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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블 판타지
무라야마 유카 지음, 김성기 옮김 / 문학의문학 / 2011년 1월
평점 :
품절
성에 관해 이토록 리얼하고 솔직하게 쓰여진 책은 작년에 읽은 "불유쾌한 과일" 이후로 이번이 처음이다. 둘 다 일본소설이고 둘 다 여성작가가 썼다는 공통점이 있다.
더군다나 이번 더블 판타지는 일본내에서 에쿠니 가오리, 요시모토 바나나와 함께 일본 대표 여류 3인방의 자리를 지키고 있는 작가가 이런 파격적인 소설을 썼다는 점에서 더 큰 호기심이 간다. 그리고 이 작품으로 일본 3대 문학상 외 여러 상을 받았다는 사실도 이 책을 읽고 싶은 맘을 부추긴다.
작가는 이 작픔으로 인해 기존의 독자를 많이 잃을 수도 있다는 사실을 각오할 정도로 지금까지와는 180도 다른 분위기의 작품을 써 내려갔다.
주인공 다카토 나츠는 한창 상승가도를 달리고 있는 35세의 드라마 작가이다. 남편은 아내의 작업을 도와준다는 명목하에 드라마 연출가로서의 직업을 접고 집안일을 도맡고 있는데 겉으로는 매우 다정한 남편으로 비춰지지만 실제로는 자신의 힘을 빌리지 않고서는 아내가 제대로 된 작품 하나 완성할 수 없다고 믿고 있으며 부부관계에 있어서도 그다지 적극적이지가 않다.
나츠는 그러한 남편과의 생활에서 성적인 부분을 제외하고는 그냥 참고 순종하며 큰 불만없이 살아가고 있다. 그런 그녀가 옛 스승 겸 천재 연출가인 시자와와 공적인 메일을 주고받게 되고 그러한 연결은 결국에는 성적인 관계로까지 발전하게 된다. 게다가 시자와는 남편과는 정반대로 카리스마 넘치고 성관계에 있어서도 자학적이고 지배적인 부분이 강해 이런 경험을 처음 하게 된 나츠는 서서히 진정한 성에 눈을 뜨게 된다.
그러면서 남편에 대한 불만이 구체적으로 표출되면서 소위 별거에 들어가게 되고 그 후에 차례로 만나게 되는 남자마다 자연스럽게 성관계로 이어지게 된다.
자신의 생각을 잘 표현할 줄도 모르고 순종적이었던 나츠는 성에 있어서도 과감하다 싶을 정도로 변하게 되고 결국에는 두 남자를 동시에 만나게 되기에 이른다.
그러나 그렇게 점점 남자에 빠져들고 다양한 성관계를 즐기게 되지만 그럴수록 나츠의 마음은 공허하고 외롭기만 하다. 성에 의한 쾌락도 결코 채워줄 수 없는 그 공허함은 무엇일까..
소위 여자가 성에 눈을 띄게 되고 한번 그 쾌락을 알게 되면 쉽게 빠져나오지 못한다고 하는데 나츠의 경우가 그러한 것 같다.
그러나 또 한편으로는 여자는 쾌락을 쫗으면서도 그 이면에는 자신이 사랑받고 보호받고 있다는 확신과 안정감을 더 원하는 것 같다. 마지막까지 지독히 쓸쓸해 보이는 나츠를 보면서 과연 나츠가 갈망했던 것은 무엇이었을까 다시 한번 생각해보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