 사람들에게 그의 존재야말로 희망이고 유일한 끈일수 밖에 없다. 휴전선을 넘는 과정은 목숨을 담보로 하는 만큼 어떤 상황에서도 충분히 이해가 간다. 이 영화에서 두 주인공의 누드에 관해 다소 오르내리곤 하는것 같은데 내가 영화를 본 생각으로는, 죽지 않으려면 당연히 어떤 방법이라도 써야 하는 절대절명의 위기인 만큼 그 장면은 꼭 필요하다고 본다. (그런데 휴전선을 넘는 방법이 정말 생각지도 못한 방법이라 놀랍기만 하다. 그 방법이 정말 가능할까...)
오히려, 나중에 그가 양쪽에 복수를 하는 장면이 조금 길고 심리적으로 굉장히 잔인한 방법이어서 그 상황을 보는 내내 마음이 불편했다. 감독이 어떤 계기로 이 영화의 주연배우로써 윤계상이라는 배우를 택했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아주 탁월한 결정인 것 같다. 윤계상이라는 " 배우" 에 대해 아주 확실한 이미지 매김하는 계기가 되었다. 인옥 역할을 맡은 김규리도 지금까지와는 다소 다른 이미지로, 관객으로 하여금 이 무겁고 암울한 분위기에서 사랑과 그리움의 감정을 느낄 수 있게 하는데 톡톡히 한 몫 해준다. 6월말 개봉하는 영화가 꽤 있는 걸로 알고 있는데 독특한 분위기와 주제를 담고 있는 이 풍산개도 놓치지 말아야 할 영화중 하나라고 생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