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에서 국문학을 가르칩니다
고영란 지음 / 정은문고 / 202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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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에서 제공받아, 자유로운 느낌으로 써 내려간 내용입니다.




평소 해외생활 이야기를 다룬 책 읽기를 좋아하는데, 이 책은 제목을 보니 직업 이야기까지 더해지는 듯해서 굉장히 궁금했다.
나의 경험으로도 그렇지만 지금의 자리에 있기까지의 저자의 인생을 들여다보니, 참 인생이란 정말 예측불허하다는 생각을 다시금 하게 된다.

특별한 꿈이 없던 학창시절, 저자는 오로지 방과 후 보충수업을 빼먹기 위해 미술부를 선택했고, 고 3때는 갑작스레 인문계로 전향, 대학은 외국어 능력자가 되고 싶다는 생각만으로 일어일문학과에 진학한다. 1년 교환학생으로 도쿄를 방문한 것이 계기가 되어 생각지도 않았던 박사학위까지 마치고 현재까지 32년을 대학교에서 일본어로 일본문학을 가르치고 있다고 한다.

무려 32년 !!! 그 긴 세월동안 일본의 일상에서, 교편 생활에서, 또 연구자로써 보고 느끼고 경험했던 다양한 이야기들이 담겨 있는데, 물론 조금 오래된 이야기들이지만 그 당시의 일본사회, 문화의 분위기를 알 수 있어 참 흥미롭다.




일본 젊은이들에게 있어서 '영어' 의 가치에 대한 이야기가 꽤나 의외였다.
글로벌 기업에 취직해 외국에서 생활하고픈 꿈을 가진 학생들은 굉장히 드물다고 하는데, 이들이 추구하는 행복의 조건에 영어 공부는 들어 있지 않은 것 같다고 저자는 말한다. 가장 가까운 나라와 우리의 차이는 과연 어디에서 기인하는 것인지... 일본의 교육열도 우리 못지 않은 걸로 알고 있는데, 영어에 대한 생각만큼은 굉장히 다름을 알 수 있다.

일본과 일본어와 관련이 있었던 나에게 있어, 일본어에 대한 이야기는 빼놓을 수 없는 읽을거리이다.
요즘 한국 유학생들은 한자를 비한자권 유학생들처럼 외국어인 '일어'의 일부로 여기고 일본어 발음을 확인하면서 익힌다고 하는데, 입학 초기 독해 능력은 기존 한자세대보다 현저히 떨어지지만 일본 애니나 드라마 같은 다양한 매체를 통해 언어 능력을 발휘한다고 한다.
한자가 대부분을 차지하는 일본어이다 보니, 요즘 학생들은 한자를 몰라 일본어 공부하기가 어렵겠다고 생각했었는데 내가 잘못 생각하고 있었다.
오히려, 저자의 경우를 보더라도 기존 한자세대 학생들은 한자는 한글발음 그대로 외우고 그 외의 조사나 동사 같은 것만 일본어 발음으로 외우다 보니, 깊이가 더해질수록 한자 자체의 일본발음을 몰라 발표나 토론 같은데서 큰 고충을 겪었다고 한다.





저자의 일본 근현대 문학 강의와 관련해서는 '나카지마 교코'가 소개된다.
나오키상 수상작가이기도 한 그녀의 작품은 재미있고, 민감한 주제를 함께 고민하고 동시에 문학이 주는 즐거움을 느끼게 해 줘서, 수업이나 강연에서는 최고의 텍스트라고 한다.


이 단계에서, 잠시 읽기를 중단하고 작가에 대한 폭풍검색에 들어갔는데 < 꿈꾸는 도서관 > 이 특히 내 눈길을 사로잡는다. 저자도 이 작품을 자세히 소개하고 있다.
나오키상 수상작인 < 작은 집 > 이라는 작품은 영화로도 나왔다고 하는데, 제목이 왠지 낯이 익어서 예전 서평을 찾아보니 역시! 2011년에 꽤 재밌게 읽었던 소설이다. 이 참에 다시 한번 읽어보고 싶고, 영화도 평이 넘 좋은데다가 음악도 히사이시 조 !!! 영화를 어디서 찾아봐야 하나....





세계적으로 유명하고 제목은 한번이라도 들어봤을 무라카미 하루키의 < 노르웨이 숲 > 이 베스트셀러가 된 배경도 흥미롭다.
1988년 쇼와 천황이 위독한 상황이라 성탄절 트리 등을 자제하는 사회적 분위기에서, 출판사에서는 빨강과 녹색 표지의 기본책에 띠지만 성탄절에 맞게 금색으로 바꾸었는데, 이 전략이 맞아떨어져 연말 성탄 선물로 날개 돋친 듯 팔리기 시작, 대히트를 친 이후 그의 작품은 출간되는 대로 베스트셀러가 되었다고 한다.
작가의 역량도 중요하지만 이렇듯 타이밍이 딱 맞아떨어져서 뜨는 경우는 문학세계에서도 예외가 아님을 여실히 보여준다.

2011년 동일본대지진의 당시 상황도 언급된다.
그 상황에서 온 몸이 굳어 꼼짝달짝 못하는 엄마(저자)와는 달리 중3 딸이 보여준 너무도 침착한 행동들 - 가스불 확인, 창문,현관문을 열어 대피로 확보, 비상식량, 전등 등을 챙겨 현관에 놓는 등 - 은 일본에서 어릴 때부터 얼마나 많은 지진 대비훈련이 실시되었는지를 알 수 있다.
정부와 미디어(정부의 압력에 의해)의 방사능 관련 정보 은폐로 인해, 외국 특히 독일 미디어를 통해서야 일본 국민들이 비로소 얼마나 심각한 상황인지를 인지했다고 한다.

이 외에도 다양한 주제의 이야기들이 이 한 권의 책 안에 들어 있는데, 단순히 일본생활에서 겪었던 에피소드를 가볍게 들려줄 꺼라 생각했던 것과는 달리 저자의 학문과 관련된 이야기들도 있어서 참 좋았다. 연구자로서 진중하고 차분하면서도 소박한 문체로 들려주는 저자의 이야기에 푹 빠져 본 시간이었다. 


30년이 넘는 외국생활이라 이제 거의 반일본인은 되셨을테지만 그래도 저자의 말에서도 알 수 있듯이 안정된 직업을 가지고 있다 하더라도 외국인이라는 위치는 언제나 불안하고 서러울 수 있을 듯 하다. 좋아하는 연구활동을 버팀목으로 건강하게 잘 생활하시길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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