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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극의 셰프 - 영화 [남극의 셰프] 원작 에세이
니시무라 준 지음, 고재운 옮김 / 바다출판사 / 2011년 1월
평점 :
품절
보통 원작을 읽고 나서 영화를 보는 건 괜찮은데 영화를 보고 나서 원작을 읽는 것은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영화를 보고 나면 영화속 주인공을 떠올리게 되기 때문에 책을 읽으면서 나 나름대로 상상할 수 있는 부분이 극히 적어지는 게 웬지 싫다.
그런데 남극의 쉐프는 정말 너무 우연한 기회에 보게 된 영화이고 일본영화 특유의 소소한 분위기를 맘껏 느낄 수 있었기에 이 영화의 원작이 있다는 사실을 알고 나니 책도 무척 궁금해진다.
그리고 책을 읽고 난 느낌은 읽기를 잘 했다는 생각..책을 통해 느껴진 남극의 쉐프는 영화 이상으로 웃음을 선사하고 있다.
아니 기대 이상으로 책이 더 재미나고 더 맛깔스럽다. 영화에서 미처 보여주지 못한 다양한 요리들이 많이 나오는데 이 요리들이 실제로 영화에 다 나왔다면 관객들에게 너무도 큰 고통을 주었을꺼라는 생각이 든다.
영화 속 니시무라 쉐프는 2% 정도 부족한.말없이 대원들의 입을 즐겁게 해주고 자신의 요리를 맛있게 먹는 모습을 보며 흐뭇해 하는 그런 얌전한 캐릭터였는데 책 속의 니시무라 쉐프는 정반대의 이미지다.
하루종일 아무일도 일어나지 않는 자칫 무료해 질 수 있는 남극기지의 생활에서 이 9명의 남극대원들의 일상은 상상을 초월하는 엉뚱함과 일상생활에서도 느낄 수 없는 삶의 활력이 느껴진다. 남극대원들 하면 다소 냉철하고 똑똑한 느낌이 드는데 영화 속 남극대원 아저씨들보다 더더욱 엉뚱하고 기발한 아이디어를 생각해내는 이 아저씨들..
정말로 이런 일들을 해냈단 말이야..라는 의구심이 들 정도이다.
책을 읽는 내내 맛난 요리를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즐겁고 엉뚱한 남극 대원들의 행동을 상상하며 웃음을 터트리고...아마 책을 먼저 읽고 나서 영화를 봤다면 영화가 다소 밋밋하게 느껴질 수 있을 정도로 책이 주는 즐거움은 굉장하다.
나는 다행히도 영화를 먼저 보고 책을 접했기에 둘 다 만족스럽다.
우리나라의 남극기지의 대원들은 어떤 음식을 드시고 계시나.갑자기 궁금해지고 이 책을 읽어보시고 무료한 남극생활을 이렇게 한번 재밌게 지내보세요...라고 살짝 귀뜸해주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