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아트시네마 개관 9주년 기념 영화제로 보게 된 [ 악마가 너의 죽음을 알기 전에 ] 일단 제목만 보고 내가 별로 좋아하지 않는 호러 영화인가 싶었는데 줄거리를 보니 그런것 같진 않은데 딱히 끌리지는 않았던 영화이다. 그래도 일단 좋아하는 에단호크 영화이니 웬지 봐야할 것 같은 분위기^^ 한 사람의 인생이 순간의 잘못된 판단으로 바닥까지 추락하는 모습을 아주 리얼하게 보여주고 있는 작품이다. 아마도 이런 내용은 우리 주변에서도 심심치 않게 일어나는 일들일 것 같다. 회사의 중역으로 있으면서 부유하고 안정된 생활을 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는 형 앤디와 이혼한 후 양육비도 제대로 못 보내는 동생 행크(에단 호크). 마약중독에 공금횡령까지..형 앤디의 상황도 동생과 별반 나을게 없음을 영화가 진행되면서 알 수 있다. 어느 날 형 앤디의 뜻밖의 제안은 그나마 돈에만 찌들었던 행크의 생활을 악의 구렁텅이로 빠뜨리게 되는 계기가 된다. 변두리의 보석가게를 털자는 형의 제안 이후 행크는 망설이게 되고 더우기 그 보석가게가 그냥 평범한 가게가 아님을 알게 되면서 절대 해서는 안된다고 생각하지만..돈의 유혹앞에서 결국 범행을 시행하게 된다. 그러나 두려움에 가득 찬 행크는 가짜총을 준비해가라는 형의 말을 귀담아 듣지 않고, 친구 한 명을 대동하게 되고. 진짜 총을 가지고 가게에 들어간 친구에게 사고가 생기게 된다. 이제 단순한 도난사건으로 끝날 것이 엄청난 비극을 몰고 오게 된다. 이 영화의 진행과정은 무척이나 흥미롭다. 옴니버스식이라고 해야 할까..일단 이 사건이 터진다. 그리고 이 사건과 연관된 인물 각자의 입장에서, 범행 하루 전..범행 당일..범행 일주일 후..이런 식으로 각자의 행동과 심리가 진행되고 각각의 장면들이 모자이크식으로 연결지어진다. 한 번 거짓말을 하게 되면 그 거짓말을 감추기 위해 또다시 거짓말을 하게 되고 그것이 눈덩이 불어나듯 커져버리듯이, 이 영화에서의 사건은, 애초의 범행도 잘못되었지만 그 범행을 은페하고 그 상황을 모면하기 위해 또다른 범행이 이어지고..평범히 살아가는 가정에까지 그 피해가 확대된다. 형 앤디가 처음에 제안했던 범행은 그의 말을 빌자면 ' 아무도 다치지 않고 아무도 손해 보지 않는 게임'이다. 그러나 몇십분만에 벌어진 범행은 결국 모든 사람을 다치게 하고 주변의 모든 사람이 불행해지는 결과를 초래하게 된다. 이성을 잃고 겉잡을 수 없이 광폭해지는 형 앤디의 모습은 상상했던 것 이상의 끔찍함을 보여주고, 그런 형 앞에서 더 이상 발도 못 빼고 더 깊은 불행의 늪으로 치닫는 동생 행크의 모습은 가련하기까지 하다. 초반의 다소 가볍고 그다지 끔찍하지 않겠다 싶었던 분위기는 영화가 진행되면서 더 많은 피가 보이고 마지막 엔딩부분의 자막은 아주 강렬하다. 돈앞에서 붕괴되는 가족의 모습. 한 인간이 파멸되는 모습..영화를 보고 나오면서 매우 씁쓸하지만 매우 강한 인상을 남긴 영화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