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안인
우밍이 지음, 허유영 옮김 / 비채 / 202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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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에서 제공받아, 자유로운 느낌으로 써 내려간 내용입니다.


이번에 만나본 대만소설 < 복안인 > 은 현실과 신화와 가상의 세계가 묘하게 조합되면서 기후문제에 직면한 근미래의 모습이 섬뜩하리만치 리얼하게 표현되고, 태평양 한가운데 존재하는 가상의 섬 ' 와요와요 ' 사람들의 사고와 생활 등에서는 지구의 그 어느 곳에 존재할 것만 같은 느낌도 들고, 곤충의 눈처럼 겹눈을 가진 복안인의 출현은 그 존재만으로도 모호하면서도 신비로움을 선사한다.

와요와요섬의 기이한 전통에 따라 차남인 아트리에는 180번째 보름달이 뜨는 날 홀로 바다로 떠나게 된다. 절대로 섬으로 다시 돌아오면 안되고 결국 모든 차남들은 그렇게 죽음의 항해를 운명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그러나 아트리에는 운좋게도 죽음의 고비를 넘기고 미지의 섬에 도착하게 되는데 그가 좌초된 곳은 섬이 아니라 거대한 쓰레기더미였고, 곧 그 쓰레기더미는 쓰나미와 같은 규모의 파도를 일으키며 대만을 휩쓸게 된다.

산악등반을 떠난 남편과 어린 아들이 실종된 후 생사조차 알 수 없어 삶의 희망을 잃은 엘리스는 자살 직전에 우연히 만난 한 고양이로 인해 다시금 삶의 끈을 부여잡게 된다. 그리고 쓰레기 더미와 함께 밀려온, 부상당한 아트리에를 발견한 후 그를 보살피면서 서로의 언어와 문화를 조금씩 알아간다. 문자도 존재하지 않고 문명과는 거리가 먼 신비의 원시섬에서 온 소년과 문명의 혜택을 받으며 자란 도시의 여성을 중심으로, 주변인물들의 이야기도 교차되면서 이야기가 펼쳐진다.

마치 하나의 섬처럼(실제로 그 곳에 아트리에가 표류하는 순간에도 섬인지 아닌지 구분하기 힘들 정도로) 거대한 쓰레기더미가 대만으로 몰려드는 과정은 상상만으로도 섬뜩한데, 실제로도 충분히 벌어질 수 있을 듯한 생각에 더 무섭다.
엘리스의 남편 야콥센이 등반 도중 추락한 후 조우하게 된, 이 소설의 제목이기도 한 '복안인' 의 정체는 명확하게 드러나지 않는데, 마치 야콥센의 꿈에 등장하는 존재 같기도 하다. 저자가 제목으로 설정한 이 복안인을 왜 소설의 말미에서야 그것도 아주 잠깐동안만 등장시켰는지 살짝 의아해진다.






또한, 표지(찾아보니 원서도 같은 표지이다) 에는 거대한 고래가 등장하는데 자세히 들여다보면 고래의 머리 위에는 한 채의 집이 놓여 있다. 안전한 땅이라고 생각한 것이 사실은 고래의 위라면 이 얼마나 위험천만한 곳이란 말인가..고래가 그대로 바다 속으로 들어가버리면 저 위의 집과 집안의 사람들은 그대로 바다에 수장되어 버리는건데..위태로운 우리의 현실을 반영한 표지인걸까?

디스토피아 소설이라 좀 난해하지 않을까 싶었는데 의외로 쉽게 읽히면서 생각보다 더 현실적인 느낌이라는 생각이 들었었는데, 복안인의 짧고 강렬한 등장으로 인해 신비스런 느낌이 가중되어졌다.
누군가에게 이 소설을 소개할 때, 한마디로 소개하기가 힘들 정도로 다양한 장르가 복합적으로 담겨 있는 독특하면서도 매력적인 대만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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