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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승에서 살아남기
아르토 파실린나 지음, 이수연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11년 1월
평점 :
절판
북유럽 핀란드 소설이라는 점이 관심을 확 끄는데 제목도 심상치 않고 표지는 저승이라는 주제에 걸맞지 않게 무척이나 환하다. 이 소설의 분위기를 어느 정도 짐작할 수 있을 듯하다.
서른 한 살 젊은 기자에게 어느 날 갑자기 죽음이 찾아온다. 살아 생전에는 거리에서 여자들의 다리 훔쳐보는 것을 낙으로 삼더니만 결국 이 낙으로 인해 그만 죽음을 당하게 되니 죽은 사람한테는 미안한 말이지만 그 죽는 순간이 무척이나 어처구니없고 우스꽝스럽기까지 하다.
사람의 심리가 그런가보다. (이미 죽었으니 사람이라고 말하기는 좀 뭐하지만) 자신이 죽으면 사람들이 얼마나 슬퍼할 지 주인공도 무척 궁금했었나보다. 자신의 혼령이 빛보다 빨리 움직일 수 있다는 사실을 알고 얼른 집으로 달려가 아내의 반응을 살펴보는데 아내도 그렇고 장례식에서의 친구들조차 그다지 슬퍼하질 않는 걸 보고 이승에서의 미련을 과감히 포기하고 죽음을 받아들이게 된다.
그 후 죽음으로 육체와 영혼이 분리되면서 영혼이 사후에서 겪게 되는 일들을 재밌게 풀어 간다.
죽음으로 더 이상 돈 걱정도, 아내와의 갈등도, 배고픔, 갈증, 위통도 없는, 죽음이라는 것은 편안한 휴식을 제공하는 새로운 경험인 것이다.
생전에 가고 싶었던 곳을 여행도 하고 살아서는 똑바로 쳐다볼 수도 없었던 교황도 만나 얘기도 나누게 되고 진심으로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기도 한다.
살아서는 나 살기 바빴지만 나쁜 사람들 꿈을 조정해서 이웃을 위해 좋은 일도 해본다..
이 책에서 생전에 이성적일수록 사후에 오래 살아 남는다는 설정은 무척이나 재미있다.(그래서 동물들은 이성이 없기 때문에 영혼이 바로 흩어져 버린다.)
이 책을 읽으면서 죽음이란 슬프고 무섭고 두려운 대상이라는 생각에서 벗어나 사후에 재미있고 새로운 세계로의 여행이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죽음에 대해 새로운 시각으로 바라볼 수 있는 소설이다. 저승에서의 삶은 이승에서의 삶의 연장선이라 이승에서 착한 일 많이 하고 존경받아야 저승에서도 같은 삶을 살 수 있다고 하니..지금의 삶에 충실해야겟다.
저자의 전작인 기발한 자살여행이라는 책도 참 독특하고 재미날 듯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