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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니아, 평등에 미친 시대
라이오넬 슈라이버 지음, 유소영 옮김 / 자음과모음 / 2025년 12월
평점 :

☆ 출판사에서 제공받아, 자유로운 느낌으로 써 내려간 내용입니다.
< 케빈에 대하여 > < 내 아내를 위하여 > 둘 다 건조한 문체안에 날카로운 비판이 숨겨져 있어서 꽤나 인상깊었던 작품으로 기억되고, 자연스레 호감작가로 메모리되어 있었다.
정말 오랜만에 다시 만나본 작가의 신간은 일단 제목은 처음에는 그다지 와닿지가 않았다.
평등 페미니즘에 대한 에세이쯤으로 생각하고 패스하려다, 눈에 확 들어오는 저자의 이름을 보고 뒤늦게 관심있게 들여다본 책이다.
다 읽고 나니 비로소 제목이 의미하는 바가 명확히 드러나고 느끼게 된다.
피어슨은 대학교 시간강사로, 뛰어난 유전자를 위해 정자를 공급받아 천재적인 두뇌와 재능을 가진 남매를 두게 되고, 그 후 동거남과의 사이에서 평범한 딸을 한 명 더 갖게 된다.
그녀는 엄격한 여호와의 증인 가정에서 태어나 10대 후반까지 세상과의 고립 속에서 오로지 종교에만 전념하는 생활에 가둬져 살아가는데, 학교는 할 수 없이 다니지만 그 어떠한 활동도, 친구관계도 허용되지 않은 피어슨에게 유일하게 다가가 주고 친구가 되어준 사람은 에머리이다.
피어슨과는 반대로 부유한 가정의 에머리와 그녀의 부모님은 그녀에게 큰 도움을 주게 되고, 그들의 우정은 그렇게 40여년 동안 이어진다.
그녀들이 사는 미국에 소위 '정신적 평등주의' 라는 사회적 반향이 불고 그 이념은 국민들의 사고를 집어삼키고, 그동안 정상으로 여겨져 왔던 모든 것들 - 문학, 인물, 사상, 영화, 교육 등 - 중 대부분이 '평등'사상에 위배되어 사회에서 사라지고, 차별로 인식되는 모든 언어도 금지된다.
평등이라는 명목하에 그 어떤 시험도 필요 없어지고, 선별기준이 없어진 사회는 점점 더 멍청한 사람들로 구성된 심각한 사회로 추락하게 된다.
이러한 광적인 사회적 이념에 복종할 수 없었던 피어슨의 자살행위와도 같은 행동과, 자신의 이념보다는 사회에서 살아남기 위해 행동하는 에머리의 팽팽한 대립이 아주 흥미롭다.
그러나 이 책을 단순히 두 여자의 관계에 대한 이야기로만 생각한다면 큰 오산이다.

작가 특유의 그 신랄하고 냉소적인 비판이 역시 빼놓을 수 없는 매력이다.
솔직히, 중반까지만 해도 이런 사회적 분위기에 군중심리가 동원되어 극적으로 몰아가는 어처구니 없는 상황들이 이해가 안되면서도, 지금의 우리들이 단발적으로 뭐 하나 터지면 벌떼같이 몰려들어 한 사람을 파괴시키는 행동들과 뭐가 다른가 싶기도 하다.
한편으로는 너무도 무책임하게 행동해 버린 피어슨이 참 답답해 보이기도 했다. 그냥 순응하고 따르면 될 것을..본인한테 큰 피해를 주는 것도 아닌데..오히려 영악한 에머리가 더 현명하게도 느껴진다.
그런 정신평등주의가 결국에는 사회적으로 어떠한 결과를 초래하는지, 시민들이 어떤 피해를 입게 되는지, 충분히 예측할 수 있었던 문제점들이 부각되면서 반전으로 전개되는 스토리와 결말도 인상적이다.
다양한 분야에서 평등이 주장되고, 요구되는 현 시점에서 '평등'이라는 것이 어느 선까지 허용되어야 하는지 깊이 생각해보게 되고, 이런 내용의 소설을 이런 분위기로 이끌어 갈 수 있는 것은 이 작가만이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아직 읽지 못한 나머지 2권도 읽어봐야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