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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 긴 잠이여
하라 료 지음, 권일영 옮김 / 비채 / 2025년 11월
평점 :
☆ 출판사에서 제공받아, 자유로운 느낌으로 써 내려간 내용입니다.

정통 하드보일드가 정확히 어떤 스타일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기존에 읽었던 하드보일드라고 구분지어진 작품들은 큰 재미를 못 느꼈었다. 특히나 레이먼드 챈들러의 작품은 딱히 내 취향이 아니었어서 이 책 소개에서 그의 이름이 언급된 걸 보고나서는 사실 이번 소설에 큰 기대는 없었다.
그런데 왠걸!! 이 책 너무 재밌는게 아닌가.
500쪽이 넘는 분량임에도 페이지가 술술 넘어가서 거의 하루반만에 다 읽을 수 있었다.
가장 큰 매력 포인트는 주인공인 중년의 탐정 사와자키라는 인물이다. 특별할 것 없지만 인간미가 물씬 풍기는 소박한 이미지가 은근 끌린다.
고교야구 출신의 한 청년이 10년 전 벌어졌던 누나의 자살사건을 사와자키에게 의뢰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로, 배배 꼬이지도 않았고 충분히 납득이 가는 스토리 전개, 여기에 아마도 전편에서 다뤄졌을 것 같은 동료 형사와 얽힌 이야기는 또 다른 재미를 선사한다.
막판에 주인공이 사건의 실체가 드러나게 되는 결정적 단어 한마디를 내뱉는데, 어찌나 간단명료하면서도 정곡을 찌르는 질문이던지, 짜릿한 쾌감마저 느껴진다.
야구계의 승부조작, 동성애, 노숙자 등 다양한 이야기가 튀지않고 자연스레 연결지어지는데다, 뒷부분에 자세히 나오는 일본전통문화인 노(能)와 노가쿠 공연, 인간문화재 이야기는 최근 다른 책을 통해 새롭게 알게 된 가부키 공연과 더불어 일본전통예술의 세계를 들여다 볼 수 있는 의미있는 시간이었다.
이름은 정말 많이 들어 익히 알고 있던 작가. 집에도 다른 작품이 한 권 더 있는데, 이제서야 만나봤다.
첫 만남이 너무 늦은 만남이 되어버렸네..
몇년 전 타계하셨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고나니 왜 이렇게 아싑고 맘이 아픈지.
내가 이 정도니 이 작가의 팬들은 얼마나 큰 상실감을 느꼈을까..
비채의 이번 개정판은 그래서 더 의미있는 출간인 것 같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