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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상의 책 - 개정판 ㅣ 폴 오스터 환상과 어둠 컬렉션
폴 오스터 지음, 민승남 옮김 / 북다 / 2025년 9월
평점 :

☆ 출판사에서 제공받아, 자유로운 느낌으로 써 내려간 내용입니다.
폴 오스터의 책은 신기하고 독특하기만 하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작가 중 한 명임에도 불구하고, 초반부터 중반 직전까지는 정말이지 내가 왜 이 책을 읽어야 하지..라는 의구심이 들 정도로 조금 지루하고 무슨 내용을 담고 있는지도 모르겠고 몰입도 힘들다.
그럼에도 그의 전개방식의 특징을 터득했기에 참고 읽는다. 그리고 어느 순간부터는 몰입해서, 작품 속 주인공의 이야기에 빠져 드는 나를 발견하게 된다. 그리고 책장을 덮으면서는 역시 폴 오스터답다.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6개월 전 비행기 사고로 아내와 어린 두 자녀를 한순간에 잃은 후 삶의 의욕을 상실한 채 하루하루 버텨가는 대학교수 데이비드 짐머는 어느 날 우연히 '헥터 만' 이라는 코미디언의 연기를 보고 정말 오랜만에 웃게 된다. 그리고 다시 살아갈 희망과 웃음을 찾게 해 준 이 인물에 대한 강한 호기심으로 그에 대해 조사하게 되는데, 헥터 만이 무성영화 시대에 딱 1년만 활동한 후 흔적조차 남기지 않고 홀연히 사라진 배우이자 감독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면서 그의 영화를 하나씩 찾아 보면서 그에 대한 최초의 연구서를 집필하기 시작한다.
그러던 중, 헥터 만의 아내라고 지칭하는 한 여성으로부터 받은 한 통의 편지를 계기로 데이비드는 헥터 만을 찾아가는 여정을 시작하는데, 그 여정은 곧 헥터 만의 파란만장한 삶을 들여다보는 여정과 교묘하게 맞물리게 된다. 그러니까 이 책의 반은 헥터 만이 왜 갑자기 이 세상에서 사라져 버리게 됐는지 그 원인과 함께, 왜 그의 아내가 데이비드에게 의문의 편지를 보내게 됐는지를 알 수 있는 내용이 담겨 있다.
헥터 만의 인생사에 푹 빠져들었다 싶었는데, 어느 새 나는 다시 책 속 현실의 데이비드 짐머의 삶으로 돌아와 있다는 사실에 퍼뜩 놀라게 된다.
헥터 만의 인생도 그렇고, 데이비드 짐머의 삶도 그렇고 참..행복하게 살기가 이렇게나 힘들까..
마지막 한 페이지에 그나마 희망이 보인다. 데이비드 짐머가 계속 살아갈 희망 !
폴 오스터만이 써 내려갈 수 있는 구성 방식 매번 대단하다고 느끼게 된다.
빼곡한 문체에서 빠져나올 수 없을 정도로 집중해서 읽게 만드는 필력. 가상의 주인공을 마치 현실 속 인물처럼 착각하게 만들고, 허구의 내용이 마치 실화인 듯 느껴지게 만드는 힘은 폴 오스터이기에 가능하다.
그의 새로운 작품을 이제 더 이상 만나볼 수 없다는 사실이 새삼 슬프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