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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슨
이언 매큐언 지음, 민승남 옮김 / 문학동네 / 2025년 11월
평점 :
☆ 출판사에서 제공받아, 자유로운 느낌으로 써 내려간 내용입니다.

☆ 출판사에서 제공받아, 자유로운 느낌으로 써 내려간 내용입니다.
< 타임스 > 선정 '1945년 이후 가장 위대한 50인의 영국 작가로 선정된 이언 매큐언의 700여쪽에 달하는 방대한 소설을 만나보았다.
무엇보다 그의 자전적 소설이라는 점에 큰 관심을 가지게 되었는데, 초반부터 문장이 수려하고 섬세해서 느낌이 확 온데다 중반을 지나 후반에 가서는 먹먹함마저 느끼게 된다.
인생책 < 스토너 > 가 한 남자의 인생을 건조하고 무덤덤하게 들려줬다면, 이 책은 훨씬 더 방대하고 파란만장해서 주인공의 삶에 감정이입되어 마음 아프고 안타까워 하면서 읽어 내려갔다.
그의 인생 뿐만 아니라 그의 윗세대 인물의 인생사가 시대적 배경과 함께 녹아들어져 좀 더 극적인 느낌도 들고, 무엇보다 독자의 심금을 울리는 문장들이 많아서 많은 생각(특히 인생에 대해) 을 하게 된 소설이다.
주인공 롤런드는 11살 때 처음 알게 된 열살 연상의 피아노 선생은 그가 14살 때부터 그릇된, 범죄에 해당하는 행위를 지속적으로 경험하게 하는데 미성숙한 소년에게 있어서 그녀의 미친 집착과 성적 접근은 이후 그의 인생에 큰 영향을 미치게 된다.
행복할 것만 같았던 결혼생활은 37살 되던 때 한 장의 메모만 남긴 채 그와 7개월 된 아들을 두고 홀연히 떠난 아내로 인해 끝나버리고, 그 후 혼자 어린 아들을 키우면서 경제적 어려움에 처하게 된다.
그 후 곁에서 항상 도와줬던 친구 제프니와 헤어짐의 반복 후 뒤늦은 결혼을 하지만 너무 늦은 결합이었다.

롤런드의 아내 앨리사가 자신의 삶의 목적을 위해 어린 자녀를 남편에게 떠넘긴 사실은, 그 시대 여성의 사회적 위치, 성공이 얼마나 힘든지를 생각하면 어느 정도 이해는 하겠지만 그래도 너무 이기적이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든다. 그렇게나 자신을 그리워하는 어린 아들의 편지도 그렇고, 방문에서도 그렇고, 자신의 작품에서 남편과 엄마를 표현한 부분도 그렇고...그러고 나서 결국 삶의 마지막에 가서는 여느 다른 사람들과 비슷한 모습을 보인다. 직업적으로는 성공한 인생일 수는 있지만 삶의 마지막에 그녀의 곁엔 아무도 없다.
30대 중반에 혼자 어린 아들을 키우던 롤런드의 상황이 애처롭기도 하고, 그렇게나 헌신하며 키운 아들은 다행히 덧나가지 않고 잘 자라주었지만 아빠가 자신을 위해 어떤 힘든 시간을 보냈는지 아들은 전혀 모르겠지..자식이란 다 그런 것 같다. 아니..어찌보면 어린 아들이 가장 큰 피해자였겠지..

7개월 갓난아기였던 아들이 어느 덧 성인이 되어 여자친구를 만나고, 자신의 인생을 살아나가고, 그러는 사이에 주인공 롤런드는 조금씩 나이 들어가고..
롤런드의 인생은 뭐랄까..이상하게도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관계되는 여성들에 의해 인생이 흘러가는 듯하고 직업에 있어서도 많은 걸 포기할 수 밖에 없었지만 그래도 그 어떤 사람보다 노년은 불행하지 않아 좋다.
롤런드는 끊임없이 생각한다. 만약에 그 당시 그렇게 하지 않았다면, 그 당시 그 사람을 만나지 않았다면, 만약에..만약에...
인생에 있어서 자의로 혹은 타의에 의해 끊임없이 선택하고, 선택되어지고 그로 인해 삶의 방향이 바뀌게 마련인데, 어떤 선택을 했더라도 아쉬움, 후회는 남게 마련인 것 같다. 그러나 분명 그 선택을 하는 시점에서는 최선이라고 생각해서 내린 결정이었으니 그걸로 충분하다.
롤런드의 유년기를 시작으로 70대 노년기를 맞이하기까지의 이야기들 속에는 인생에 있어서 사랑, 미움, 그리움, 후회, 죄책감, 좌절, 헤어짐, 죽음 등 그 모든 것이 담겨 있다.
책장을 덮고나서도 한동안 여운이 남는다. 참 좋았던 소설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