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곡미풍 - 골짜기에서 불어오는 산들바람
위화 지음, 백도라지 옮김 / 푸른숲 / 2026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자유로운 느낌으로 써 내려간 내용입니다.




모옌, 옌렌커와 함께 중국 3대 현대 작가로 꼽히고, 현재 노벨문학상에 가장 근접한 중국 작가 중 한 명으로 꼽힌다는 작가 위화 !!

그의 반평생이 담긴 에세이를 만나보았다.


읽으면서 드는 생각은 위화 글은 역시 너무 좋다는 점.

소설에서 느낄 수 있는 느낌에 더해 에세이에서는 더 담백하고 솔직하고 무엇보다 재밌다.

이런 대작가도 어린 시절에는 이렇게나 말썽도 피우고 엉뚱했구나..

그 나이때의 남자아이들은 대부분 그랬겠지만 위화와 형은 특히나 부모님 속 꽤나 썩였을 것 같다. 나쁜 방향이 아니라 하도 엉뚱하고 사고도 잘 쳐서, 가뜩이나 바쁜 두 양반네들 특히나 어디로 튈지 모르는 엉뚱한 막내아들 단속하느라 엄청 고생하셨을 듯 ^^


부모님이 다 의사셔서 어릴 때부터 병원을 내 집인 양 들락날락, 거의 병원에서 살았던 셈이라 외과의사인 아버지가 수술 직후 수술복에 잔뜩 묻은 피나 양동이에 담긴 피, 영안실조차 저자에게는 그저 평범한 일상이었다.


병원의 모든 비판투쟁대회가 열리는 장소인 병원 옆 큰 초가집에서 형과 소방놀이를 하다 불을 낸 사건.

형이 초가집 지푸라기에 불을 붙이고 저자가 소변으로 끄는 놀이인데, 소변이 그렇게 자주 나올리 만무하다. 결국 불이 나고 그 당시 비판투쟁 대상이었던 아버지는 젤 먼저 달려와 불을 끄고 영웅이 되려던 찰나, 아들이 고백한다. 이 불 형이 냈다고...그 후 아버지는 비판투쟁에서 엄청 시달렸고...그리고 형과 함께 아버지한테 죽도록 맞는다.







병원의 1년치 기록을 담은 노트의 중요성을 모른 채 형과 훔쳐 병원 바닥에 숨기고 끝까지 시치미를 뗀 사건.

저자가 형의 살벌한 눈초리가 무서워 끝까지 발뺌을 하고 병원관계자들이 추궁하는걸 포기하고 그들 곁을 떠났을 때 의사 어머니가 안도하는 모습은 30년이 지난 지금도 생생하다고 한다..어머니의 심정이 어떠했을지..


단 것이 너무도 귀한 시절. 학교에서 수류탄 던지는 연습 도중 형이 수류탄에 맞아 중상을 입는다.

바쁜 부모님을 대신해 형 옆에 있어야 했던 저자. 사고를 낸 부모가 가지고 온 사탕 한 봉지를 한 개씩 까먹는다.

딴 때 같으면 형이 무서워 엄두도 못 내지만 지금의 형은 아무 힘도 못쓰니, 이때다 하고 사탕을 야금야금 다 먹어버린것. 형 눈 앞에서...

속수무책으로 눈 앞에서 그 맛난 사탕이 없어지는 걸 봐야했던 형은 얼마나 배가 아팠을까...






아버지가 의사인 걸 깜빡하고 열이 난다고 꾀병을 부렸다가 단박에 들통나서 혼나고, 저자는 다짐한다. 절대로 꾀병을 부리지 않기로..

그 후 배가 아프다고 또 꾀병 부렸다가 더 큰 수난을 겪게 되지만...


어릴 때부터 교과서에 등장하는 바다는 항상 푸른색으로 표현되지만 저자가 보는 바다는 항상 누랬다. 고등학생 때 결국 바닷물이 푸르게 변하는 곳까지 헤엄치기로 결심하고 바다로 뛰어든다. 바다가 얼마나 무서운데 겁도 없이...

그리고, 어느새 보니 바다가 푸른색으로 보이기 시작하고 곧이어 해류에 휘말린다. 아무리 헤엄을 쳐도 벗어날 수 없다는 걸 깨닫고 공포에 휩싸이고 죽음까지 생각하게 된다. 그러던 순간 누군가의 말이 떠오른다. 해류를 만나면 헤엄쳐 나올 생각 말고 그냥 떠다니라고..그렇게 해서 저자는 배영과 평영 자세를 반복하며 해류에 몸을 맡기고 결국 무사히 다시 육지로 돌아온다.

자칫했으면 지금의 세계적인 작가는 존재하지 못했을 수도 있었다.


끊이지 않았던 사고와 관련된 크고 작은 에피소드들, 순수하고 때묻지 않았던 그 시절 농촌 아이들의 세계, 병원에서 보냈던 어린 시절의 추억, 못살았던 시절의 먹거리, 아들이 태어난 후의 이야기 등 소재도 다양한 일화들이 너무도 재밌게 그려진다. 그 당시 마오쩌둥이 지배했던 중국 사회의 분위기도 엿볼 수 있다.


저자의 글을 읽고 있으면 마치 흑백 앨범을 들여다보는 듯한 기분이다. 그 시절의 꼬마 위화, 초등학생 위화, 중학생 위화가 내 눈 앞에서 아른거린다. 동시에 풍족하진 않았지만 하루하루가 모험의 연속이었던 나의 어린 시절이 사뭇 그립다.


위화가 젊은 시절 아내와 주고받으며 위로하던 말이다.

"우리는 집이 없어도 청춘이 있잖아."

그리고 말한다.

지금 우리는 집이 생겼지만, 청춘이 없다.


괜시리 내 맘이 짠하다.


위화 작가의 작품을 좋아하는 독자라면 이 에세이도 꼭 챙겨 읽으시길..

위화 작가를 보다 더 가깝게 느낄 수 있는 시간이 된다. 너무 좋았던 에세이였다.





#위화 #산문집 #순수한시절의위로 #환희와고통의삶 #산곡미풍 #푸른숲 #에세이추천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 l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