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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왜 산티아고로 도망갔을까
이해솔 지음 / 이타북스 / 2023년 7월
평점 :

저자의 책은 작년 봄, 북유럽 여행 이야기를 담은 < 여행의 위로 > 라는 책으로 먼저 만나봤다.
그 책을 읽고 문득 책장에 저자의 다른 책이 있다는 사실을 떠올리고 조만간 읽어봐야지 했는데, 한참이 지난 이달에서야 읽게 되었다.
저자는 대학졸업 후 국내대학원과 유학의 길을 원하지만, 대기업 취업이라는 안정된 직업을 원하시는 아버지와의 견해 차이를 좁히지 못하고 갈등이 폭발하지만, 결국 저자의 뜻대로 대학원 진학의 길로 들어선다. 그 후, 아버지의 죽음을 맞닥뜨리게 되고, 유학 대신 NGO 입사의 길을 선택하지만, 몇년 후 마음 속에서 맴도는 공허함과 함께 더 이상 자신을 인정해줄 사람이 없다는, 삶에 대한 상실감이 더해지면서 자신을 찾는 시간을 갈구하게 된다.
그렇게 해서 떠나게 된 두 번째의 산티아고 순례길이 이번 이야기로, 그 순례길에서의 끊임없는 사유와 다양한 에피소드가 적절히 어우러져 담백함이 전해진다.

일반적인 여행과는 달리 순례길 특히나 이 산티아고 순례길은 인생에서 큰 터닝포인트를 맞는 사람들이 많이 찾는만큼, 그 길에서 만나는 수많은 사람들과는 국적, 인종, 나이에 상관없이 무언의 공감대가 형성되는 듯 하다.
각자의 사연을 안고 떠나온 순례자들 중에서, 남편과 사별 후 산티아고 순례를 오고 싶어했던 평생 남편의 소원대로 남편의 유골함을 갖고 홀로 나선 50대 여성분의 사연에 특히 맘이 짠하다. 보통의 여행도 아닌, 힘들기 그지없는 순례길을 게다가 영어 한마디도 못하는 그녀가 이 길을 떠날 수 있었던 용기의 원동력은 어디서 나오는걸까..
오롯이 나에게 집중하고픈 마음이 드는 한편, 혼자 나서는 길에서의 고생 또한 만만치 않기에 매번 그 사이에서 저자의 마음은 흔들린다.
특히나 순례 도중 무릎을 다쳐 큰 고생을 한 뒤부터는 당당히 혼자만의 길을 고집하기는 버거워보인다.
병원 치료 후 128유로의 병원비 납부가 병원 창구에서는 안되고 은행 수납으로만 가능한데, 이 수납 하나를 하기 위해 저자가 겪은 맘고생, 몸고생은 어휴!! 쉽게 상상하기 힘든 시스템이지만...

산티아고 순례길 이야기는 주기적으로 읽게 되는데, 읽을 때마다 매번 새롭게 다가온다.
순례길은 무언가를 얻기 위해 오지만 결국은 비우고 가는 길이라고 저자는 말한다.
저자는 순례길 이후 한참이 지난 후 다시 북유럽 여행길에 오르는데, 나는 그 북유럽 여행이야기를 먼저 만나봤기에, 저자가 이 글을 쓰는 시점에서 저자의 미래를 먼저 만나본 셈이다. 저자의 북유럽길은 뭔가 좀 더 안정돼 보이고 덜 방황하는 느낌이 들어 이 책을 읽는 마음 또한 편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