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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여행책 - 휴가없이 떠나는 어느 완벽한 세계일주에 관하여
박준 지음 / 엘도라도 / 2010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사실 이 책은 처음에는 별로 호감이 가지 않았다. 표지도 평범하고 제목도 딱딱하고 내가 좋아하는 스타일의 여행기가 아니라는 생각에 나의 관심밖으로 밀려나 그냥 수많은 책에 묻혀져 버렸다.
그런데 우연한 기회에 지인에게서 이 책을 빌리게 되었고 그렇게 빌리고 나서도 또 한참을 책장에 꽂혀 있었는데 드디어 저번주에 우연히 이 책을 꺼내 주섬주섬 읽기 시작했는데 한 챕터를 다 읽고 나서는 어라~이 책 의외로 좋은데...? 라는 생각과 함께 그 자리에서 본격적인 몰입에 들어가기 시작했다.
책이라는 것이 물론 표지와 제목도 중요하지만 꼭 그렇지만은 않다는 것을 이 책을 통해 다시 한번 느낄 수 있었다. 요렇게 좋은 책을 자칫 놓칠 뻔 했으니 말이다. 좀 더 신중하게 책을 선택할 필요가 있음을 반성해본다.
책으로 떠나는 여행. 쓰는 사람 입장에서는 무한한 상상력과 경험이 바탕이 되어야 할 듯 하다.
프롤로그를 읽었음에도 불구하고 나는 1장 '책여행'의 이야기가 실제로 작가가 그 곳을 여행한 듯한 착각에 빠지게 된다. (그런데 정말로 작가의 상상만의 이야기일까 궁금하다.)
그리고 이상하다. 소설과는 또다른 이런 종류의 허구를 별로 좋아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그냥..빠져들게 되니 말이다.
이 책에서 소개해주는 여행지가 무척 궁금해졌지만 무엇보다 1장 '책여행'에서 그런 여행지의 이야기가 담겨 있는 각 책들이 무척 읽고 싶어진다.
시베리아 횡단열차도 타보고 싶어지고, 영화 '내 이름은 칸'에서 너무 멋진 배경이 되었던 샌프란시스코에 대한 열망도 더해지고 드넒은 몽고초원의 그 자연을 피부로 느껴보고 싶고 핀란드정통 사우나도 경험해보고 싶어진다.
언젠가부터 여행책에 꼭 사진이 들어가 있지 않아도 좋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물론 사진이 있으면 시각적인 효과도 크고 그 상황에 대한 궁금증이 단번에 해소되니 그런 친절쯤은 독자들에게 베풀어도 좋을 듯 하지만 여행책의 필수조건은 아니어도 괜찮다는 생각으로 바뀌게 되었다.
그러려면 독자로 하여금 딴 생각을 품지 않게 오로지 글에만 몰두할 수 있게 만드는 뭔가가 있어야겠지..
그런 면에서 이 책은 그런 점을 충족시킬 수 있었고 이 책을 읽는 동안 오로지, 이 책의 여행지의 다양한 에피소드를 접하며 나름대로의 상상에 빠지는 행복한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