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식가의 메뉴판 - 한 장의 메뉴에 담긴 시대의 취향, 계층, 문화 이야기
나탈리 쿡 지음, 정영은 옮김 / 교보문고(단행본) / 202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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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에서 제공받아, 자유로운 느낌으로 써 내려간 내용입니다.


책의 소개 보고 딱 느낌이 왔던 책인데, 실물을 보니 예쁘고 감각적이다.
사철제본으로 만들어져 있어 책이 아니라 두툼한 메뉴판의 느낌이 전해지고, 펼침에 있어서 갈라질 염려 0프로라 너무 좋다.
내용에 있어서도 다양한 삽화와 실사가 가득해서 하나의 아트북을 마주하는 듯하다.
메뉴판은 점차 줄어들고 테이블 오더로 대신하는 디지털 시대에, 이렇게 과거로 거슬러 올라가 예술적이고 독특한 메뉴판들을 만나볼 수 있는 시간은 더할 나위 없이 소중하다.

총 6장으로 구성된 내용들 가운데 특히 재밌게 읽은 부분에 대해서 간략하게 얘기해 보고자 한다.







메뉴판이 단순한 안내서에서 그치지 않고 어느 순간 하나의 기념품이 되기 시작하면서, 근사한 메뉴판의 하단에 이름과 주소를 기입하면 우편발송 해주는 서비스, 메뉴판에 세상에 하나 뿐인 고유인증번호를 새겨주는 방식, 엽서용 메뉴판 등을 통해 레스토랑마다 독특한 방식으로 마케팅 효과를 톡톡히 누린다.
특히 왕실의 메뉴판은 그 자체로 기념비적인 상징성을 지니고 있는데, 한 레스토랑에서 에드워드 7세 대관식 기념을 위해 성대하게 마련했지만 행사 당일 에드워드 7세가 급환으로 불참하게 되면서 취소된 안타까운 사연을 가진 메뉴판도 있다.

교통의 발달로 1920년대부터 어린이 전용 메뉴가 등장하면서, 읽기 쉽게 대문자 표기나 색칠,퍼즐,선잇기 등을 담은 메뉴판도 생긴다.
그 당시 레스토랑이나 철도, 백화점 내의 다양한 어린이 메뉴판은 상상 이상으로 예쁘고 유니크하고 아이들의 관심을 집중시키기에 충분하다. 컴퓨터가 아닌 수작업으로 완성한 정겨운 일러스트들의 감성이 새삼 참 그리운 순간이기도 하다.





마치 추리소설에서나 등장할 법한 수수께끼 메뉴도 흥미롭다.
난제풀이 저녁 모임 같은 경우에는 수수께끼 형식으로 된 메뉴판을 가지고 참석자가 추측한 후 주문하는 방식인데, 그렇게 해서 서빙된 음식은 꼭 먹어야 하는 것이 규칙이다.
'식초' 는 관계가 시큼해져 서로 등돌린 채 앉아 있는 노부부의 모습을, '프렌치 롤' 은 프랑스 병사 두 명이 언덕에서 굴러 떨어지는 장면을 담는 등 삽화만 보고 메뉴를 추측하는 메뉴판도 있다.
21세기에 들어와서는 수수께끼를 맞춰야만 입장 가능한 곳, 호기심과 재치를 가진 손님만의 비밀 메뉴, 매장의 위치 자체를 비밀로 하는 경우 등 꽤나 독특한 형태의 레스토랑도 있다고 한다.

이 외에도 로트렉과 같은 유명화가들이 메뉴판 삽화 작업에 참여한 이야기, 세계박람회 등을 통해 각 나라가 어떤 식으로 음식의 세계화를 이룰 수 있었는지도 만나본다. 로트렉의 물랑루즈 포스터와 마찬가지로, 이번에 처음 만나보는 그의 손 끝에서 탄생한 메뉴판 역시 매우 간결한 아름다움 그 자체이다.

메뉴판을 통해 만나볼 수 있는 세계 식문화사는 이 책을 만나기 전에 상상했던 내용 이상으로 다채롭고 매혹적이고 생생하다.
역사를 좋아하는 독자라면 특히 이전에는 만나보지 못했던 독특한 색깔의 이 책이 꽤나 매력적으로 다가올 꺼라 생각한다.
의복이나 헤어스타일은 돌고 돌아 복고풍도 맞이하고 레트로 감성에 환호하는 분위기인데, 우리의 가까이에서 알게 모르게 항상 접하고 있는 이 메뉴판의 아날로그 감성은 언제쯤 다시 찾아올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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