멜론은 어쩌다
아밀 지음 / 비채 / 2025년 9월
평점 :
품절




☆ 출판사에서 제공받아, 자유로운 느낌으로 써 내려간 내용입니다.




표지에서 느껴지는 청량한 분위기와는 대조적인 느낌을 선사해 준 한국 SF 단편 소설 < 멜론은 어쩌다 >.

총 8편의 이야기가 수록되어 있는데 첫 번째 이야기부터 분위기가 심상치가 않다.


소설 속 세계에서는 뱀파이어가 인간과 공존하고 있다. 피를 구하지 못해 수혈광고를 내고 은밀한 곳에서 피를 제공받으며 살아가야 하는 뱀파이어들. 주인공 기영에게 있어 유일한 친구인 미나는 이러한 뱀파이어이고, 또한 레즈비언이다. 성소수자에다 뱀파이어 그 어느 누구에게도 환영받지 못하는 존재에 대한 이야기를 둘의 관계를 빗대어 풀어내고 있다.

동성애에 크게 거부감이 없어 이와 관련된 영화나 소설도 잘 접하는 편이라, 이번 이야기에서는 동성애에 관한 이야기보다는 뱀파이어라는 상황이 낯설게 느껴졌다.


제목의 멜론이 등장하는 < 노 어덜트 헤븐 > 독특하고 좋다.

멜론이 순수한 과일을 표현하는 단어인줄 알았는데, 12살 아이의 이름이다.

어른은 들어갈 수 없는 천국의 세계. 어른이 천국에 들어가려면 재판을 받아야 하는데, 멜론은 자신의 엄마가 최근에 돌아가셨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고, 엄마의 변호를 해야하는 상황을 마주하게 된다.

천국에서는 이승에서의 모든 기억을 잊고 살아가는데 멜론은 변호 과정에서 한 겹 한 겹 자신의 어린 시절 겪었던 일들을 상기하게 된다. 멜론이 이승에서 그 짧은 일생동안 처했던 상황들이 참으로 마음 아프게 다가온다.






그 외에도 유전자 조작을 통해 탄생한 아이돌, 인간 모습 그대로의 섹스 로봇, 신체적 조건과 인종 차별로 인해 극한 침체기에 빠진 한 여성 피아니스트가 점쟁이와의 거래를 통해 받게 된 기묘한 능력 등 결코 평범하지 않은 이야기들이 펼쳐진다.


SF 장르를 많이 접하질 않아서 영화에서나 볼 수 있는 느낌 그대로의 SF 분위기를 예상했었는데, 외외로 SF 라는 장르를 떠올리지 않은 채 읽게 된다. 그 점은 오히려 SF에 친숙하지 않은 나에게는 더 쉽게 읽힌다는 장점이 되어 준다.

결코 현실적이지도 않은데 또 그렇다고 전혀 비현실적인 이야기라고도 느껴지지 않는, 모호한 경계에 선 독특한 분위기의 소설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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