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보다 아름다운 자연을 느끼고 싶어서 보게 된 영화 [ 알라마르 ] 멕시코 남자와 이탈리아 여자가 어찌어찌 사랑에 빠져 행복한 시간을 보낸다. 이 둘에게 아주 사랑스런 아들 나탄이 생기고 이 가족의 행복은 계속 이어질듯 보인다. 그러나, 비록 사랑의 유효기간이 만료된 건 아니지만 적어도 현실을 바라보는 눈이 떠지게 되는데, 자연에 묻혀 살고 싶어하는 남편 호르헤와 도시생활을 원하는 아내 로베르타는 이렇듯 함께 살기에는 그 삶의 방식이 너무도 반대이다. 결국 둘은 헤어지게 되고 아들 나탄은 마지막으로 아빠와의 여행을 떠나게 되는데 그 곳이 바로 지구상에서 두번째로 큰 산호초 군락지인 멕시코의 반초 친초로이다. 이 곳에서 나탄은 아빠와 할아버지와 함께 바다낚시도 하고 직접 물고기를 손질해보기도 하고 즉석매운탕도 끓여먹는다. 3대가 천혜자연과 함께 하는 생활은 너무도 평화롭고 아름다워서 보는 내내 내 마음이 정화되는 느낌이다. 특별한 대사도 없고 어떠한 사건도 없지만 자연과 함께 어우러진 삶은 그 장면 자체가 영화이다. 우리나라 같으면 모터보트나 배를 탈 때 어김없이 구명조끼를 입을 텐데 이들은 그 심해의 한가운데에서도 구명조끼 같은 건 애초부터 없는 듯 하다. 행여나 빠지면 어쩌나 하는 보통 부모의 맘과는 다르게 역시 바다에서 생활하고 자연인의 삶을 사는 사람답게, 호르헤나 그의 아버지(나탄의 할아버지)는 오히려 나탄에게 심해의 그 매력을 느껴보게 시도도 한다. 무뚝뚝하면서도 아들 나탄에 대한 한없는 애정이 느껴지는 호르헤의 모습을 보면서. 그리고 마지막에 아들과 헤어지는 장면에서는 그저 담담하게 아들과의 이별을 받아들이는 모습을 보면서 자연에서의 삶은 이러한 슬픔도 초월하는 어떤 강인한 힘을 생기게 하는 듯 싶다. 멕시코 자연에서 맨발과 팬티만 입고 생활하던 나탄과, 엄마에게 돌아간 후 옷도 제대로 갖춰입고 두툼한 신발도 신은 나탄의 모습을 비교하면서. 역시 아이들에게는 자연에서의 맨발이 참 잘 어울린다는 생각이 들었다. 영화관의 화질이 조금 안좋은 듯 해서 생각했던 것만큼의 아주 깨끗하고 맑은 경관을 느끼지 못한게 조금 아쉽긴 하지만 오랜만에 아무생각 안하고 그냥 영화속 장면에 푹 빠질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