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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라바조의 비밀
틸만 뢰리히 지음, 서유리 옮김 / 레드박스 / 2010년 2월
평점 :
절판
처음 책을 받자마자 헉~소리가 절로 나온다. 장작 740여쪽에 달하는 대단한 두께의 책. 이 안에 그토록 유명하다는 천재화가 카라바조의 삶에 대한 모든 것이 담겨있다고 생각하니 무척이나 흥분된다. 인물이나 특히 예술가를 소재로 한 책을 무척이나 좋아하기에 오히려 이 정도의 두께는 되어야 한 인물에 대한 이야기가 제대로 이루어질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작년이 카라바조 서거 400주년이고 유럽전역에서는 카라바조의 열풍이 불고 있다고 한다. 상대적으로 우리나라에서는 그에 대한 관심도가 높진 않지만 적어도 이 책을 접한 사람이라면 카라바조가 어떤 인물이며 어떤 인생을 살았는지 알게 되고 그의 작품이 서서히 눈에 들어오리라 생각된다.
나 또한 지금까지 카라바조의 그림은 명화책이나 예술관련책을 통해서 가끔 볼 수 있었지만 개인적으로 맘에 끌리는 그림기법이 아니라 큰 관심을 끌지는 못했는데 이 책을 읽으면서 '카라바조'라는 한 인물에 대해 굉장한 호기심이 생기게 되었다.
카라바조가 미켈란젤로와 대등한 평가를 받고 있고 이탈리아 화폐에까지 등장할 정도라면 그가 어느 정도의 천재성을 가지고 있고 유럽에서 어느 정도의 사랑을 받고 있는지를 쉽게 알 수 있다.
신성한 종교그림만이 인정을 받았던 르네상스 시대에 카라바조는 기존의 격식을 무시하고 자신만의 자유로운 방식으로 표현하였다. 또한 그는 창녀, 집시. 거지 등 그 당시에는 그림의 모델로는 상상조차 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존재자체가 철저히 무시당했던 대상을 자신의 그림의 모델로 삼았다.
그의 삶을 들여다보면 결코 행복했다고는 말할 수 없다. 아니 오히려 불행한 쪽에 가깝다. 어린 시절 페스트로 할아버지와 아버지를 여의고 도제생활을 하던 4년동안에는 선배도제사에게서 성적학대를 당한다. 누군가의 후원에 얽매여 구속된 생활을 하기를 거부함으로써 힘든 화가생활을 영위해 나간다. 성에 대해서도 양성의 성격을 보이고 서른 아홉이라는 짧은 생을 사는 동안 15번이나 수사기록에 오르고 7번이 넘는 감옥생활도 할 정도로 파란만장한 삶을 산다.
그래도 그는 어떤 면에서는 행복한 사람이었다는 생각도 든다. 어릴때부터 변함없는 사랑을 보여주는 파올라도 있고 비록 동성애의 감정을 가지고는 있지만 죽을때까지 그의 곁에서 그를 격려해주는 마리오. 그리고 추기경과 후작부인의 지지는 끊임없이 말썽을 피워대는 카라바조에게 있어서 변치 않는 든든한 주변인물들이다.
책의 앞에 소개된 카라바조의 그림과 이야기가 연결되어 있어서 그림을 들여다보며 읽는 재미가 무척 좋았다. 중세시대를 배경으로 한 한편의 역사소설을 읽는 듯한 느낌도 들었다.
카라바조의 그림 중 <아기 예수의 탄생>은 1969년에 도단당한 채 현재까지 그 존재조차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고 한다. 이토록 긴 세월동안 과연 그의 그림이 어딘가에 무사히 보존되어 있을까. 그림에 대해 무지한 나로써도 무척이나 안타까운 맘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