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잡하게 꼬이고 생각을 아주 깊게 해야 하는 추리소설에 약한 나에게, 이번 소설은 친절 그 자체이다. 사실 처음에는 단편소설이라 그다지 관심을 가지지 않은 작품이었지만, 어떤 분의 리뷰를 보고 읽고 싶은 마음이 생겼었는데 읽기를 잘했다~ 이 책의 가장 큰 매력은 독특한 캐릭터에 있는 것 같다. 정통 추리소설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조금 가벼울 수도 있겠지만 개인적으로는 오랜만에 아주 흥미롭게 읽은 추리소설이다. 마치 명탐정 코난 만화영화를 보는 듯한 느낌이다. 재벌 2세의 외동딸인 만큼 천방지축이고 제멋대로인 신입형사 레이코. 재벌가의 딸이라는 걸 숨기고 형사직을 맡고 있는데 그렇게 곱게 자란 재벌가딸이 신입으로써 자존심도 구겨가며 잘 버티는 것이 신기하고 기특하다. 자신의 집사에게까지 매번 한방씩 무시를 당하고 혼자 분해하지만 그런 그녀가 귀엽기까지 하다. 레이코의 주임형사 가자마쓰라 경사 역시 유명자동차 회사의 아들인데 그는 레이코와는 반대로 그런 사실을 대놓고 자랑하고 암암리에 으시대곤 하면서도 정작 형사로써의 역할은 제대로 해내질 못한다. 남들이 당연히 추리해낼 만한 근거들을 마치 자신만이 알아낸 냥 떠벌리기도 하고 그나마 추리해낸 내용들도 틀리기 일색이지만..웬지 그런 그가 밉상스럽지가 않다. 그리고 마지막. 이 소설의 가장 매력적인 인물로 등장하는, 레이코 집안의 집사 겸 운전사인 가게야마. 훤칠한 키에 쭉 빠진 몸매. 은빛 안경테의 외모는 겉으로 보기에도 집사보다는 형사에 가까운 이미지이다. 게다가 레이코에게 충성하는 듯 하면서도 중요한 순간에 아주 시니컬하고 직선적인 말을 내뱉음으로써 결정타를 날리곤 한다. 그리고 금새 다시 순종적인 집사로 돌아가는 가게야마. 정말 그의 정체가 무엇이냐 말이다. 이런 집사만 옆에 있다면 웬지 너무 든든할 것 같은 느낌. 보디가드 같은 느낌마저 든다. 매순간 그가 내뱉는 말 한마디가 어찌나 강렬하면서도 우스운지..그런 말들을 들으면서도 집사에게서 사건의 해결방안을 듣고 싶어하는 레이코의 심정..이해가 간다. 너무 깔끔하고 완벽하게 추리를 해나가니까 말이다. 가게야마 집사가 넌지시 건네주는 사건의 팁을 읽고 나 나름대로 추리도 해보지만 역시 어렵다. 그래도 가게야마가 하나씩 짚어가며 해결해나가는 과정을 따라 가는 재미가 참 좋다. 깔끔하게 전개되는 추리소설. 톡톡 쏘는 대화의 맛도 있고 각자 개성있고 결코 미워할 수 없는 캐릭터들도 매력적이다. 명탐정 코난을 좋아하고 한창 추리소설을 찾고 있는 아들에게도 아주 좋은 책이 될 듯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