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낭만 탐닉 - 예술가의 travel note를 엿보다
세노 갓파 지음, 송수진 옮김 / 씨네21북스 / 2011년 4월
평점 :
절판


 


요즘은 세계의 모습이 너무도 빠르게 변하는 탓에 아무리 잘 씌여진 여행기라 해는 몇년만 지나도 조금은 낡은 정보가 되는 마당에 40년전에 씌여진 유럽여행기가 지금도 여전히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니.도대체 어떤 책이길래..
너무도 궁금해지는 책이었고 직접 이 책을 읽어보니 아~이런 여행기가 가능하구나..감탄이 절로 난다. 

한마디로 이 책은 여행기가 아니다. 관광객들의 눈에 미처 들어오지 못하는 유럽의 숨겨진 부분들이 갓파의 손에 의해 하나하나 낱낱이 드러나고 있다. (참고로 갓파(일본 전설 속의 요괴) 라는 이름은 애칭이었던 것이 나중에는 아예 세노 갓파로 개명하게 되었다고 한다.)

갓파가 일년동안 여행한 유럽전역에 있어서 각 나라의 창문의 모양, 기차차장의 옷차림. 머문 숙소의 내부. 유명한 성. 거리 등을 하나하나 스케치한 그림들이 이 책의 90%를 이룬다.
그림에도 세세한 설명을 담은 메모가 곁들여져 있어서 너무 흥미로운데다 그러한 유럽의 모습을 손수 느끼면서 표현해내는 갓파의 생각들이 참으로 솔직하고 귀엽기까지 하다.

애초에 책으로 낼 생각을 안하고 자신의 직업특성상 가는 곳마다 스케치하는 취미를 살려 하나하나 그려온 것을 주변의 끈질긴 권유로 책으로 내게 낸 탓에, 문체는 어찌 보면 갓파의 솔직한 마음들이 담긴 일기장을 들여다보는 느낌이다.

예를 들면,
"열차 안을 그리고 있는데 같은 객실을 쓰는 남자가 일본에서 철도조사를 나온 것이냐고 물어봤다. 약간 창피했다." (P.83)  "이상한 호텔은 이상한 대로 재미있고, 이렇게 좋은 호텔도 좋다. 결국 나는 어디든 다 좋아하는 것 같다."(P183)

갓파는, 흔히 사람들이 유럽이라고 뭉뜽그려 말하는 것이 얼마나 잘못된 것인가를 아주 다양한 모습들을 통해 이야기해주고 있다.


 

지역별 일조량과 일조시간, 독자적인 기질, 생활문화에 따라 달라지는 창문의 크기와 모양을 보면서 당연하게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던 창문의 존재에서 독창성을 느끼게 되고 이러한 유럽의 차이를 느낄 수 있는 중요한 요소가 될 수 있음을 새삼 느끼게 된다.


 

국경을 넘으면 바로 다른 나라로 넘어가게 되는 유럽의 특성상 유럽의 국제열차에서는 각 나라의 차장을 다 만나볼 수 있는데 갓파는 이러한 기회도 결코 놓치질 않는다.
한번 올때마다 한컷씩 그려서 완성한 이런 차장의 모습들..역시 나라의 특성에 따라 제복의 분위기. 가방을 매는 스타일, 갓파를 대하는 태도등에서 다양한 차이를 보인다.
보통 차장의 단정하고 규격화된 제복착용의 모습에 비해 오른쪽 이탈리아 차장은 단추를 채우지도 않고 가방은 어깨에 매지도 않고 있다. 이탈리아라는 나라를 아주 잘 느끼는 찰나였다.



 
 

유럽의 숙소와 골목골목을 스케치한 부분도 참으로 인상적이다. 유럽의 숙소의 단면도는 이후 주~욱 이어지는데 갓파가 각 숙소에서 경험한 내용이나 느끼는 생각들이 참 재밌다.

  

유럽에 특히 많은 성들도 이렇게 정밀묘사로 표현하고 있다. 그림들을 볼 떄마다 갓파의 관찰력과 솜씨에 놀라곤 한다.

이 외에도 열차내 안내방송, 열차진입방송, 에펠탑의 난간, 오페라 공연시간 등을 통해 느낄 수 있는 유럽사람들의 사고방식은 여느 여행기에서는 접할 수 없는 신선한 내용들이었다.

수많은 여행기를 읽어봤지만 이런 스타일의 책은 처음인데 유럽을 여행하기 위해서는 별로 도움이 되질 않지만 '유럽'이라는 나라를 더 깊이 이해하고 제목처럼 유럽을 좀 더 낭만적으로 탐닉하기에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책이라는 생각이 든다.
앞으로 어디를 여행하던지 이렇게 관심을 좀 더 확대하고 다른 쪽으로 시선을 조금만 돌려보면 훨씬 더 다양하고 재미있는 여행이 될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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