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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의 현관
요코야마 히데오 지음, 최고은 옮김 / 검은숲 / 2020년 10월
평점 :

제목은 생소한 책인데, 요코야마 히데오 소설이라는 사실에 왠지 기대감을 안게 된다.
그런데 처음 몇 장을 읽어내려가면서는, 기존 작품과는 분위기가 사뭇 다름을 느낄 수 있는데 이런 분위기의 소설을 원체 좋아해서, 읽는데 시간은 좀 걸렸지만 마지막까지 흥미롭게 마무리할 수 있었다.
건축이라는 소재가 전체적인 스토리의 중심에 자리하고 있는데, 건축과 건축가의 삶도 흥미롭고 소설 속에 등장하는 독일건축가 브루노 타우트라는 인물에 대해서도 궁금해서 찾아보니, 그에 대한 사실적인 이야기가 스토리에 자연스럽게 녹아들어져 있음을 알 수 있었다.
소설은 전체적으로 잔잔하게 흘러가지만 이런 잔잔함이 결코 지루하지 않게끔 미스터리적 요소로 적당히 긴장하게끔 만들고, '따스한 미스터리' '감동' 이런 요소가 들어간 소설은 아주 좋아하진 않는데, 이 소설은 띠지에 씌여진 ' ....가장 아름다운 미스터리' 라는 문구가 너무도 잘 어울리기도 하고 신기하게도 이런 분위기가 더할 나위 없이 좋았다.
주인공인 아오세가 건축한 Y주택은 유명 건축잡지에 소개되면서 유명세를 타게 되고, 어느 날 요시노라는 건축주로부터 '당신이 살고 싶은 집을 지어달라'는 의뢰를 받게 된다. 이혼 후 딸과도 정해진 시간에만 만날 수 있고, 건축에 대한 열정도 목표도 상실한 채 동창이 운영하는 작은 건축사무소에서 무의미한 삶을 살아가던 그에게 있어서 요시노의 이러한 건축 의뢰는 지금까지 상실했던 가정과 자신에 대한 모든 것을 걸고 싶은 그런 대상이 되면서, 열과 성을 다해 Y주택을 완공하게 된다.
그러나 그 후, 그 집에 당연히 살거라 믿었던 요시노와 그의 가족은 온데간데 없이 사라져버리고, 집에는 한번도 사람이 산 흔적이 없는 버려진 집으로 남아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서, 그의 흔적을 찾아 나서게 된다.
거액의 돈을 지불하고 집이 완성된 날에는 너무도 행복해 하던 요시노 부부는 왜 그 집에 한번도 머물지 않고 사라져 버린 것인지..그의 뒤를 파헤치는 과정에서 그 날 방문했던 부부도 실제로는 부부가 아닐 수도 있다는 의심까지 들게 되고, 자신처럼 요시노의 뒤를 캐는 또 한명의 정체불명의 남자는 또 누구이고.. 과연 요시노라는 인물의 정체는 무엇인지..
이러한 궁금증들이 책의 흥미를 유발시키는 한편, 조연으로 반짝 출연할 것처럼 보였던 건축사무소 사장인 동창에 대한 이야기도 예기치 않은 방향으로 흘러가고, 결말 부분으로 치닫게 되면서는 가정애도 느끼게 되는..묘한 매력의 소설이다.
글을 참 잘 쓰는 작가라는 생각을 다시금 하게 되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