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 아라로아, 나에게로 - 광활하고 눈부신 뉴질랜드 3000킬로미터, 혼자 걸은 아홉 달의 기록
나오미 아널드 지음, 신정은 옮김 / 그림나무 / 202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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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자유로운 느낌으로 써 내려간 내용입니다 >




여행 에세이를 오랜 기간 좋아해 왔고 여전히 좋아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가벼운 느낌의 여행 에세이에 아쉬운 마음이 커졌다.

그러던 참에 이 책을 우연히 알게 되었다.

테 아라오라라는 단어가 낯설지만 책 소개에 이끌려 읽게 되었는데 초반부터 느낌이 좋다. 완전 내 취향의 여행 에세이 !


세로로 긴 뉴질랜드의 남쪽 끝에서 북쪽 끝을 잇는 3,000km의 트레일을 9개월 간 종단한 40대 초반의 한 여성의 기록을 담고 있다.

우리나라에도 잘 알려진 산티아고 순례길이 언뜻 떠오르기도 하고, 실제로도 그 순례길과 같은 느낌의 트레일이긴 한데 길 자체도 그렇고 전체적인 환경이 뭔가 덜 가꿔지고 더 투박한 느낌이다. 그래서 저자의 고난이 날 것 그대로의 느낌으로 전해진다.


초반에는 사진도 찍고, 자신의 페이스대로 여유롭게 걷지만 곧 마주하게 된 지옥의 진흙탕에서부터 본격적인 고난이 시작된다.

긴 하이킹 바지보다는 반바지가 나을 꺼라는, 앞서 그 길을 통과한 한 하이커의 충고를 마주할 때까지만 해도 저자도 그렇고, 읽는 나도 그렇고 그 정도의 끔찍한 진흙탕길이 기다리고 있을 줄은 상상도 못했다. 무릎, 심하게는 더 깊은 진흙탕 속을 헤집고 꼬박 이틀을 걸어야 빠져나올 수 있는데, 저자가 어찌나 그 상황을 리얼하게 표현하던지..어휴..그 속에서 뭔가에 물려도 꼼짝없이 당할 수 밖에 없겠다는 생각도 들고, 장소와는 상관없이 뱀도 생각나고 악어도 생각나고.. 하이커들을 위해서 그런 길은 좀 개선되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들 정도로 최악의 코스였다.


그 길에서 만난 전 세계 베테랑 하이커들 가운데 미국인을 표현한 대목이 눈에 띈다.

자신감 넘치고 능력까지 갖춘, 모든 것을 최경량, 최단 시간으로 경쟁하는 미국인의 방식, 그리고 적당히 대충 해도 어떻게든 되겠거니 하는 저자의 행동을 '키위식 태도' 로 표현하는데, 뉴질랜드인이 스스로를 키위로 표현하는 그 내면에 이런 살짝 부정적인 인식을 가지고 있다는 점도 흥미롭고, 그들이 바라보는 미국인의 모습도 인상적이다.


왜 그런 고생을 자처하는지 저자 스스로도 설명하지 못한다. 하지만 같은 경험을 한 하이커라면 그 무모함을 충분히 이해할 수 있고, 나 역시 어렴풋이 그 마음을 헤아릴 수 있겠다.

고난의 강도는 다를테지만, 남들은 쉽게 이해하지 못하는 자신만의 목표와 도전, 성취감에 가까운 일이 아닐까 싶다.


이 트레일의 끝에 도달한 저자의 그 벅찬 감동과 자신감은 그 어디에도 견줄 수 없을 꺼라 생각한다.

저자도 정말 대단하고, 그 긴 시간을 묵묵히 기다려주고, 응원해주고 GPS위성 추적기로 지속적으로 아내의 위치를 확인하면서 힘이 되어준 남편도 멋지다.


오랜만에 너무 재미있게 읽은 여행기이다.

사진 한 장 없지만, 저자의 글만으로 몇십 장의 사진보다 더 사실적인 생동감과 몰입감을 선사한다.

한국에서 3년을 생활했고 한국에 대해 좋은 추억을 간직한 저자이기에 더 친근감이 들기도 하다.





 #테아라로아나에게로 #그림나무 #여행에세이 #에세이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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