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싸구려 행복 - 제44회 페미나상 수상작
가브리엘 루아 지음, 이세진 옮김 / 이상북스 / 2010년 10월
평점 :
절판
세계 2차 대전을 배경으로 하고 있는 이 소설(무척이나 도발적이고 현대적인 감각의 표지여성을 보고 이 작품의 배경이 현대인줄 알았다.)은 다양한 주인공들의 찌들고 힘든 각자의 삶을 통해 그런 삶의 가운데서도 행복은 존재하고 그렇기에 삶이란 나름대로의 가치가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형제 많고 가난한 집안의 장녀인 열 아홉살의 플로랑틴은 가족의 생계를 홀로 짊어지며 '15센트'라는 카페에서 일을 하고 있다. 그녀는 비록 지금은 가난하지만 진정한 사랑을 만난다면 자신도 분명 행복할 수 있으리라는 믿음을 가지고 있다.
열 한번째 아이를 임신중인 플로랑틴의 엄마 로즈 안나는 착하지만 뜬구름만 잡고 현실감각과 경제능력이 전혀 없는 무능력한 남편탓에 매일매일을 가난에 찌들어 살고 있다. 그녀가 바라는 행복은 결코 크거나 허황되지가 않다. 그저 하루하루 먹고 살 걱정 없고 가족이 건강하기만을 바랄 뿐이다.
경제적으로 무능력한 탓에 아내인 로즈 안나와 장녀인 플로랑틴를 비롯한 가족에게 끊임없는 고통과 상처를 안겨주는 플로랑틴의 아버지 아자리우스. 사실 이 사람이 추구하는 행복은 잘 모르겠다.가족을 사랑하는건 분명하고 마지막에는 지금까지 살면서 가장 현명한 결정을 하긴 하지만..
불우한 유년시절을 보낸 탓에 출세만이 행복을 보장받을 수 있다고 믿는 청년 장. 그와 대조적으로 부유한 집안의 아들이지만 자신의 현재에 안주하지 않고 군입대까지 마다하지 않는 순수한 청년 에마뉘엘.
이들 각자의 주인공들의 삶은 참으로 힘겹고 고통스럽기 그지 없다. 특히 나는 책을 읽는 내내 로즈 안나에게 무한한 동정심이 생긴다. 한때는 날씬하고 아름답고 꿈도 많던 그녀가 지금은 하루하루 살아갈 걱정만 하고 그 와중에도 남편에 대한 크나큰 원망도 표출하지 않은 채 인내의 삶을 살아간다. 장남 외젠이 군에 입대하는 댓가로 뜻하지 않은 수입이 생기는데 어떻게든 그 돈만은 쓰지 않으려고 안간힘을 쓰지만 현실앞에서는 그 돈의 유혹은 너무나 크다. 결국 그 돈까지 생활비의 계확에 넣게 되지만 휴가중인 아들이 그 돈을 요구해오고 안나의 그 막막한 심정..나는 이 대목이 참으로 맘이 아팠다.
이 책에는 행복한 사람은 결코 등장하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들이 결코 절망의 끝에서 허덕이는 것이 아니라 나름대로의 행복을 꿈꾸고 있다는 것. 그것이 바로 이 책에서 말하고자 하는 행복의 의미인 걸까. 사실 '싸구려 행복'이라는 제목에 공감이 가진 않지만 내용만으로는 충분히 재밌게 읽을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