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놓친 위대한 한 컷 - 한 장의 사진 속에 숨어 있는 역사와 삶의 이야기
곽한영 지음 / 니들북 / 2026년 2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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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자유로운 느낌으로 써 내려간 내용입니다.



' 숨겨진 역사와 생각거리를 캐내는 틈새인문학 ' 이라는 책소개 문구가 굉장히 매력적이다.
이 책에는 총 23건의 이야기가 담겨 있는데, 시작부터 좋다.

바로 장국영과 양조위의 '아비정전' 이야기를 서두로 꺼냈다는 점이다.
양조위가 침대에서 담배를 피는 장면에서 그가 있는 괴상한 형태의 방과 관련해 '홍콩의 마굴'이라 불리는 구룡채성을 이야기한다.
홍콩의 코딱지만하고 열악한 방에 대한 기사를 몇 번 접한 적이 있어서 이 이야기들이 더 흥미롭게 다가온다.
사진으로만 봐도 마치 검은 성과도 같은 무허가 건물들의 집합체가 어떤 사연으로 그렇게 무시무시한 무법천지,우범지대로 전락하였고, 어떻게 왕가위 감독이 그 곳에서 촬영이 가능했는지에 대한 흥미진진한 이야기들이 펼쳐진다.


그리고 아비정전의 마지막에 양조위가 잠깐 등장했다가 사라진 그 장면에 대해서는, 감독은 아비정전을 연작으로 계획했고, 다음 이야기의 주인공인 양조위의 등장을 암시하는 장면으로 1편을 마무리했지만, 이 이아비정전 1이 흥행에 참패하면서 이 장면은 결국 흐지부지된 셈이 되었다고 한다.







캐나다에는 곰을 위한 쓰레기통이 있다고 한다. 뜬금없이 갑자기 왜 쓰레기통? 그것도 곰을 위한?
이 이야기는 캐나다인의 다문화에 대한 가치관을 언급하며 소개된 이야기이다.
출산율이 현저히 줄어들고 있지만 인구수는 오히려 증가하고 있는 캐나다는 이민자의 유입 정책이 큰 몫을 해 왔지만, 이렇게 정착되기까지 얼마나 복잡한 문제들이 얽혀 있었는지에 대해 이야기한다.


산이 많은 캐나다에서는 곰이 도심, 학교 등까지 자주 출몰을 하는데 곰은 머리가 좋은 동물이라 웬만한 잠금장치는 쉽게 연다고 한다.
그래서 곰이 열지 못하도록 만든 쓰레기통이 곳곳에 비치되어 있는데, 이것은 단순히 곰이 쓰레기통을 뒤지지 못하게 하려는 목적이 아니다.
곰이 인간의 음식에 맛을 들이면 점점 인간세계로 들어오는 경우가 잦게 되고, 결국에는 곰을 사살하는 경우도 많아지게 되므로 결과적으로는 곰을 지키고 보호하기 위한 정책이라고 한다.
캐나다인들의 '공존'의 가치관에 대해 다시 한번 느껴볼 수 있는 이야기이다.






한 장의 사진에 맘이 너무 아프다.
한 어린 소년이 갓난아이를 등에 업고 있는데 앙상한 맨발에 눈은 정면 어딘가를 응시하고 있고, 입은 피가 나올 정도로 앙 다물고 있다.
나가사키 원자폭탄의 생존자 가운데 한 명의 모습이 담긴 이 사진은 사진을 찍은 한 미국인 기자의 회고록을 통해 세상에 알려지게 되었다.
등에 업힌 아기는 소년의 동생으로 이미 죽은 상태이고, 소년이 서 있는 곳은 화장터 앞이었다고 한다.


원자폭탄이 도쿄나 교토가 아닌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에 투하된 이유에 대해서도 설명하고 있는데, 도쿄가 파괴되면 항복을 결정할 주체마저 사라지고 사태가 엉망진창이 될 꺼라는 이유였다고 한다.
교토는 타겟장소로 정해졌지만 그 당시 전쟁성 장관이 자신의 신혼여행지였던 교토에서 그 곳의 문화유산에 깊은 감명을 받아, 폭격을 아주 적극적으로 반대함으로써 피해가게 된다. 그리고 사실상 두 번째 원자폭탄 장소는 고쿠라였지만 안개로 시야가 흐리고, 연료펌프 고장으로 중간에 가장 빠른 경로에 있었던 나가사키가 대신 폭격의 대상이 되었다고 한다.
한순간의 결정과 자연현상에 의해 이렇듯 두 지역의 운명이 엇갈리게 된 상황이 참..
예전이나 지금이나 전쟁의 가장 큰 피해자는 죄없는 일반인들이라는 생각이 다시금 들면서 맘이 씁쓰레하다.






이외에도 부산과 최동원 선수의 이야기, 버킷 리스트의 유래, 미국 최초 판상형 아파트의 탄생과 몰락 등 제목만 봐도 궁금한 내용들이 대거 등장한다.


저자의 프롤로그의 문장이 매우 인상적인데, 입고 있는 옷, 신고 있는 신발, 벽에 남은 못자국 등 주변을 조금만 관심있게 들여다 보면 모든 것에 나름대로의 사연과 이유, 역사가 담겨 있다고 한다.
이 책도 그러한 저자의 세심한 관찰과 호기심에 의해 탄생된 결과물로, 정형화된 틀에서 벗어난 이런 역사 이야기 정말 재밌다.
갑자기 주변의 소소한 것들에 급관심이 생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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