뭉우리돌의 광야 - 국외독립운동 이야기 : 중앙아시아 편 ㅣ 뭉우리돌 3
김동우 지음 / 수오서재 / 202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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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자유로운 느낌으로 써 내려간 내용입니다 >




예전에 온라인에서 우연히 짤막한 소개를 보고 시리즈 전부가 너무 궁금했던 책이다.

책이 생각보다 판형도 크고 묵직해서 첫 느낌이 너무 좋았는데, 내용은 이 첫 느낌을 훨씬 뛰어넘는, 기대 이상의 책이었다.

재미있다..라는 차원과는 다른, 마음이 아리고 슬프기도 하고 저자의 의지는 감동적이고, 정부에 대해서는 화가 나고..복잡미묘한 감정들이 끊임없이 요동친다.


'국외독립운동사적지 기록 프로젝트'의 3번째편인 이번 책에서는 중앙아시아의 독립운동가와 디아스포라의 흔적을 찾아나선 8년간의 취재의 결과물이다.

스탈린 시대에 영문도 모른 채 갑작스런 강제이주명령을 받아, 모든 것을 버리고 낯설고 척박한 곳에서 생을 이어가야만 했던 수많은 한인들의 이야기는 먹먹하기만 하다. 한편으로는 그 곳에서도 한국인 특유의 끈질긴 생명력과 특히 벼농사에 있어서 독보적인 감각력으로 황폐한 땅에서 성공적인 벼농사를 이뤄낸 그들이 자랑스럽기 그지없다.







대한제국 말기 항일 의병장 민긍호의 후손에 대한 이야기는 참으로 기가 막히다.

국내 곳곳에서 크고 작은 항일전투를 치르고 교전 중 순국한 이후에도, 남겨진 가족(부인과 1남 1녀)은 일제의 감시와 탄압을 받게 된다. 이들은 북만주로 피신 후 그 곳에서 안중근 의사의 보호를 받게 되지만, 안중근 의사마저 돌아가시게 되면서 다시 러시아 연해주로, 중앙아시아로 터전을 옮기게 된다.

민긍호 직계 자손이 카자흐스탄에 산다고 알려진 건 한소 수교직후.

그 전까지는 먼 친적들이 건국훈장 대통령장을 받았고, 보훈연금도 이들이 수령했다고 한다. 수교 이후 뒤늦게 직계가족이 훈장만이라도 받으려 시도했지만, 결국 그들에게 돌아온 건 비닐봉지에 담긴 재교부된 훈장 뿐..이들에게 뒤늦게라도 연금이 지급되는 것은 왜 시행되지 못했던 걸까..그 어떤 예우도 없이 훈장이 비닐봉지에 담겨 보내지다니...


몇년 전 괴한에게 습격당해 숨진 카자흐스탄 피겨스케이팅 영웅 데시스 텐의 사건소식을 접하면서, 그 당시 '조선말 의병장 민긍호의 외고손'이라는 소개글은 스쳐 지나갔던 기억이 나는데, 이 책에서 소개된 바로 그 민긍호의 후손이었다는 사실을 뒤늦게 인지하게 되면서 새삼 마음이 너무 아프다.






'왕산로' 라는, 지하철 1호선 회기역 인근 시조사 삼거리~신설동 오거리까지의 도로명이 있다.

이 왕산은 건국훈장 대한민국장을 받은 의병장 허위의 호인데, 3대가 독립운동가로 활약할 정도로 큰 공헌을 남긴 가족임에도 그들의 말년은 타국에서 쓸쓸하고 초라하게 맞이했다고 한다.

장손녀 허 로자는 살아생전 독립운동가 후손지원을 위해 대사관에 여러차례 요청했지만 거절당한 후, 우즈베키스탄을 방문한 한명숙 전 총리와의 만남을 계기로 팔십 평생 고국땅을 밟게 되는데, 그 후 귀화신청에서 아버지 이름을 잘못 기재했단 이유로 거부당하고 빈손으로 되돌아가게 된다. 2011년 겨우 국적을 회복하게 되지만, 21년 별세 때에는 돈이 없어 빈소와 장례비용을 마련하지 못하는 상황에 처하게 되고, 가까스로 한 국회의원과 기업의 도움으로 장례를 치렀다고 한다.

3대에 걸친 독립운동, 도로명까지 만들 정도로 위대한 독립운동가의 직계후손에 대한 이러한 정부의 처우가 너무 아쉽다.






강연상이라는 천도교인 독립운동가가 건국훈장 애국장을 받은 지 거의 30년 후인 2024년, 국가보훈부가 그의 묘소를 발견했다고 보도된 기사에는 ".....현지의 묘지 관리인이....벌초해...묘소 상태는 양호한 편..."이라고 실린다.

이 기사를 토대로 저자는 1차 답사과정에서 양호하고 관리가 잘 된 공동묘지를 찾지만 그 어느 곳에서도 그의 묘지를 찾을 수 없게 되자, 현장을 다녀왔다는 국가보훈부 직원한테 직접 확인한 결과, 기사 내용은 거짓임이 드러난다. 저자가 직접 확인한 풍경은 황량한 들판의 공동묘지 풀숲에 쓰러져 있는 조각난 비석이었다.






책에서 소개된 수많은 독립운동가들의 이야기는 그 어느 것 하나 소홀히 다룰 수 없는 값진 희생의 역사이지만, 그들의 묘지는 비석 하나 제대로 세워지지 않고 방치되거나 묘의 행방조차 찾을 수 없는 경우도 허다하다.

국가가 당연히 해야 할 일을 저자가 비용을 어렵사리 마련해 발품을 팔아가면서 오랜 시간을 들여 이러한 값진 프로젝트를 진행한다는 사실이 무척이나 감동적이고 대단하다는 생각이 드는 한편, 비협조적이고 무관심한 정부의 태도에 분개하게 된다.


책 속에 가득 담긴 귀한 사진들 일부에 좌표가 기재되어 있어서 무슨 의미인가 싶었는데, 저자가 이 책의 독자들을 향한 부탁의 표시이다.

저자는 이 좌표를 기억해주면 좋겠다고, 기회가 된다면 그 좌표를 따라 여행하기를 권한다.


그동안 무지했고 무관심했던 독립운동가들에 대해 관심을 가질 수 있게 해 준 저자와 출판사에게 감사한 마음이고, 독립운동가 후손들을 위한 지원이 제대로 이루어졌음 하는 바램이다.

이 신간도 전작들도 많은 사람들이 읽고 널리 알렸음 좋겠다. 주변 도서관에 희망도서로도 신청해도 좋을 것 같다.





”요조앤@yozo_anne 이 모집한 서평단에 선정되어 수오서재 @suobooks  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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