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시봉 이야기
김종철 지음, 강모림 그림, 고서점 호산방 자료제공 / 21세기북스 / 201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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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 점심시간에 여직원들이 이 세시봉이야기를 한참 하곤 했었다. 나는 그 프로그램을 한번도 본 적은 없지만 상상만 해도 릴렉스한 분위기를 느낄 수 있었고 한번 봐야지 했는데 결국 놓치고 말았다. 그리고 최근에 이 세시봉에 관한 책이 나온 걸 알게 되었고 TV에서 들려준 그들이 이야기가 무척 궁금했었기에 책으로라도 만나볼 수 있다는 사실이 기쁘기만 하다.

처음에 세시봉이 뭔가 싶었는데 1960년대의 우리나라 최초의 대중음악감상실이었다고 한다.
이 책은 그 곳에서 저자가 대학시절 처음으로 '대학생의 밤'이라는 프로그램을 맡으면서 알게 된 조영남,박상규, 이상벽 등의 인물들의 소개와 함께 그들과 관련된 에피소드들 그리고 그 당시의 우리나라의 음악적 분위기나 사회분위기등을 다양하게 이야기하고 있다.

박정희 정권때 많은 대중가요이 금지곡이 된 이유들이 하나같이 너무 말도 안되고 우습기까지 하다. 그러나 지금에야 하나같이 터무니없는 이유로 느껴지겠지만 서슬퍼런 군사정권때 이런 말도 안되는 이유가 어디 한두가지였을까.

세시봉 멤버들인 조영남, 송창식, 윤형주, 김세환 가운데 내가 가장 좋아했던 가수는 윤형주였다. 여자같은 외모에 목소리도 여자처럼 감미롭고 노래도 한창 감수성 예민할 때 듣기에 딱 좋은 분위기였다. 김세환은 꽤 잘생기고 항상 생글생글 웃는 얼굴이 어린 마음에도 보기가 좋았던 것 같다.
송창식은 부르는 노래마다 다소 특이하고 우스운 제스처를 취해 가며 부르는 덕에 다소 괴팍한 가수 라는 이미지를 가지고 있었다,
조영남은 이들 세명이 비해 그다지 그의 음악을 즐겨 들을 기회는 없었던 것 같다.

아무래도 어릴 때 알았던 가수들이라 그들의 배경이나 기타 개인적인 일들에 대해서는 도통 모른채 어른이 되었는데 이제서야 이 책을 통해 그들과 관련된 이야기들과 그 시대의 음악세계를 알게 되니 꽤 놀라운 사실도 많고 흥미로운 사실도 많다.

송창식은 기인(奇人)이다. 새벽 5시에 잠들고 오후 2시에 일어나는데 일어나면 두어 시간 서서 빙빙 도는 명상으로 하루를 시작한다. 평생토록 음악밖에 모르는 그는 아직도 매일 기타연습을 한다고 한다.
윤형주는 지금은 장로의 길을 걷고 있다. 그가 그렇게 엘리트 집안인줄도 이번에 처음 알게 되었다.
김세환은 산악자전거가 아직 알려지기도 전에 이미 산악자전거에 빠져 살아왔다. 여전히 청바지가 어울리는 남자이다.

이상하게도 이들을 보고 있으면 세월이 비껴간 듯하다. 어릴때 봤던 연예인들을 몇십년이 지난후 보면 많이 변한 모습에 놀라곤 하는데 이들 세시봉 멤버들은 어릴 때 기억하고 있는 그 모습 그대로인듯하다.

이 책을 읽으면서 내가 이 정도의 향수를 느낄 정도이니 실제 세시봉 시대의 사람들은 그 TV 프로그램을 보면서 얼마나 많은 추억에 잠겼을까..
똑같은 복장에 똑같은 모습을 한 아이돌 그룹들도 좋지만 앞으로 이러한 참다운 연예계 선배들을 많이 만나볼 수 있는 프로그램이 나와줬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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