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녀재판은 몇백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많은 관심과 호기심을 불러 일으키는 단어이다. 어릴때 마녀재판으로 억울하게 죽임을 당한 잔다르크의 이야기와 화형..마녀..주술..같은 단어가 무척이나 신비스럽고 다소 무섭게 느껴지기까지 했던 기억이 난다. 이 책은 실제로 마녀재판에 의해 희생당한 엘리자베스 호우의 후손인 저자가 세일럼이라는 마을에서 실제 일어났었던 마녀재판의 사건을 소재로 다룬, 실화를 바탕으로 한 소설이다, 그래서 소실이라고는 해도 이 책에 나오는 인물들 다수는 실제인물이고 수수께끼의 부적이 새겨진 토지경계석도 실제로 메사추세츠주에서 발견되었던 점 등 실제부분이 많아서 독자로 하여금 몇백년 전의 마녀재판의 그 광기의 시간으로 끌어들이는데 배의 효과가 있지 않나 싶다. 하버드대 대학원생인 코니가 세일럼에 있는 외할머니의 집을 정리하는 와중에 17세기 성경책안에 있던 열쇠를 우연히 발견하게 되고 그 열쇠안에 씌여있는 "딜리버런스 데인"이라는 이름을 계기로 그녀의 존재를 찾으면서 펼쳐지는 사건은 과거와 현재의 이야기가 서로 얼키면서 엮어나가는 형식인데 상당한 기대감을 안고 읽기 시작하는 책이라 초반부터 웬지 긴장감이 감도는 느낌이다. 그런데 이러한 전개는 중간으로 갈수록 별다른 사건없이 후반으로 이어져서 조금 느슨해지는 느낌은 있다. 오히려 개인적으로는 딜리버런스 데인 이라는 인물에 대한 궁금증보다는 그녀를 찾아가는 과정에서 기술되는 다양한 방법들이 흥미로웠다. 법원의 유언검인기록이나 도서관의 특수자료 열람실의 고문서 등을 통해 과거의 자료를 찾는 과정은 정말 흥미롭다. 도서관에 있는 특수자료 열람실에는 어떤 자료들이 있는걸까 평소 궁금하긴 했지만 뭐 나랑은 전혀 관계가 없는 곳이라 도서관방문장소에서 열외를 시키곤 했었는데 이러한 자료들이 보관되어 있는 곳이구나..새롭게 알게 되었다. 이 책에 나오는 마녀를 식별하는 방법은 정말 너무 치욕스럽다. 실제로 그런 방법을 썼을테지..무지했던걸까..아니면 마녀로 단정짓기 위한 증거를 찾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은걸까.. 똑똑한 여성들이 가부장적 남성들의 우월주의에 의해 그 가치를 인정받지 못하고 군중심리에 의해 희생을 당해야했던 시절.. 마녀로 판결이 나면 대대손손 멸시와 소외속에 빈궁한 생활을 해야했던 시절.. 마녀라는 존재와 마녀재판과 그로 인한 길고 긴 여파에 대해 자세히 알게 된 계기가 되었다. 영화로 만들어진다면 오히려 더 재밌을듯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