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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굴 만들기 - 성형외과의의 탄생
린지 피츠해리스 지음, 이한음 옮김 / 열린책들 / 2026년 1월
평점 :

*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자유로운 느낌으로 써 내려간 내용입니다.
성형외과의 탄생에 대한 이야기를 다루고 있는 이 책의 소개를 보고 어느 정도 예상은 했지만, 상상 이상으로 끔찍하고 마음이 아프다.
그 어떤 전쟁 이야기보다 더 리얼하고 세부적이고 잔인한 한 편의 전쟁 다큐멘터리이지만, 그럼에도 읽기를 잘 했다는 생각이 든다.
이야기의 초점은 전쟁 자체가 아니라 전쟁의 희생자들의 고통과 희생, 더 정확히는 안면부상 환자들과 그들을 다시 살려낸 의사들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그 무엇보다 가장 머리 속에서 떠나지 않았던 생각은 단 하나, 전쟁은 절대 일어나서는 안된다는 사실이다.
너무도 무고한 젊은이들이 죽고, 불구가 된 채 평생을 트라우마를 안은 채 살아간다.
팔다리가 절단되는 등 인체의 다른 부위가 훼손된 군인들은 존경과 위로를 받고 영웅대접을 받는데 반해, 안면이 훼손된 군인들은 혐오,외면의 대상이 되고 스스로도 말할 수 없는 정신적 충격과 자아 결여로 끔찍한 하루하루를 보내게 된다.
이런 희생자들을 구원해 준 위대한 인물, 바로 '현대 성형수술의 아버지' 라 불리는 외과의사 해럴드 길리스의 이야기를 만나보게 된다.

이전까지만 해도 안면부상으로 심하게 훼손된 환자를 대상으로 할 수 있는 조치란 기껏해야 상처 부위만 봉합하는 정도였다. 그 상처라는 것이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정도의 수준이 아님을 책에서 서술되는 내용과 사진들을 보고 알 수 있다.
'총알 하나가 그의 양쪽 뺨을 뚫고 지나갔다. 입과 코로 피가 왈칵왈칵 솟구치면서....얼굴 절반이 날아가고 피부만이 남아 너덜거리며...눈꺼풀과 아랫입술은 뒤집혔기에 눈을 감을 수도 없고 입을 벌릴 수도 없었다....포탄에 맞아 아랫입술의 대부분과 턱의 상당 부분이 잘려 나갔다...'
이런 큰 부상의 환자들의 얼굴에서 대부분 임기응변으로 처리된 부위는 안에서는 괴사가 이루어지고, 코나 입 등의 기능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었다. 길리스는 그 부위를 다시 절개하고 몇십 번의 과정을 거쳐 얼굴다운 얼굴로 복원하는데, 때로는 조금 성급하게 수술을 시행한 후 죽음에 이른 환자들도 생기면서 길리스는 '내일로 미룰 수 있는 것을 결코 오늘 하지 말라' 고 다짐에 또 다짐을 한다.
그렇게 길고 긴 고통의 끝에서 겨우 회복이 되가는 환자들을 기다리는 것은 고국으로의 귀환, 가족과의 상봉이 아니라 '복귀 명령' 이고, 그렇게 다시 전쟁터에 끌려간 수많은 환자들은 결국 죽음을 맞이하게 된다. 차라리 손이나 발이 절단됐다면 복귀대상에서 제외되었겠지만....

사진으로만 본 길리스는 무뚝뚝하고 일에만 몰두하는 사람으로 보이는데, 책에서 동료나 환자들이 언급하는 그는 굉장히 유머있고, 끔찍한 얼굴의 환자들을 일반인처럼 대하며 용기를 주는 따스한 사람이다.
길리스는 치과, 마취과 등과 한 팀을 이루고, 미술가, 사진사, 조각가와도 합류하여 그 당시에서는 상상도 못할 완벽한 구성의 혁신적인 활동으로 의학사의 한 전환점을 이룬다.
책에 실린, 또는 구글에서 검색해 본 그의 환자들의 수술 전후 사진을 보게 되면, 그 당시 이 정도의 완벽한 성취를 이루었다는 사실이 정말 믿기지 않는다.
자신의 분야에서 진정한 선각자였고 환자를 위하는 참된 의사 길리스의 이러한 업적을 그린 이 책은 그 어떤 전기물 이상으로 큰 감동과 존경심을 불러 일으키기에 충분하다. 이런 위대한 인물이 세상에 잘 알려지지 않았다는 사실이 의아하기만 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