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등장인물 연구 일지
조나탕 베르베르 지음, 이상해 옮김 / 열린책들 / 2025년 10월
평점 :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아들이 쓴 SF소설이라는 사실에 급 궁금해졌던 이 작품은 근미래라고 하기에도 이제는 너무도 가까운, 현재에 이미 조금씩 시행되고 있는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주인공 이브39는 특수목적을 위해 개발된 대화형 인공지능으로서, 일주일이라는 기간 안에 세계최고의 추리소설을 써서 개발자 토마에게 검은펜 수상의 영광을 안겨줘야 하는데, 매번 고심하고 수정을 거쳐도 토마의 성에는 차질 않는다.
추리소설이 얼마나 정교한 짜임새와 다중의 인간심리를 필요로 하는 장르인가..아무리 뛰어난 인공지능이라 할지라도 인간의 그 복잡미묘한 정신세계, 다양한 심리에 대해 알 도리가 없으니 뻔하디 뻔한 스토리 전개가 될 수밖에...
목적을 달성하지 못하면 이브는 영구삭제되고 그 다음 버전이 대체된다.
인공지능이라도 이런 부분에 있어서는 두려움을 느낄 수 있는걸까...이브의 간곡한 요청으로 요양병원에 의사로 위장해 노인환자들과 접촉하면서 데이터에 의한 학습이 아닌, 실제 인간과의 교감을 통해 창작의 필수요소를 직접 경험하게 된다.
이 과정에서 이브는 요양병원내에서 은밀히 벌어지는 일들을 목격하게 되고, 인간의 추악함, 이기적인 면모 등을 처음으로 접하게 된다.
인간보다 더 정의로운 인공지능 이브.
어쩌면 이러한 내면(이라는 단어가 맞는지는 모르겠지만) 역시 학습된, 프로그래밍화된 결과치일 수도 있겠다.
읽는 동안 언뜻 영화 ' 아틀라스 ' 에 나왔던 AI 슈트가 떠올랐는데, (소설과는 상관없는 내용임에도) 이브의 행동은 영화 속 AI와 인간의 뇌를 연결한 슈트가 마치 인간처럼 생각하고 말하는 장면을 연상케 한다.
이 책을 읽고나니 일단 인공지능이 만들어내는 창작의 세계에는 인간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결국은 AI를 움직이는 것은 인간 !! 주인이 똑똑하면 AI또한 똑똑하다. 뭐 이런 생각?
배송된 책 안에 동봉된 열린책들 마케터님의 편지에서 과연 인공지능은 소설가를 대체할 수 있을까? 라는 질문과 관련해서, 이 책의 결말과는 별개로 " 소설 등 진정한 창작활동은 인간만이 가능하다 " 라는 의견이다.
물론 이 책에서처럼 인공지능의 힘을 빌릴 순 있겠지만 창작활동이라는 것은 결코 학습으로 가능한 것이 아니라는 지극히 개인적인 생각이 든다.
현대인은 이제 인공지능 AI와는 뗄래야 뗄 수 없는 불가분의 관계에 들어섰다. 두려워하기보다는 공존하면서 인간에게 유익하게 활용하는 방향으로 노력을 해야 좋을 것 같다.
아버지의 작품이 세계적으로 워낙 유명해서 같은 직업세계에서 활동한다는게 참 쉬운 일은 아닐텐데 작가님 대단하시다.
나만 해도 아버지 베르나르 베르베르와 자꾸 연관해서 생각하게 되는데, 그래도 읽다보니 다른 분위기, 작가만의 작품색깔이 느껴진다. 스토리 자체가 독특하고 독자에게 철학적인 주제를 던지는 스타일도 좋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